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화. 유왕을 찾다
정수문은 거처로 돌아오자마자 동 이낭의 유약한 모습을 보게 되니, 순간 몹시 거슬려져 손을 뻗어 그녀를 밀치고 꾸짖었다.
“다 너와 네 딸이 재수 없게 수시로 울어댄 탓에 이런 불운이 닥친 게다!”
동 이낭은 벽을 짚고 입술을 떨었다. 차마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어서 어머니를 모시러 가지 않고!”
정수문이 고함을 질렀다.
회인백부의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하인들의 수는 급격히 줄게 되었고, 많은 일들은 주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했다.
동 이낭은 입술을 꾹 깨문 채 ‘예’하고 대답하고는 조용히 염송당으로 향했다.
* * *
수도의 피바람은 위국공부에까지 닿진 않았다.
집안사람들은 태자와 정미의 혼사로 바빴으며, 하인들의 걸음걸이에서조차 기쁜 기색이 드러났다.
그러나 한지는 이 떠들썩함과 철저히 소외된 느낌을 받았다.
적막한 가을밤, 한지는 정자에 홀로 앉아 차가운 술을 몇 모금 들이키고는 서과원으로 향했다.
반반이 기뻐하며 맞이했다.
“세자, 오셨군요.”
“요즘 몸은 어떻더냐?”
한지가 반반의 볼록한 배를 쳐다보며 묻자, 반반이 배를 어루만지며 수줍어했다.
“세자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기가 발을 차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
한지가 반반의 배에 손을 얹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잡담을 나누었다. 잠시 후 반반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드러나자, 한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잘 쉬고 있거라.”
“세자―”
반반이 머뭇거렸다.
“음?”
“소첩은 지금 나리를 모실 수 없으니, 농금을 찾아가시지요.”
한지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건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네 몸이나 잘 보살피거라.”
서과원에서 나온 한지는 한숨을 쉬고 본채가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정요를 찾아가지 않은 지 한참 되었지만, 한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여자는 평범한 여인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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