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장. 지나치게 운이 좋았다
“이 소저는 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남은 소저 중에서 고르거라.”
이 책자 안에는 나이가 적당하며 아직 혼인하지 않은 도성 모든 소저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전에 운지를 위해 신붓감을 물색하던 그녀는 책자 안에서 마음에 드는 소저들을 몇 골라 초상화를 얻어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운지가 저지하는 바람에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증조할머니, 제 상황이 안정되고 나면 반드시 온화하고 마음이 넓으며 할머니께서 좋아하실만한 여인을 골라 장가갈게요.”
사욱이 입꼬리를 올리고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노부인은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증손자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역시 우리 집에서 가장 착하고 속이 깊은 아이는 욱아 너다.”
나지막이 웃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주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책자를 챙겼다.
“몸조리 잘 하세요. 할머니께서 건강하신 것이 바로 저희의 복이니까요.”
노부인은 예전보다 더욱 다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사욱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 저 먼저 가볼게요. 내일부터 공부에서 근무하게 되었으니 오늘 미리 준비를 해야 해요.”
말을 마친 사욱이 몸을 굽히고 예를 올렸다. 그는 노부인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야 비로소 발길을 돌렸다.
사욱은 손에 책자를 꼭 쥐고서 한 걸음 한 걸음 정원을 나섰다.
“노부인, 보세요. 공자께서 얼마나 착하신지요. 이제 안심하셔도 되겠어요. 사부의 앞날은 점점 더 좋아질 거예요. 공자께서는 좋은 규수를 아내로 맞아 장가가실 거예요. 사 대인께서도 물론이고요.”
노부인의 기분이 좋은 것을 알아챈 대어멈이 즉각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이미 체념한 노부인은 예전처럼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운지 쪽은 알아서 하게 둘 게다. 언젠가 그 마음을 놓는다면 그 애도 자연스레 누군가와 혼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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