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저를 팝니다 (1)
원징의 자조 섞인 말을 듣지 못한 묵자는, 푸른 옷을 살며시 들어 올린 채 마차에서 뛰어내려, 구석진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곳에는 낡은 옷차림의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푸른 장검이 놓여 있었고, 그의 뒤에는 대로 엮은 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는 산발이 된 머리에 ‘파는 물건’이라는 표식인 풀을 매단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나무판자에는 거침없는 필체로 글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순은자 오십 냥에 저를 팝니다.’
묵자는 무릎 꿇고 앉아있던 사내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때마침 집사처럼 생긴 사람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 줄 아는 일이 뭐가 있나?”
“어떤 일을 원하십니까?”
사내는 얼굴을 들지도 않고, 나무판자만 바라보며 되물었다.
“잡역부를 찾는 중이네. 물건을 옮기거나, 운송하거나, 마차를 몰거나, 아무튼 무슨 일이든 다 할 줄 아는 사람 말이야.”
집사가 그에게 말했다.
“제 칼이 쓸모있는 일입니까?”
사내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별을 빼다 박은 듯 반짝이는 두 눈에 날카로운 눈썹, 딱 벌어진 가슴팍과 티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얼굴. 바르고 굳센 기개를 풍기는 이 남자는 겨우 스무 살이 넘은 듯한 사내였다.
“칼은 무슨? 우리 주인께서는 쌀장사하시는 분일세.”
집사가 장검을 흘깃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우리는 처소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잡역부를 구하는 중이라고.”
“그럼 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알아보시지요.”
사내가 고개를 숙이고 또다시 나무판을 보며 넋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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