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3화. 섣달 그믐날
고교가 소매를 살짝 위로 걷어 올려 보니 손목이 붓고 멍들어 있었다.
정공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붉은 술이 달린 창을 잘못 들었다가 삐끗했어요.”
예전에는 무릎이 조금 까져도 문턱에 앉아 고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여주고, 눈물도 참았다가 고교가 돌아오면 그제야 터트리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이리 줘.”
소육랑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 두 사람은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왔어요?”
소육랑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상자를 보며 고교에게 말했다.
“밖에 주련을 붙이고 있는데 가서 구경하겠소?”
“네.”
고교가 약상자를 두고 방에서 나갔다.
정공이 아쉬운 듯 입을 비죽 내밀었다.
“왜요? 교교와 이제 막 대화를 시작했는데. 나쁜 매형!”
입구에서 처음 봤을 때, 소육랑은 순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일 년 동안 보지 못한 사이 키가 컸고, 이목구비도 더 어른스러워졌다. 정공은 더는 앳된 아이가 아니었다.
몸에는 병장의 영기가 어려있었고, 전방에서 연마한 살벌한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정공이 입을 여는 순간, 소육랑은 자신과 매일 말다툼을 하던 동자승이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됐어. 교교 나갔으니까 숨길 거 없다. 어서 옷 벗어.”
“왜요!”
정공이 경계하듯 팔을 감싸며 물었다.
소육랑은 탁자 위의 금창약을 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 약을 다 바르지 않으면 교교가 물었을 때, 나도 더는 널 도와줄 수 없어.”
정공은 교교의 걱정과 소육랑의 걱정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그럼 꼭 비밀 지켜줘요. 교교에게 말하지 말고.”
“알았어.”
그는 옷을 벗으니 얼룩얼룩해지고, 얽히고설킨 상처와 흉터가 몸에 가득했다.
어렸을 때 소육랑이 늘 그를 목욕을 시켜주었기에 몸 어디에 곰보 자국이 있는지도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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