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신의 바람 (1)
후미야의 말은 적당히 절충점을 찾은 제안이었다.
만약에 강후의 활동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길드 얘기를 꺼냈으면 고민도 안 했을 터.
그런데 그는 '해외 활동 한정'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즉, 국외에서 활동할 때만 소속될 길드로서 리코우 길드가 어떻냐고 묻는 것이다.
솔깃한 제안이다.
'대다수의 헌터물 소설이 그렇듯이 내 소설도 실력 있는 헌터는 프리랜서가 낫지.'
하지만 강후의 생각대로 이 세계는 프리랜서에게 더 많은 특혜가 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그 빈틈이 바로 '옵저버'다.
길드원과 동일한 대우, 혹은 그 이상을 받으면서 길드에 대한 의무를 전혀 가지지 않는 존재.
일전에 스핏파이어 길드가 강후에게 제안했던 포지션도 바로 옵저버였다.
인재를 영입하고 싶은 후미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안이 너무 확실하다.
강후가 답했다.
"괜찮습니다. 협력을 제안하기를 원하신다면, 옵저버 자격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후미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예상했던 대답이라는 반응이다.
그도 구구절절 뒷말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 한 번, 떠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리코우 길드에서 저를 필요로 하고, 그에 알맞게 옵저버 자격을 주시면 1순위로 고려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요즘 출혈 딜러를 구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는 터라.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길드 내에 암살자나 광전사의 수가 적은 편인가요?"
"많이 적죠. 토우시 길드와 전면전을 치르면서 꽤 많이 잃기도 했고요. 불균형이 좀 있습니다."
후미야가 엄지손가락 끝으로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생각할수록 머리 아픈 문제라서다.
암살자의 부족은 대다수 길드가 호소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강후는 자신의 직업이 갖는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고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감사한 제안을 주셨는데 거절을 하게 됐네요. 너그럽게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별말씀을요. 제안과 거절은 헌터에게는 일상인걸요. 아쉬울 뿐이지 다른 건 없습니다."
후미야가 웃었다.
그는 포근한 미소가 꽤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안영호에게는 분명 좋은 삼촌일 것 같았다.
앞으로도 리코우 길드는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지금처럼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다.
토우시 길드라는 적대적 세력이 있지만, 오히려 적절한 긴장 속에서 힘을 키울 기회가 될 터다.
* * *
1시간 후.
강후는 안영호와 함께 오사카 시내를 거닐고 있었다.
맛집 투어라는 명분 아래 안영호가 강후를 끌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어차피 던전 공략의 시작은 내일부터이고, 오늘 별도로 훈련을 할 생각도 없었던 만큼.
강후도 못 이기는 척, 안영호를 따라 오사카 시내의 풍경을 살피고 있었다.
안영호의 성좌 정보를 살피니, 처음 그를 만났을 때에 비해서 상당히 성장해 있었다.
레벨을 정확히 가늠해 볼 수는 없지만, 못해도 250 이상은 될 것 같았다.
강후가 물었다.
"지금 레벨이 몇이야?"
"레벨요? 265쯤 됐죠?"
"날 만났을 때가 얼마 정도 됐었지?"
"137이었을 거예요."
"꽤 많이 올렸네."
"외삼촌이 어디 가서 얻어맞고 다니지 말라고, 아예 던전에서 살게 하셨어요. 죽고 싶었어요, 진짜...."
"삼촌 찬스가 있다는 걸 감사하게 알아야지."
"그건 맞아요. 쩔도 많이 해 주셨고요. 진짜 밥값 해야죠. 저를 도와주신 분이 너무 많아요."
편법을 이용해서 안영호에게 경험치를 몰아주는 작업도 꽤 진행을 한 모양이었다.
사실 지금 성장은 그래야만 가능한 수준이기도 하다.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았을 터다.
안영호의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힐러로서의 실력과 감각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전투 능력이 없다는 것. 살상 능력은 제로였다.
그래서 일전에 강후를 처음 만났을 때도, 훨씬 레벨이 낮은 헌터들도 어쩌지 못했던 것이다.
안영호로서는 도망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상황이었다. 그게 안영호의 단점이다.
'성좌도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경험치를 보조해 주는 쪽으로 붙었으니 앞으로도 걱정은 없겠군.'
안영호의 미래도 정유리나 박동재처럼 밝아 보인다.
정화 길드와 깊은 악연이 될 일도 막았으니, 아마 앞으로 리코우 길드에서 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안영호 역시 강후에게는 꽤 중요한 카드 중 하나였다.
일단 유능한 힐러라는 부분에서 언젠가 까다롭고 어려운 던전 공략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고.
리코우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인 후미야는 물론, 네임드가 많은 외가의 힘을 뒤에 업고 있으니.
강후에게 직간접적으로 인맥을 확장해 줄 요소도 많았다. 그랬다. 이용 가치가 충분했다.
"형님."
