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화. 일각을 다투다
입추가 지나자, 해가 지면 날이 급격히 추워지는 계절이 찾아왔다. 교소는 소명연의 품속에 폭 안겨 낮에 신제가 그를 불렀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폐하께서 당신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고요?”
“예, 소소. 신의의 당부를 어긴 것이 이쪽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소명연이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만큼 신제의 행동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괴했다. 일개 신하를 위해 식사 시간도 거르는 황제라니.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당신의 말대로 폐하께서 이쪽이······.”
교소가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그건 이 할아버지의 진찰이나 약과는 관계가 없을 거예요.”
“아, 그럼 천성적인 건가.”
소명연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그래도, 우리가 경성으로 돌아온 뒤로 더 나를 의존하는 것이 더욱 심해진 것 같아요.”
교소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자리에 앉아 있으니 이제 더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교소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소명연은, 의문이 살짝이나마 풀린 표정이었다.
* * *
다시 며칠이 지나고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바닥이 온통 낙엽들로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궁내의 태감이나 궁녀들은 쉼 없이 그 낙엽들을 쓸고 있었다.
“비켜, 비켜!”
내시 한 명이 그렇게 외치며 자녕궁에서 뛰쳐나오다가, 바닥을 쓸고 있는 궁비와 부딪혔다.
“아파라, 도대체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는······.”
엉덩방아를 찧은 궁비가 꿍얼거렸다.
하지만 그와 부딪힌 내시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것이냐?”
내희가 문 입구에서 손을 뻗어 그 내시를 가로막았다.
내시는 자리에 멈추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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