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화. 멍청한 토끼 요정 (2)
지난번에 묵자가 경왕부를 나설 때, 왕부에는 노부인의 생신연을 축하하는 등불과 오색천이 달려있었다. 이번에 묵자가 돌아와 보니 경왕부에는 여전히 중추절을 축하하는 등불과 오색천이 달려있었다.
구수운은 왕부에 들어가자마자 네 명의 시녀들을 데리고 곧장 경왕비의 거처로 가서 안부를 여쭈었다.
묵자는 묵지원의 어린 시녀들을 시켜 구수운의 짐을 잘 정리하게 한 다음 죽림으로 돌아갔다. 한 달을 넘게 비워두어서인지 조용한 집 사방에는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했다. 청소를 마치고 나니 정오를 훌쩍 넘겼다. 이렇게 정신이 없는 시기에는 묵자에게 밥을 가져다줄 생각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잡동사니를 넣어둔 방에 있는 접이식 대나무 사다리를 쳐다보며 묵자는 생각했다.
‘여우에게 된통 당했던 까마귀는 아직도 여우에게 담장 넘어 고기를 던져 주려나?(*까마귀와 여우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로, 여우를 묵자 본인, 까마귀를 원징에 빗댐)’
그러고 보니 그 사람, 오랫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문전박대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나를 문 앞에서 박대하다니, 나도 그렇다면 좋다 이거야.’
대문으로는 못 들어오게 하니, 한발 양보해서 자신이 담을 기어오르더라도 상대방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도 말하지 않았던가? 길은 스스로 찾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지름길로 그저 가려고 하는 건데, 뭐 어때?’
생각할수록 묵자는 점점 더 당당해졌다!
묵자는 재빨리 접이식 사다리를 대고 담을 기어올랐다. 담 위에서 저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원징이 선물한 사다리가 원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보이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묵자는 담을 지나 사다리를 반쯤 내려오다가 눈을 깜빡거리고 또 깜빡거렸다. 사다리 오른쪽 위에 글 두 줄이 새겨져 있던 것이다.
《세 번까지는 은자를 쓸 필요 없으나 세 번을 넘으면 금 10개를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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