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자백
아무리 고문을 견디는 훈련 받았다 해도, 대대로 선배들이 쌓아 온 온갖 고문 기술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비명이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취조실에 울려 퍼졌다. 채찍이 후려갈긴 상처에 고춧가루 물을 붓자 영혼까지 쥐어짜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한 차례, 두 차례, 그리고 세 차례 고문이 시작되자 얼마 되지 않아 남자는 견디지 못했다.
“다 말하겠소…….”
정무명이 손을 들자 금리위가 고문을 멈췄다.
심 상서는 자신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를 내며 탁한 숨결을 토해냈다.
정무명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심 상서는 민망한 듯 웃었다.
이제 늙어서 그런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모두 다…… 양, 양철이 시킨 일이오…….”
남자는 고통을 참느라 이마가 땀투성이가 된 채로 힘들게 말을 뱉었다.
그의 말에 정무명과 심 상서는 둘 다 깜짝 놀랐다.
“양 수찬?”
심 상서는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잘못 들었을까 봐 다시 물었다.
남자가 입가에 설핏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맞소…….”
정무명은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평정심을 되찾은 척하며 추궁했다.
“양철이 시켰다면, 너희들의 정체는 뭐냐? 왜 그랬느냐?”
남자는 순간 갈등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제나라 사람이오.”
“뭐라!”
심 상서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사내를 가리켰다.
“네놈이 제나라 놈이란 말이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양 수찬도 제나라 사람이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남자는 뜻밖에도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왜 주나라 태자를 죽였겠소?”
심 상서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힘껏 악물었다. 수염도 덩달아 떨렸다.
양 장원이 제나라의 간자라니……. 이, 이건 너무도 괴이하지 않은가!
하지만 양철이 제나라 간자가 아니라면 태자의 신뢰를 받던 자가 태자를 살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Soutenez vos auteurs et traducteurs préférés dans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