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속임수
양철은 쟁반에 놓인 백옥 술잔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잔을 손에 쥐었다.
정무명과 심 상서는 그의 움직임에 숨을 죽이고 있었지만 태안제는 태연한 표정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양철은 술잔을 움켜쥐고 눈을 들어 태안제와 시선을 마주쳤다.
“소신이 죽어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면 바라 마지않는 바입니다. 다만 나라를 위해 배운 바를 펼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말을 마친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스쳐 지나가더니 술잔을 입술에 대고 단숨에 들이켰다.
술잔이 땅에 떨어지자 쨍그랑 소리가 났다.
양철은 무릎을 꿇고 앉았고, 창백한 얼굴에는 어쩔 수 없이 긴장이 떠올랐다.
태안제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짐은 양 수찬이 두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양철의 호흡은 다소 거칠어졌다. 조금 힘든 듯 입술에 걸린 쓴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소신도 사람입니다. 사람은 다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요.”
“그럼 왜 망설이지 않고 마셨느냐?”
“소신에게는 죽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쯤 그는 배 속에서 뜨거운 통증을 느꼈다. 독주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 죽음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신이 계속 황상께 증명하고 싶었던 것…… 바로 소신의 결백입니다.”
청년은 괴로운 표정이었으나 눈빛은 유달리 맑았다.
“소신은 태자 전하를 해쳤다는 누명을 짊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죽음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그는 배를 움켜쥐었고 하얀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흘러 매끈하게 빛나는 벽돌 위에 떨어졌다.
통증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그때, 위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짐은 너를 믿겠다.”
양철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고, 눈에 기쁨이 떠올랐다.
“소신…… 폐하께 감사드립니다…….”
태안제가 유천을 힐끗 보았다.
유천은 양철을 향해 선의로 가득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양 수찬, 손을 씻으시러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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