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화. 불길에 휩싸이다
오연륵은 그래도 묵자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묵자는 우리와 강하게 맞붙지 않을 거다. 그녀의 배는 우리 배의 전투력보다 강해. 당연히 이 우위를 이용하겠지. 쉽게 백병전 방식을 쓰진 않을 것이다.”
오연륵의 저지는 효과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이미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대구군의 배가 강 가운데를 지나자 큰 북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고 늑대 깃발이 휘날렸다. 수천수만 발의 화살이 검은 비처럼 하늘에서 쏟아졌다.
“하늘은 대구를 보호하신다. 송군을 모조리 죽여버려라!”
함성이 강물 위로 메아리쳤다.
묵자는 대구의 배가 이상행동을 보일 때 이미 지휘선실에 돌아와 있었다. 선실 앞에는 큰 창문이 있었는데 창 앞에는 가늘고 빽빽하고 견고한 철망이 걸려있어서 화살이 날아들 걱정은 없었다. 묵자가 맨 앞에 있는 배를 지휘하면 후미에 있는 신호병이 깃발을 흔드는 것과 동시에 각 배로 명령이 전달됐다.
원징은 묵자의 뒤에 서서 소리 없이 지원해주고 있었다.
오연걸의 표정은 무거웠고 눈빛은 날카롭고 서늘했다.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은 갑갑한 기운이 때때로 묵직하게 가슴을 내리쳐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그를 아프게 했다. 자신은 반드시 묵자를 한번 이겨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강 위에서 왜 갑자기 안개가 피어오르지?”
대장군 하나가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송군의 배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이렇게 외쳤다.
“안개가 아니고 연기다! 배의 속도를 늦춰! 화구(火球)를 던져라!”
연기가 있다는 것은 불이 있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자신들이 묵자에게 땔감을 더해준 셈이 되었다.
화구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가 예상했던 성과는 없었고 그저 물보라가 튀는 소리만 들렸다.
‘배의 속도가 이렇게 빨랐던가?!’
오연걸은 속으로 저주하며 이렇게 소리쳤다.
“대형을 늘려서 포위 공격을 준비하라.”
Support your favorite authors and translators in webnov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