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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화. 변고

553화. 변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선황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이 끝을 고했다. 그와 함께 신년이 찾아왔고 연호가 새로이 바뀌게 되었다.

태상(泰祥)원년의 시작이었다.

양 태후의 재촉 아래, 신제의 혼인 역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3월,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쯤으로 혼인 날짜가 결정되었고, 그 상대는 양 태후 가문의 여식 양 씨였다.

황제의 혼인 소식은 사람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경성 전체가 경사스러운 소식에 젖어 들끓기 시작했고, 선황의 죽음으로 침체되어 있던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후와의 첫날 밤, 태상제는 커다란 관을 쓰고 있는 황후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현재 여인과의 잠자리에 조금의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과 가까이 할 때마다, 그 날 밤 있었던 대화재 속에서 비명을 지르던 여인들의 목소리가 떠올랐고, 악몽 속에서 여희가 자신을 밀치던 장면이 계속해서 머리를 스쳤다.

무거운 관을 쓰고 있는 황후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기에 태상제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거기다 관을 벗겨줘야 하는 남자가 움직이지 않자, 뭐라 말도 꺼내지 못하고, 무거운 관을 욕하며 속으로만 끙끙 거렸다.

침실을 밝히고 있던 화촉이 거의 반쯤 타들어갔을 때쯤, 황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폐하, 이렇게 부부가 되었사오니 합방주를 마셔야 하는 것 아니온지요.”

태상제는 여전히 아무 관심도 없다는 눈치였지만, 일단 법도에 따라 옆에 서 있던 예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예관의 도움 아래 황후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관이 드디어 내려갔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예관의 주최 하에 서로 술을 나누어 마신 태상제와 황후는,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전통 의상을 차려입었던 황후는, 궁녀들의 도움을 받아 봉황이 새겨진 침상 위로 올라 조용히 태상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밤은 깊어갔고, 방 밖에서 드디어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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