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장. 너를 해칠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반 시진 후, 흑회색으로 꾸며진 넓은 서재 안.
문방사우가 한쪽으로 가지런히 놓인 서안 앞 검은 나무 의자 위에 한 사내가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사내가 입은 검은색 겉옷 둘레에는 금박으로 된 잎맥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 사내는 심지가 굳으면서도 냉혹해 보였으며, 그의 온몸을 감싼 한기에선 예사롭지 않은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
조용히 앉은 그의 손에는 서신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잔뜩 찌푸린 미간 아래로는 검은 연못처럼 깊고 심오한 한 쌍의 매서운 눈동자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사내가 입술을 살짝 벌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라.”
시원스러운 대답과 함께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깡마른 사내는 재빨리 방 안으로 들어와 몸을 숙였다.
“주인님, 폐하께서는 이미 물러가셨고, 진 대소저는 무사하십니다. 진 태부에게는 정말 이 일을 알리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깡마른 사내는 주인 앞에서 고개를 들지는 않았으나, 주인의 입가에 짙은 웃음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흔들리던 촛불이 서신을 집어삼키자, 조금씩 타들어 가던 종이는 결국 재가 되어 한 줄기 연기만을 남겼다.
“진 태부는 조정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그 심계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 굳이 알리지 않아도 진부가 우리에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도 곧 알게 될 것이다.”
깡마른 사내가 몸을 굽히며 알겠다고 대답한 후 조용히 물러나자, 서재는 다시 고요해졌다. 가벼운 연기 냄새만이 방 안의 적막을 메울 뿐이었다.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있던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뒷짐을 지고 선 그의 얼굴에는 옅은 냉기가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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