"응?"
"삼촌이 형님에 대해서 많이 조사를 하셨어요. 뒷조사 같은 것은 절대 아니고요. 실력 있는 암살자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안 그래도 아까 들었어. 길드 내에 암살자가 적다면서."
"그루 길드와도 삼촌이 친분이 좀 있으신데, 거기서 얘기를 들으셨더라고요. 형님의 활약을!"
"출혈 딜러로 참여했던 용병 건을 말하는 모양이네."
"네, 맞아요! 유능한 출혈 딜러 구하기가 어려운 건 저희 길드도 마찬가지거든요, 사실."
"그렇게 품귀인가?"
"많이요. 국제 용병 시장에서도 출혈 딜러에 관련된 페이가 요 몇 개월 사이에 3배가 뛰었어요."
"오호."
흥미로운 얘기였다.
국제 용병 시장은 말 그대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용병을 구하는 세계 시장의 흐름을 말한다.
일전에 정문 제약의 제1 연구소를 공격했던 다국적 용병대도 이렇게 탄생한 조직이다.
물론 중국 쪽에서 다수의 헌터 무리가 집중적으로 유입되긴 했지만, 구조는 어쨌든 그랬다.
"형의 최근 성장세를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 놓쳐선 안 될 인재인 거죠."
"영호야. 넌 정말 솔직하구나."
"그러게요. 전 거짓말을 못 해요. 아니, 할 수가 없죠."
"넌 영입에 관련해서 영업은 하면 안 되겠다."
"맞아요, 형님. 하하하!"
안영호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진실의 천리안]
[중립 성향의 성좌. 원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지만, 자신 역시 항상 진실만을 말해야 합니다.]
진실의 천리안을 메인 성좌로 두고 있는 진실의 눈, 안영호.
그러다 보니, 자신이 하는 말도 결국 진실일 수밖에 없다. 돌려 말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안영호의 성좌에게 말리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말을 하면 진실만을 말하게 되기에 비즈니스적인 대화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때.
해 질 무렵, 저녁을 알리는 붉은 노을의 평화로움이 지평선을 따라 내리 앉을 즈음.
"저 새끼 잡아!"
"토우시 길드다!"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두 차례의 말밖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뭐지?"
안영호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서 들린 걸까.
정황상, 토우시 길드원이 오사카 시내에 잠입해 있다가 리코우 길드의 순찰대에 발각된 모양.
서로 전면전 중이기 때문에, 적대 세력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 첩자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이쪽! 이쪽이에요!"
"여기에요!"
시민들이 소리쳤다.
리코우 길드의 관할 아래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는 시민들은 그들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당연히 토우시 길드의 헌터들에게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갈 방향을 순간적으로 놓쳐버린 토우시 길드원이 움켜쥐고 있었던 단검의 방향을 돌렸다.
행인 중에 손녀와 함께 길을 거닐고 있던 할머니 하나를 노린 것이다.
우악스러운 손길로 손녀를 옆으로 밀쳐낸 그는 할머니의 목에 곧바로 단검을 겨누었다.
"할머니! 으아아아앙!"
아이는 울었고.
"유코! 여기로 오면 안 돼! 할머니 괜찮아! 얼른 저 언니들한테 뛰어가!"
할머니는 혹시나 손녀가 갑작스런 인질극에 휘말릴까 하는 걱정에 전력으로 손짓했다.
"이런 개새끼 같은 놈."
안영호의 입에서 가감 없이 욕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혹시나 강후가 이 일에 휘말릴까 싶어, 미리 말리려던 그때.
"응?"
바로 옆에 있었어야 할 강후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작은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그새 강후가 자리를 비운 것이다. 예상도 못 한 결과였다.
안영호가 놀란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다시 강후의 모습이 보였을 때, 강후는 어느샌가 토우시 길드원의 뒤에 자리 잡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솨악! 쇄액! 서걱! 솨악!
강후의 단검이 인정사정없이 토우시 길드원의 몸을 베었다.
양쪽 손목,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 그리고 뒷목까지!
전투를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기에 가장 좋은 부위만 골라서 베어 버린 것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토우시 길드원은 할머니를 위협할 타이밍조차 잡지 못했다.
인질극을 벌이려다 오히려 난도질만 당한 셈이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피칠갑을 한 할머니가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피를 뒤집어썼지만, 그중에 할머니의 피는 없었다. 전부 악독한 '그놈'의 것이었다.
"와, 뭐야?"
"어떤 분이지? 리코우 길드 헌터 님인가?"
"바로 할머니를 구했어!"
행인들이 강후의 놀라운 활약을 보고는 하나 같이 스마트폰을 들어 그를 영상에 담았다.
강후로서는 썩 반갑지 않은 촬영이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위험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뭐랄까. 이때만큼은 내 일이 아닌 남 일이라는 생각이 잠시 사라졌던 듯했다.
