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화. 빈 곳
젊은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하는 짓이오?”
노점 주인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화를 냈다.
“더 실력 좋은 사람을 찾으셔야겠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모사하지 못합니다.”
‘나는 진사 출신에, 한림원도 들어갔었던 사람이라고. 살림이 아무리 어려워도 춘화를 그리는 수준까지 떨어질 순 없지. 게다가 이렇게 괴상한 장면이라면 말이야!’
젊은이는 제 제안이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는 듯 수치스러워했다.
“다시 묻겠소. 그리지 않겠다는 거요?”
노점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예, 못 그립니다.”
젊은이는 아주 노여워하며 침을 퉤 뱉었다.
“퉤, 글자나 그림 따위를 파는 노점상 주제에, 이 몸이 ‘선생’이라 부를 가치도 없는 놈이었군. 그리지 않겠다면 은을 이리 돌려내! 거기, 너희는 이 가게를 망가트려 버리거라.”
젊은이 뒤에 있던 두 하인이 곧바로 앞으로 나오더니, 한 사람은 노점을 밀어 넘어트리고 한 사람은 이를 짓밟기 시작했다.
“밟지 마시오. 밟지 말라니까! 법도도 모르는 거요!”
“법도? 동성에선 이 몸이 바로 법이다. 너 같은 가난뱅이가 감히 이 몸 앞에서 법도를 논해?”
젊은이는 노점 주인을 힘껏 발로 찼고, 이에 노점 주인은 바닥에 털썩 내팽개쳐졌다.
두 하인이 노점 자리를 완전히 망가트리자, 젊은이가 그를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꼈다.
“주는 복도 못 받아먹는군. 너희는 앞으로 매일 여기 시장을 한 바퀴씩 둘러보며, 이자가 노점을 차리면 바로 망가트리거라!”
“걱정 마십시오, 도련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젊은이와 두 하인은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떠나갔다. 남은 노점 주인만이 처량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있었다.
한동안 이웃 가게였던 행상인이 그를 일으켜 세우며 한숨 쉬었다.
“어찌 동성의 3대 깡패 중 둘째인 조씨네 도련님을 건드리셨소. 앞으로 여기선 장사를 이어가지 못하실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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