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장. 속이 훤히 보이다
진운서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썹을 찌푸리며 무척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개 노비 주제에 주인의 물건을 빼앗아가다니, 누가 가르쳐준 버릇이더냐?”
진운서는 일부러 류 어멈을 유심히 훑어보는 척하고서 곧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아주 낯선 얼굴이구나. 하인들을 솎아내던 때에 너는 대청에 오지 않았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류 어멈은 몹시 긴장했다. 옆에 있던 진선은 소심하긴 했지만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바로 큰언니의 말뜻을 알아듣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큰언니, 어멈은 지금 내 물건을 훔쳐 가는 게 아니에요. 큰언니가 오해한 거예요. 보내준 꽃잎은 정말 고마워요.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 말에 표정이 한결 누그러진 진운서가 대답했다.
“그래? 마음에 들면 여종에게 매일 따다 주라고 분부할게. 네 옆에 있는 어멈이 함부로 들고 가지 않게 말이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진선은 즉시 류 어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류 어멈은 얼른 몸을 굽히고 공손한 태도로 읍소했다.
“다 이 늙은 것의 잘못입니다. 지키는 사람이 없기에 아무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 줄 알고 생각 없이 그냥 가져와 버렸네요. 큰아가씨, 절대 다른 뜻은…….”
여기까지 말한 그녀가 손에 든 바구니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셋째 아가씨는 이미 목욕을 마치셨으니, 사죄의 의미로 큰아가씨가 이 꽃을 가져가세요.”
진운서의 표정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으나, 그녀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담긴 따스함은 그새 사라져 있었다.
“재미있구나. 겨우 그걸로 사과하려 하다니. 여봐라!”
진운서가 목소리를 높이자, 진선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큰언니는 도성 대갓집의 적녀다운 위엄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진선은 큰언니가 자신에게 선물을 보내온 걸 보고, 어쩌면 큰언니가 어머니가 말하던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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