한편으로는 손녀와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에게 비극이 드리우지 않길 바랐을지도.
후회하진 않았다.
이기적으로 생각한다 해서, 꼭 모든 일에서 나만 생각할 필요는 없기에.
"크허억!"
쿵!
강후의 단검 난도질에 완벽하게 무장해제를 당한 토우시 길드원이 무릎을 꿇었다.
속절없이 쏟아져 내리는 피가 이미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운명을 암시해 주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빠르게 이쪽으로 접근해 오는 리코우 길드의 순찰대가 보인다.
보니까 둘 다 검사 헌터였던 탓에 추격이 더뎠던 모양. 검을 든 뚜벅이들의 어쩔 수 없는 비애다.
한데 바로 그때.
"X발...!"
분노에 찬 토우시 길드원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이내 몸 전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자폭이다.'
이런 변화가 어떤 흐름인지 강후는 잘 알고 있었다. 자살 폭탄 테러라고 해도 무방할 상황.
폭탄을 따로 장착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몸속에 있는 마나가 폭발의 매개체가 된다.
이대로 터지면, 마나가 같이 폭발하는 것이기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탁!
그래서 손가락을 튕겼다.
혈화.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안전하게 '인간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퍼퍼퍼펑!
피의 폭발과 함께 하늘에서 붉은 살점이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손녀에게로 돌아간 할머니는 아이의 눈과 귀를 일찌감치 막아 두고 있던 상태였다.
적어도 이 참혹한 살육의 현장이 연소자 관람가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180화 신의 바람 (2)
* * *
혈화에 휘말린 토우시 길드원은 즉사했다. 터져 죽었으니까 죽음을 의심할 이유도 없었다.
늘 그랬듯, 강후는 그 헌터에게서 성좌가 강탈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강탈이 막 진행되는 찰나, 갑자기 계약이 해지되었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내용은 이랬다.
['신의 바람'과의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구속이 없는 계약자와 유지될 수 없는 계약입니다.]
성좌창에 잠시 추가됐던 성좌, 신의 바람에 대한 정보가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재빨리 내용을 확인했다.
[신의 바람]
[자폭으로 생을 마감하는 계약자에게 신병(神兵)의 구성원이 될 영광스러운 기회를 부여합니다.]
'뭐지, 이 섬뜩한 설명은.'
눈살이 찌푸려졌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다음을 부여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니.
그래서 방금 토우시 길드원도 미련 없이 자폭을 택한 듯했다.
저기서 말하는 신병이 무엇인지는 강후도 짐작할 수 없었다. 원작에 없는 설정이라서다.
원작에서 나오지 않은 설정이라면 크게 두 가지다.
무게감이 적어, 굳이 구축할 필요가 없던 설정이었거나. 혹은 마왕에 관련된 설정이었거나.
둘 중 하나다.
마왕에 관련된 설정을 짜지 않은 이유는 너무 간단했다.
소설의 엔딩 시점이 마왕 등장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왕 부역자 엔딩이 난 것이고.
'전자보다는 후자 같은데. 이런 성좌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강후의 눈빛이 깊어졌다.
놀란 것은 강후를 지켜보는 성좌도 마찬가지였는지, 대재앙 – 어둠이 간만에 목소리를 냈다.
[어둠은 빛의 뒤에 음흉하게 숨어있는 법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은밀한 어둠을 찾아내었군.]
'신의 바람에 대해 아십니까?'
[모른다. 나와는 결이 다른 녀석인 것 같다.]
대재앙 – 어둠의 대답은 간결했다. 대성전의 성좌도 모르는 이 성좌는 도대체 뭘까?
자폭이니 신병이니 하는 언급을 하는 것으로 봐서는 평범한 성좌 같지는 않다.
대성전에서 이름을 날렸을 법한 느낌인데, 대재앙 – 어둠은 아는 것이 없는 모양.
[대성전 외곽의 존재일 수도. 혹은 대성전 내의 은밀한 비밀일 수도 있다.]
차원 강탈자가 말을 보탰다.
성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성좌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강후의 긴장감도 확 올랐다.
미지의 진실과 마주한 느낌이랄까. 소설로 따지면 떡밥만 뿌려진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원작자도 모르는 떡밥이라니.
어쨌든 할머니의 목숨도 구하고, 리코우 길드가 또 한 번 신세를 지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성좌를 빼앗았다가 다시금 잃은 느낌이라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물론.
"형님. 우선 제가 여기를 수습할 테니, 숙소로 돌아가시겠어요? 아이템은 제가 회수하겠습니다."
안영호가 눈치껏 나선 덕에 나름의 보상이 생기긴 했다.
죽은 토우시 길드의 헌터에게서 회수한 아이템을 직접 주려는 모양이었다.
그쯤이면 수고비로는 충분할 듯싶었다. 혹은 그 이상일지도.
"그래. 속 편하게 밥이나 먹으러 다닐 상황은 아닌 것 같네. 그럼, 수습하고 보자."
