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화. 고과(苦果)
“이제 말해보거라.”
양 태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원사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몸을 덜덜 떨었다.
“소신이 계속해서 황자와 황녀님들을 진찰해본 결과, 그분들은 분명히 열증 증상을 보이고 계셨습니다. 그런 평범한 병에도 그분들의 몸이 계속해서 쇠약해지시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계셨던 고질병이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사료되옵니다.”
“천성적인·····, 고질병?”
태상제는 이 원사의 말을 되풀이 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그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폐하,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후, 태상제는 더 많은 눈물을 흩뿌리며 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이런 일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는 분명 나와는 달리 건강했을 텐데!”
이 원사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지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종류의 선천적인 문제는 자라나면서 조금씩 두드러지게 보이는 법이었다.
“이 원사, 자네는 태의원 중에서도 가장 의술이 뛰어난 자 아닌가! 그런 자가 어찌 주워 담지도 못할 말을 내뱉는단 말이야!”
양 태후가 태상제의 상태를 살피며 이 원사를 닦달했다.
하지만 이 원사는 다시 바닥에 머리를 박을 뿐이었다.
“죽여주시옵소서!”
원래라면, 그 역시도 이런 말을 황제 앞에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황자, 황녀님들이 이미 3명이나 쓰러진 지금, 문제는 황제 본인에게 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만약 이 뒤에 태어날 황자들도 마찬가지로 같은 병을 앓고 있다면 그건······.’
이 발언을 꺼냄으로써 본인의 목숨이 풍전등화와 마찬가지인 신세가 될 것이란 걸 이미 알고 있던 이 원사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하지만 제 1황자가 쓰러진 지금, 제대로 된 원인을 말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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