216화. 담판
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가 작은 나무 상자를 들고 급히 돌아왔다.
정왕은 사자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사자는 이걸 가져가시오.”
제나라 사자는 손에 쥐여진 나무 상자를 보며 어리둥절했다. 설마 나에게 뇌물을 주면서 오야 대장군을 설득하라는 소리인가?
말도 안 되지. 난 재물에 눈이 멀어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이 아니라고!
“궁금하면 열어 봐도 좋소.”
정왕이 빙긋 웃었다.
사자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다가 하마터면 상자를 떨어뜨릴 뻔했다.
작은 나무 상자 안에는 하얀 천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피범벅이 된 손가락이 있었다. 상처를 보니 방금 베인 것이 분명했다.
“이…… 이건…….”
“손가락이오.”
정왕은 사자의 안색이 괴상하게 일그러진 것을 보며 말했다.
“돌아가서 오야에게 전하시오. 내가 제시한 조건에 수락하지 않을 거라면 사자를 다시 보낼 필요도 없다고 말이오. 본왕은 바빠서 장사꾼처럼 흥정할 겨를이 없소.”
사자가 떠나자 서경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왕야, 군마 사백 필이면 괜찮지 않습니까?”
“대장군, 사내가 통이 커야지. 고작 군마 사백 필에 만족하면 너무 없어 보이지 않소?”
정왕은 서 대장군의 어깨를 툭툭 친 다음 밖으로 나갔다.
제나라산 군마 사백 필이면 절이라도 올릴 수 있단 말입니다!
서경은 정왕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속으로 소리쳤다.
정왕은 기삭에게 갔다.
기삭은 며칠째 부상을 치료한다는 핑계로 두문불출하고 있었기에, 기삭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정왕과 군의뿐이었다.
정왕은 손을 흔들어 아들 곁을 지키던 시위들을 물러나게 했고, 굳은 표정은 내심 불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방금 제나라 사자가 또 왔었다. 그런데 삭아, 오야 그 호로 자식이 정말 칠백 필이나 내놓겠느냐?”
그때 기삭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만약 소자가 놈들에게 잡혔다면 부왕께서는 어쩌셨겠습니까?”
“물론 무슨 요구든 받아들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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