"네, 형님."
"고생해."
다시 호텔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람들이 강후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고, 동영상을 찍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이번의 전투에 쓴 스킬이라고는 기교의 장막과 횡 이동, 대참수가 전부였으니까.
다만 당분간 헌터 그램의 이슈가 될 것 같기는 했다.
'오사카 정의구현남' 같은 낯뜨거운 타이틀이나 안 걸리면 다행일 것 같다.
* * *
호텔로 돌아오는 동안에 강후는 대재앙 – 어둠, 차원 강탈자와 좀 더 대화를 나눴다.
우선 대재앙 – 어둠은 자신을 의심하지는 말아 달라고 했다.
딱히 의심하지 않았음에도 강하게 신의 바람과 접점이 없음을 어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만큼 강후에게 도매금으로 싸잡혀 보이기 싫어서였기도 하고.
동시에 여전히 강후에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주시 중인 세 명의 계약자 중에 강후가 단연 으뜸이었다.
다만 성좌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다른 성좌들과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못마땅할 뿐.
어쨌든 자신이 망설이는 사이, 강후가 훌쩍 성장을 한 상황이었기에 무게추는 꽤 기울어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대재앙 – 어둠이 오히려 강후의 심기를 잘 살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차원 강탈자는 자신의 강탈이 거부당한 것은 처음이라며, 당황스러워했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냉정한 그녀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일단 강후는 답을 얻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는 않기로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 봤자 끝나지 않는 의문으로만 남기 때문이다.
오히려 쓸데없는 불안감만 자극하게 된다. 성좌가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알 수는 없다.
이번에 신의 바람에 대한 꼬리가 밟혔으니, 언젠가는 몸통을 볼 일이 있을 터.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면 된다. 신의 바람이라는 성좌가 있다는 것 자체는 알았으니까.
그렇게 대화를 일단락짓고는 호텔에서 쉬며 티비를 봤다.
늘 그랬듯이 헌터 관련 채널을 틀었다. 온통 일본어였지만 해석에 어려움은 없었다.
- 헌터 '호사카 켄지'가 현재 1급 지명수배범 '이시하라 유우지'와 함께 있는 것이 포착됐습니다.
일본 치안청 당국은 두 헌터의 조합이 매우 우려되는 조합이라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호사카 켄지에게 즉각적으로 이시하라 유우지와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경고했습니다.
"미친놈 둘이 만났네."
강후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호사카 켄지는 공간 활용 능력 쪽으로는 알아주는 일본의 네임드 헌터다.
강후가 민수현을 구출했을 때.
- 실로 믿기 힘든 공간 이동 능력입니다. 일본에서 공간 이동으로 유명한 호사카 켄지도 이 정도 거리는 어려울 겁니다.
하고 이현석이 언급했던 인물이 바로 그였다.
켄지의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은 10km를 훌쩍 넘는다.
강후의 순간 이동 능력은 활용에 제한이 있지만, 켄지는 마력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했다.
켄지의 공간 능력과 유우지의 극딜 능력의 조합.
어디서 많이 본 조합이다. 바로 장시환과 채관형의 조합. 심판의 지옥에서 봤던 그 능력이다.
- 어제 촬영된 해당 영상은 두 사람이 오사카 시내로 들어온 영상이었습니다.
- 리코우 길드는 즉각 두 헌터에 대해서 경고 성명을 발표하고, 오사카 시에서 즉시 퇴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꽤 골치 아파지겠군."
일본 방문 시점이 아주 베스트했다고 말할 순 없을 듯했다.
물론 이런 것 하나하나 다 따지면 갈 곳은 어느 곳도 없다. 감수할 부분이기는 하다.
"이 빌어먹을 세계에 낙원 같은 건 없어. 지옥은 몰라도."
침대에 몸을 눕힌 강후가 익숙한 멘트를 중얼거렸다.
원작의 신강후가 장시환에게 했던 말 중에 하나다.
그 말이 정말 어울리는 세계다. 힘이 곧 법이 되고, 나약함이 곧 죄가 되는 시대.
"후."
뜨거운 한숨을 토해내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 바쁘게 암흑기 파밍에 힘쓰려면 체력 회복은 필수다.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 * *
그 이후, 일주일이 흘렀다.
레벨은 188.
던전 한 곳을 돌 때마다 레벨 2가 오른 셈이었다. 총 다섯 개의 던전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신강후 Lv. 188]
[클래스 : 암살자]
[고유 재능 : 제법 우수한 주력 / 대단히 뛰어난 동체 시력]
[근력 760][민첩 1015]
[체력 841][마력 21]
[항마 510][맷집 660]
[* 암흑기 280]
암흑기가 대폭 올랐다.
130에서 280까지 올랐으니, 무려 150이 오른 셈.
한 곳에 15 정도의 암흑기 파밍을 예측했는데, 두 배의 목표를 달성했다. 상당한 초과달성이었다!
