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듀엣
시혁이 있어서 그런지, 떠들썩했던 룸 안의 분위기는 가라앉았으며 좀처럼 다시 살아나질 않았다. 순간 파티가 아닌 회사 회의처럼 주변이 매우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초래한 시혁은 자신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몰래 영서의 손을 잡은 채, 속으로 분노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표현도 못 하는 영서의 모습을 차분하게 감상했다.
“자자, 다들 목 좀 축이신 후에 다시 게임 해보죠!”
위기가 해결되자 지훈은 바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다시 흥을 끌어올렸다. 명색이 축하파티인데, 이대로 축 처진 분위기를 유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시혁이 있어 영서가 다시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니, 지훈은 마음이 가뿐해졌다.
곧 지훈이 분위기를 띄우자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기 시작했다.
한참 다들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고 있는데 연호가 돌아왔다. 그는 새론의 옆에 앉아 시종일관 곁눈질하며 영서를 쳐다봤다.
영서는 시혁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인 채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또한, 술을 마셔 두 뺨이 붉게 달아올랐으며, 어쩐지 아까의 키스를 부끄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영서의 이런 모습은 연호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영서는 전과 다르게 변해있었다. 그래서 연호는 영서의 저런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모습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었다.
예전의 영서는 연호만 보면 얼굴을 붉혔고, 그의 두 눈을 보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등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이었다.
5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연호는 자신이 원래 알고 있던 익숙한 영서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자신 때문이 아닌, 다른 남성으로 인해서 말이다.
‘영서가 설마 유시혁이랑…….’
연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 * *
지훈의 주도하에 진실게임이 한창이었고, 영서는 또 꽝을 뽑았다.
“진실을 말할래요? 아니면 벌칙을 받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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