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태자비가 벌 받다
고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육랑을 바라보았다. 혹시 서방님과 고모할아버지가 이 녀석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가짜 집문서를 위조한 건 아니겠지?
그러자 소육랑이 문서의 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요. 관아의 인장이 있소.”
“…….”
아까 정공이 사부님이 저녁에 와서 선물을 주고 갔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나, 고교가 정공에게 물었다.
“봤어?”
정공이 고민하다가 답했다.
“봤어요! 봤어요!”
“그럼 네가 문을 열어드린 거야?”
“음! 음!”
아이들은 가끔 생각 없이 말할 때가 있다.
정공은 정말로 자신이 사부님께 문을 열어주고,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고교가 돌아오자 정공은 신나서 뛰어다녔다.
상자 안에는 못생긴 고교의 글씨체로 쓴 서신이 하나 들어있었다. 서신에는 첫 향을 피워 정공의 키가 빨리 클 수 있도록 빌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정공이 혼자 잠을 자게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우선 할머니 방에 안아다가 놓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진짜가 아니겠지요?”
고교가 소육랑을 바라보았다.
“나 아니오.”
소육랑이 고개를 흔들었다.
소육랑은 이런 글씨체를 쓰지 못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옆집의 노좨주는 어깨를 쭉 폈다. 훌륭한 그림이나 글씨체를 모방하는데 뛰어난 노좨주는 고교의 글씨체를 따라 쓰느라 한참 고생했다.
* * *
흔들다리가 끊어지면서 발생한 큰 사고의 여파가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그 소식이 밤사이 황궁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황궁에서는 돌다리의 통행을 막은 사람이 태자비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태자비가 보제사에 향불을 피우러 갈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고, 그리하여 금위관 부통령이 그녀를 위해 다리를 막은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별일이 아니었다. 황실 사람이 외출하는데 그냥 갈 수는 없는 일이니 어째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인명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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