"솔라키움, 매드 솔라키움은 정말 원 없이 썼네. 뼈랑 근육이 녹는 것 같은 느낌이 이런 건가?"
던전 출구 바로 앞에서 강후가 널브러진 채로 찬 바람을 쐬며,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솔라키움도 8개로 줄었고, 매드 솔라키움 역시 10개가 됐다. 슬슬 추가로 살 때가 온 것이다.
각신환은 아꼈다.
손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가 몇 번이고 있었지만.
추가 수급이 너무 어려운 귀하신 몸이다 보니, 쓸 수가 없었다. 손이 떨렸달까.
그래도 어찌저찌 공략은 성공했다. 애초에 던전 수준 자체가 아주 높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흑월참이 커."
강후의 총평이었다.
일반 헌터가 와서 똑같이 공략을 했다면, 기껏해야 다섯 군데에서 30 정도 올렸을 터다.
대량의 암흑기 파밍을 위해서는 망령 몬스터 사냥이 필수인데, 녀석을 죽일 수가 없어서다.
강후는 암흑기를 활용하는 히든 스킬 흑월참을 이용, 망령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었다.
관련 스킬이 있고 없고의 차이로 5배 이상의 기댓값을 얻은 것. 엄청난 격차였다.
"스킬도 미들 보스, 메인 보스가 있던 다섯 번째 던전에서 두 개는 강탈했고... 이쯤이면 충분하네."
앞서 미들 보스, 메인 보스가 없는 네 던전에서는 따로 스킬이 추가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던전은 보스가 두 마리 있었고, 녀석들로부터 스킬을 톡톡히 챙길 수 있었다.
[칠야(漆夜)]
[스킬 숙련도 : Lv. Max]
[해가 없는 밤에는 암흑기의 회복 속도가 2배 증가합니다.]
현재 강후의 암흑기 회복 속도는 순흑의 구도자 덕분에 분당 1.
칠야 덕분에 이제 분당 2의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밤이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암흑기는 지금처럼 성좌 영향이 없으면 자연 회복이 불가능하기에 관련 상승효과는 매우 중요했다.
[위선(僞善)]
[스킬 숙련도 : Lv. Max]
[신성력 공격을 받으면 신성력의 일부를 암흑기로 회복합니다.
단, 무속성 공격은 제외.]
흥미로운 스킬은 또 있었다.
아마도 던전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전부 암흑기 기반의 몬스터라 그런지 특화가 이렇게 된 모양.
언젠가는 신성력을 다루는 몬스터를 상대할 일도, 헌터와 싸울 일도 생길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아주 좋은 구성이었다.
이를테면 구원의 성녀 엘리자베스 같은 신성력 기반 헌터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은 암흑기 기반 스킬이 흑월참 하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더 늘어날 거고.'
장래가 유망한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 강후로서는 기대가 컸다.
암흑기 관련 스킬은 스탯의 희귀함만큼이나 위력이 상당하다.
암흑기는 보통 스탯 1,000까지는 150이 오를 때마다 대미지가 2배 정도 오르는 것으로 본다.
즉, 이번에 150이 오른 강후의 흑월참도 이전보다 최소 2배 이상의 대미지를 기대할 수 있다.
적게 잡아서 그 정도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면 2.5배나 3배가 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망할 타카시 새끼."
혼자만 있는 던전 안이라 타카시에 대한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일주일 내내, 언데드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강후는 그림자 걸음의 습관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
모든 움직임을 머리에 담았지만 도저히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 생각 덕분에 좀 더 움직임이나 자세가 깔끔해진 것은 맞지만, 마음의 찝찝함이 남았다.
이래서야 타카시와의 사이에서 밀고 당기기는커녕, 쭉 당겨갈 판이었다.
물론 그래서 이 악물고 일주일 동안 타카시에게 사소한 DM 한 번 보내지 않기도 했지만 말이다.
친구가 되자고 깊숙하게 어필하고 들어갔던 만큼, 이번에는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녀석의 성격이 그렇다.
너무 들이댄다 싶을 정도로 가까이 굴면 흥미를 잃고 멀어진다.
그래, 괴짜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녀석의 심리를 요리하려면 반드시 적절한 레시피가 필요하다.
181화 친구의 자격 (1)
* * *
저녁부터 시작된 비는 갈수록 더 굵어지더니, 자정이 되어서는 아예 폭우가 됐다.
틀어놓은 티비에서는 속보로 호우 특보를 다뤘다. 몇몇 곳은 벌써 침수가 발생한 모양.
폭우가 내리면 난리법석이 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를 게 없었다.
이렇게 비 오는 날에 밖에 나가면 개고생이라지만.
테라스에 서서 시내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는 제법 운치가 있었다.
빗줄기가 만들어 내는 특유의 리듬이 기분 좋은 소음이 되는 것이다. 잡념을 지워주는 느낌이랄까.
