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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화. 장원 유가



259화. 장원 유가

자영궁을 나온 경명제는 곧장 태자를 불러들여 호된 설교를 늘어놓았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태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고작 태자비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화를 내신단 말인가?’

동궁으로 돌아온 태자는 제 성을 못 이겨 탁상을 들어 엎었다.

‘듣기론 일곱째의 왕비는 선녀처럼 아름답다던데…… 애초에 나에게도 그런 태자비를 맺어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분명 부황께선 내가 맘에 들지 않아서 일부로 트집을 잡으신 거야!’

태자는 곱씹을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자,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마마마께서 작고하신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 것일까? 부황께서 비빈들의 잠자리 송사에 넘어가셔서 태자를 바꿔버릴 심산이신거야.’

* * *

한편, 어서방에선 반해가 경명제에게 조심스럽게 아뢨다.

“황상, 지나친 화는 몸을 상하게 하옵니다. 태자께서도 언젠간 황상의 뜻을 알아줄 것입니다.”

“언젠가? 짐이 볼 땐 제 신분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더구나!”

‘태자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장차 어찌 나라를 맡길꼬…….’

* * *

경명 19년 봄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회시(會試)는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로 풀잎들이 촉촉하게 젖은 초봄에 막이 열렸다.

길고 긴 시험이 끝나자, 어느덧 시간도 이월의 중순에 와 있었다.

그리고 봄비를 타고 살구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질 때쯤, 공원(*貢院: 과거 시험장) 앞에는 본 시험의 행방(*杏榜: 합격자 명단)이 붙었다.

행방이 붙는 날, 공원 앞에는 급제자들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한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명단의 가장 위, 수석의 이름을 확인한 군중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향시의 해원랑이었던 견형의 이름이 떡하니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제는 회원랑(*會元郞: 회시의 수석 합격자)이라고 불러야하나?

놀라운 결과에 요동치는 군중들의 모습은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과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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