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9화 의식을 잃고 쓰러지다 (1)
한편, 모두는 이제 다 괜찮아졌지만, 형부에 오래도록 있었던 한술만은 이런 살벌한 현장은 처음이었는지 맥없이 말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그러자 이목청이 그를 살피며 걱정스레 물었다.
“한 대인, 괜찮으시오?”
한술은 맥없이 고개를 내저었다.
“어디가 불편한 건 아니시오?”
이목청이 재차 묻자, 한술이 몸을 떨며 말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 더 버틸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요?”
이목청은 고개를 내저었다.
“장담할 수 없소.”
한술은 몸을 일으키려다 이목청의 말을 듣고 다시 말 위로 엎어졌다.
“대체 어떤 놈이 이런 식으로 우리를 죽이려 드는 겁니까! 저 옥작이란 아이가 늑대를 쫓아내지 못했더라면 이미 늑대들에게 사지가 찢겨 숨통이 끊어졌을 겁니다! 반평생 살면서 형부의 어마어마한 사건들도 적지 않게 겪었으나, 오늘처럼 이렇게 살벌한 일들은 경험해본 적은 없습니다.”
이목청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전에 태평성대라 칭하던 남진 경성은 어딜 가고 이리 줄곧 시끄러운지.”
한술도 한숨을 내쉬었다.
뒤이어 이목청은 서산 군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빗줄기가 굵어 뚜렷이 보이는 게 없었다.
잠시 후 한술이 돌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공자님, 소왕야의 서동이란 옥작이란 아이, 혹 신분이 어찌 됩니까?”
“왕씨 가문의 적통 아가씨께서 낳으신 아이요.”
이목청의 답에, 한술이 깜짝 놀라 물었다.
“저도 형부를 관장하고 있어 각 세가의 족보를 손금 보듯 꿰고 있습니다만, 혹 어느 아가씨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왕경미 아가씨라오.”
한술은 안색이 급변해 더욱 목소리를 낮췄다.
“북제 옥씨 가문의 적통 공자님과 연관된 그 왕경미 아가씨 말씀이십니까?”
이목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술은 잠시 침묵하더니 돌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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