오사카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호텔 안은 여기서 평생을 지내고 싶을 만큼 편안했다.
리코우 길드원과 관련자들에게만 제공되는 호텔인데, 서비스 질이 정말 좋았다.
"일단 150억 원을 더 늘렸고."
150억 원. 앞서 강후에게 목숨을 잃은 토우시 길드원의 아이템을 수습하고 판매한 금액이었다.
안영호가 모든 과정을 직접 총괄한 덕분에 복잡하게 신경 쓸 것 없이 잔고만 확인하면 됐다.
1,850억 원.
통장에 있는 돈이었다.
짜투리까지 합치면 1, 2억 원 정도 더해지긴 하지만 그 계산은 논외로 했다.
게다가 이제 자정을 지나고 나면, 월이 바뀌어 골드 카드의 한도도 리셋이다.
지난달에는 스핏파이어 길드에서 준 골드 카드를 마스터 K에게서의 물품 구매에 썼었다.
이번 달도 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솔라키움, 매드 솔라키움이 줄어든 차였으니까.
강후는 앞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암흑기 파밍이야 던전이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 들어가서 하면 그만이었다.
다섯 곳만 공략하고 중단한 것은 체력적인 부침도 있긴 했지만.
사실 일주일 내내 언데드류 몬스터의 낯짝들만 보고 있다 보니, 지겨워서였다.
전투 패턴이나 레퍼토리도 너무 단순해지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흐름을 끊은 것이다.
익숙함, 적응, 그리고 반복.
그것은 가장 싫어하는 변화이기도 했다. 창의성을 말살하고, 타성에 젖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킬 복사는 신중해야 해서 마음이 쉽게 정해지지 않네."
예전에 얻은 스킬 복사의 기회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스킬 복사 1회]
[헌터를 상대로 성별, 레벨, 클래스에 상관없이 직접 확인한 스킬 하나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
[체득하는 과정에서 클래스 불일치에 따른 페널티는 없으며, 효율도 100% 승계됩니다.]
제약, 제한이 전혀 없는 자유도 100%의 스킬 복사였다.
대상이 헌터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직접 눈으로 본 스킬이면 충분하고.
이 조건만 달성하면, 예를 들어 레벨 1,000의 헌터라고 해도 스킬 복사가 되는 것이다.
처음에 복사 대상으로 떠올렸던 것은 장시환이었다.
하지만 매력적인 스킬이 꼭 장시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강후와는 결이 좀 달랐다.
스킬 복사 기회는 무르기가 안 되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자꾸 고민하다 보니, 지금은 아끼다가 똥 되기 딱 좋은 상황이기도 했다.
"아예 천살노수를 찾아볼까?"
생각의 방향을 확 틀어봤다.
천살노수.
중국에 있는 네임드 암살자로 올해 칠순을 막 넘겼을 노인이다.
강후와 같은 암살자이기에 빼먹을 만한 스킬이 꽤 많았다.
다만 별칭에 '살'이라는 글자가 들어갈 만큼, 그는 외부인에 대해 철저한 응징으로 답을 해 왔다.
그래서 지금 천살노수가 머무는 공간에는 어느 헌터도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떤 목적을 갖고 왔건 간에 이유를 설명할 틈도 없이, 그의 손에 죽기 때문이다.
"위험하긴 해도, 가치 측면에서는 천살노수가 낫겠다. 조만간 중국을 가야겠어."
이래저래 생각해 봐도, 암살자로서 결이 같은 그에게서 스킬을 복사함이 좋을 듯했다.
그에게는 광역 살상, 단일 살상 스킬 가릴 것 없이 암살자에 특화된 스킬이 많다.
그중 하나만 성공적으로 복사할 수 있어도, 앞으로의 전투가 제법 편해질 것이다.
물론.... 스킬을 눈으로 살필 수 있을 만큼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강후는 일본에서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떠올렸다.
천살노수와 관련된 스킬 복사의 건은 중국에 가기 전까지는 백날 생각해 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타락한 진실이 일본이었나?"
바로 생각난 것은 강후가 착용하고 있는 단검인 타락한 신념에 관련된 세트 효과였다.
[타락 결의 – 세트 효과 '타락 결의'를 가진 아이템 5종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해당 아이템이 던전에 있을 때만 표시가 가능하며, 특정인의 소유 시에는 알 수 없습니다.
아이템 5종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검, 흉갑, 목걸이, 반지 2종.]
5종 중에서 단검은 강후가 갖고 있는 상황.
나머지는 위치를 확인해 보니 흉갑은 독일, 목걸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었고.
반지 2종 중 하나는 중국에 있었다. 그리고 남은 1종이 일본에서 확인이 됐다.
마치 GPS처럼 현재 위치를 표시해 주기 때문에, 어느 던전에 있는지 특정하는 것은 쉬웠다.
다만 문제는.
