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장. 산하지(山河志)
참지 못한 진운서가 그렇게 묻자, 소근언이 손을 들어 그녀의 콧등을 가볍게 톡 친 다음 입을 열었다.
“후부 연못의 물은 그 분홍빛 시내에서 끌어온 거요. 연못의 모래도 마찬가지고. 처음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성공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깊게 고민하지 않았소. 그런데 물을 끌어내던 중에 뜻밖에도 시내의 바닥에 있던 서책 한 권을 발견했지.”
서책을 발견하자마자 꺼내긴 했지만, 이미 물속에 오래 잠겨 있던 탓에 서책은 푹 젖어 있었다. 책장을 펼쳐도 보이는 것은 누런 종이뿐, 글자는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오랫동안 강바닥에 잠겨 있었는데도 겉보기에는 훼손된 곳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종이와 종이를 이은 실마저도 온전했다.
그게 평범한 서책이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소근언은 서책을 버리는 대신 며칠 동안 창가에서 말렸다. 그 후 갑자기 몹시 바빠진 그는 황궁과 후부 두 곳을 분주히 오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다 마른 종이 위에 빼곡히 쓰여 있는 검고 작은 글씨들을 발견했다.
심지어 겉표지에도 커다란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건 『산하지(山河志)』였소.”
산하지라는 말에 진운서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해서 몸까지 뻣뻣하게 굳었다. 또한 그녀의 목소리에도 감출 수 없는 놀라움이 묻어 있었다.
“산하지?”
그녀는 산하지가 천하의 신기한 현상들을 기록한 서책이며, 특히 무장의 눈으로 보자면 최고의 지형도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산하지를 통해 홍하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아낸 것이다.
‘어쩐지, 빨라도 너무 빠르더라니.’
그 서책은 듣기로는 사라진 지 백여 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주변 네 개 국가의 군주들이 모두 그 서책을 찾아 그렇게나 헤맸었다.
그것이 대제의 영토 안에, 그것도 도성 부근에 있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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