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장. 나쁜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
잠시 후, 진운서는 자그마한 키의 여인이 뒤에 늙은 어멈 하나를 데리고 저 멀리서부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여인은 이쪽으로 오는 길에 주변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걸었다. 심지어 아주 가까이 온 후에도 그녀는 결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셋째 아가씨, 큰아가씨가 직접 마중을 나오셨네요.”
진가의 셋째 소저, 진선(秦蟬)은 제 뒤를 따르던 류(劉) 어멈의 말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몸을 숙이고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예를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큰언니.”
짧은 호칭 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
“그래.”
진운서는 짧게 대답한 후 진선의 모습을 살폈다. 보자마자 그녀는 진선이 정말로 겁이 많은 성격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다만 진선의 뒤에 선 노파는 낯선 사람이었다.
아마 숙모가 하인 명부에 손을 써서, 일부러 그녀의 이름을 빼놓았던 모양이었다.
진운서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진선의 손을 잡고 친히 처소 안으로 안내했다.
“너랑 내가 몇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하긴 했지만, 우리 사이에 그렇게 예를 차릴 필요는 없어.”
진선은 원래부터 장방의 언니와 친하지 않았다. 그런데다 이방 식구들이 막 진부에 도착하자마자 큰언니가 자신들이 부리던 하인들을 처리했다는 말을 듣고, 아무래도 진운서와 잘 어울릴 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웃는 낯으로 자신을 대하는 진운서의 모습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진선은 여전히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알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진운서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몹시 빼어난 용모의 이 소녀는 숙모의 눈매를 쏙 빼닮았다.
“큰언니, 폐를 끼치게 되었어요. 하지만 오래 머물진 않을 거예요.”
별채에 다다랐을 때 진선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이 오래 그녀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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