"후쿠오카 해방구네."
그 던전이 누구의 관할에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후쿠오카 카이호쿠라고 부르는 곳으로 한국의 해방구와 명칭이 같았다.
상황의 특성만 놓고 보면, 한국의 오산과 상황이 비슷했다.
오픈형 던전 하나와 마석 광산 채굴권을 놓고 다수의 길드가 경쟁 중인 상황이었다.
패권을 잡을 뻔한 길드가 있었는데, 반(反) 세력 연합이 결성되는 바람에 막판에 수포가 됐다.
여기는 리코우 길드의 관할과는 한참 멀리 떨어진 영역. 공적으로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안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나 후쿠오카 해방구 쪽에 아는 연줄이 없는가 하고.
녀석이라면 최대한으로 도울 방법을 찾아 줄 것이다.
* * *
저녁 내내 커피를 많이 마신 탓인지, 막상 새벽이 되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후미야의 배려로 대여받은 지하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어차피 잠이 안 오는 거, 몸이나 살짝 풀어 줄 생각에서였다.
몸에 피로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데 멍하니 누워있기는 더 싫었다.
안에는 다양한 무기가 있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느낌이랄까.
물론 연습용, 훈련용이기에 고가의 무기는 아니었지만, 개별 연습에는 차고 넘칠 정도로 좋았다.
잠시 단검을 만지작거렸던 강후가 이내 밀쳐냈다.
일주일 내내 단검을 움켜쥐고서 살았던 터라, 지금만큼은 단검과의 교감은 피하고 싶었다.
"한 번 써 볼까."
강후의 간택을 받은 무기는 바로 마력탄총이었다.
패시브 스킬인 초감각 – 무기 덕분에 기본적인 조작법을 별도로 숙지할 필요는 없었다.
거너 관련 스킬은 없으니, 마탄을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스킬은 쓸 수 없다.
하지만 마나를 응축시켜서 쏘는 기본 마탄 발사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마나를 한 점에 모아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총 자체의 집속 장치가 마나를 한곳에 모아주고, 최대치로 압축을 시작한다.
삑. 삑삑. 삑.
강후가 훈련장 안에 위치한 훈련 장치의 버튼을 몇 개 눌렀다.
가상의 타깃을 만들어 내는 장치로 원하는 수준을 전방에 구현해낼 수 있다.
마석을 활용해서 구현한 것으로 일종의 마나 덩어리다. 인체를 닮은 방어벽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설정한 것은 레벨 200의 헌터. 그쯤 되는 내구성과 체력을 가진 가상 타깃을 구현했다.
그리고.
우웅. 우웅. 우웅!
강후가 전력으로 마력탄총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기존 마나는 시작과 동시에 전부 휘말려 들어가 사라졌고, 곧바로 마나 과민증이 발동했다.
그러자 마치 진공청소기를 보는 것처럼 주변 마나가 강후에게 폭발적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마나는 고스란히 총 안으로 스며들었고, 그때마다 마력탄총이 진동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붉어지기도 하는 것이 과열의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과도한 마나 회복을 하면서 부담을 느낀 몸이 슬슬 두통으로 앓는 소리를 낼 즈음.
"후우."
심호흡 한 강후가 조준점에 맞춰서 가상의 타깃을 쐈다.
순수하게 마나만 불어넣은 상태에서 당긴 방아쇠였다. 스킬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바로 그때.
스퍼엉...!
가상 타깃이 터졌다.
동시에 우측의 전광판에 '즉사'라는 메시지가 출력됐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방금 강후가 쏜 마력탄 한 방이 레벨 200의 헌터를 즉사시킬 만큼 강력했다는 것이다!
'마나 과민증이 이렇게 활용이 되나? 이러면 의외로 마력탄총은 나랑 궁합이 좀 맞겠는데.'
강후의 눈썹이 들썩였다.
물론 방금 같은 일격을 수시로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마력을 모을 시간도 필요해서, 긴급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수, 보조 개념으로 마력탄총을 쓰는 것은 꽤 괜찮아 보였다.
혹은 전장에서 임기응변의 용도로 적의 총을 빼앗아 쓰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문득 예전에 반세영이 했었다던 말이 떠올랐다.
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
다른 무기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혼자 다 해 먹는 천재 '헌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진짜 난 이런 쪽은 유머나 센스가 없네."
스스로에 대해 그 누구보다 냉정하게, 아주 잘 판단하고 있는 강후였다.
* * *
강후가 휴식을 취하면서 안영호를 통해 후쿠오카 해방구로 갈 방법을 찾는 동안.
타카시는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연락 한 통 없는 헌터그램 보안계정의 DM 창을 보고 있었다.
"지적해서 삐졌나? 그런 속 좁은 놈은 아닌 것 같았는데."
만난 당일에 주소를 확인할 겸 보낸다는 첫 메시지를 보낸 이후로는 강후에게서 연락이 안 왔다.
