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화. 평생을 나와 함께 [최종장]
오연걸이 오연륵을 밀치고는 전전긍긍하고 있던 병사의 손에서 붉은색과 녹색의 깃발을 빼앗아서는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죽으면 너도 나와 순장(*殉葬: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함께 죽여 묻는 것)하는 거야!’
묵자가 그걸 보고는 하하 웃더니 고개를 돌려 원징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이렇게 말했다.
“서방님, 오연걸이 저한테 함께 묻히자고 하는데 뭐라고 대답할까요?”
원징이 부드러운 눈길로 쳐다보며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안 된다고 했다고 하시오. 순장해도 나하고 해야지, 그 사람과 무슨 상관이길래.”
묵자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뒤돌아서서 냉정한 표정으로 깃발을 흔들었다. 하지만 원징의 말을 전한 것은 아니었다.
‘투항해!’
‘패배를 인정해!’
‘영토를 할양(*割讓: 자기 나라 영토의 일부를 다른 나라에 넘겨주는 것)해!’
‘봉주를 양도하면 내가 널 보내주지!’
오연걸이 손에 들고 있던 깃발을 흔들었다.
‘꿈 깨라!’
묵자가 녹색 깃발을 흔들자 석유가 든 공과 화약공이 번갈아 가며 폭격을 퍼부었다.
또 오연걸의 입에서는 피가 뿜어져 나와 입가를 타고 흘렀고,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형님, 그만둡시다, 네? 그만두자고요.”
오연륵이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직 더 싸울 수는 있었지만, 만약 끝까지 모든 것을 퍼부은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 안 돼……. 난 죽여버려야겠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오연걸은 그만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오연륵은 연신 배에 타고 있는 어의를 불렀고 형님이 선실로 실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땅에 떨어진 깃발을 천천히 주워서는 놀라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신호병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봉주를 할양하는 것에 동의한다. 약정서를 준비하라.”
오연륵은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병사는 넋을 놓고 서 있었다.
“어서 빨리 흔들지 않고! 넌 우리가 산 채로 터져서 가루가 되는 걸 보고 싶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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