엄청 만나 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실력을 좀 더 살펴보고 싶은 녀석이기는 했다.
한데 막상 연락이 계속 안 오니 오히려 자기가 뭔가 밉보였나 싶었다.
사실... 심심했다.
요즘 저스티스의 동료들과의 교류가 영 없었다.
전에 서울에 잠시 모였던 것도 빈센트와 엘리자베스를 보기 위해 갔던 것일 뿐.
정작 다 모인 자리에서는 아무도 자신에게 큰 신경을 써 주지 않았다.
물론 그래 주길 바랐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동료' 혹은 '친구'라는 이름 아래, 서로에 대해서 도란도란 대화라도 하길 바랐는데.
각자 하는 일이 바쁜지, 아니면 자신에게는 통 관심이 없는지 말도 제대로 걸지 않았다.
평소 살갑게 대해 주던 에밀리아와 유청화도 새로 합류한 엘리자베스에게 정신이 팔려있었다.
심지어 그 이후로는 둘 다 던전에 갔는지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였다.
저스티스의 구성원이지만, 고독할 정도로 느껴지는 소외감.
타카시는 티를 내지 않고 있을 뿐, 차갑고 쌀쌀한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확실히 쓸 만한 암살자가 없어. 떡잎이라도 괜찮은 녀석을 요 근래 본 기억이 없는데, 걔는...."
강후는 분명 달랐다.
그래서 자꾸 생각이 났다.
자기 앞에서 다 보여 준 것은 절대 아닐 듯하고, 찔러 보면 더 살펴볼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듯한 명분이 없이 강후를 먼저 찾는 것은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모양도 빠지는 일.
미끼를 하나 던져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니, 친구 되자는 놈이 뭐 이렇게 연락을 안 해? 필요할 때만 찾는 게 친구야?"
메시지를 보내는 와중에 타카시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었다.
짜증 나는 녀석이긴 한데 보고는 싶은! 딱 그런 녀석이 바로 강후였다.
182화 친구의 자격 (2)
* * *
"역시."
강후는 갑자기 울린 스마트폰의 알림을 보고 웃었다.
타카시가 헌터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내용도 타카시답게 엉뚱했다.
- 어, 내가 부탁한 대로 처리해 줘.
- 아, 잘못 보냈네요. 업자에게 보낸다는 것이 그만. 죄송합니다. 일 보세요.
대뜸 왜 연락을 안 하냐고 묻기가 그랬는지, 실수로 메시지를 보낸 척을 했다.
"이 어설픈 연기에 속아 줄 바보는 없겠지만, 지금 그림에서는 속아 주는 게 맞지."
웃음이 걷히려는 찰나, 다시 메시지를 보니 연달아 헛웃음이 또 나왔다. 참 단순한 녀석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타카시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타카시가 남겨 준 미해결과제에 대해서 궁금하고 미련이 남으면서도 일부러 거리를 뒀다.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다. 강후에게는 암흑기 파밍이 1순위였다.
그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자연스럽게 밀당이 된 듯했다.
남녀 사이도 아니고 남남 사이에 밀당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놓고 얘기한다면 분명히 밀당이 유리하게 된 것은 맞았다.
지금 타카시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열세 개의 별을 빼면, 철저하게 그 혼자만이 남는다.
외로움이 패시브 스킬처럼 달려 있는 것은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당연한 결과물에 가깝다.
그래서.
강후가 메시지의 내용에 속아 넘어간 척, 천연덕스럽게 답장을 보냈다.
- 아, 제가 연락드린다는 것을 너무 일이 바빠 놓치고 있었네요. 마침 잘됐네요. 잘 지내셨죠?
타카시의 자존심을 끌어 올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정도쯤이야.
* * *
두 시간 후.
강후는 오사카 시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타카시를 만날 수 있었다.
정확히는 타카시의 분신을 만난 것이지만, 분신을 보는 게 곧 본체를 보는 것과 같으니까.
그를 만난 곳은 조금은 오래된, 그래도 주변 풍경과 제법 잘 어울리는 5층 아파트 앞이었다.
한데 사람이 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보통 이런 아파트에서는 특유의 사람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주변이 온통 조용했다.
왜 그런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강후의 옆에 있던 타카시의 분신이 말했다.
"아파트 안의 몇몇 집의 현관이 아예 던전으로 연결되는 입구가 되어 버려서 말이죠."
"아파트를 통째로 산 건가요?"
"결론적으로는 그렇죠?"
"가장 확실한 던전 관리 방법이네요."
그제야 의문이 풀린 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우가 드물지는 않았다.
던전 입구라는 곳이 꼭 정해진 곳에 생기는 것은 아니어서다.
예를 들면 지하철 출구 앞에 생기는 경우도 있고, 아파트 옥상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강이나 바다 한가운데 생기는 일도 있는데, 그때는 출입에 늘 애를 먹는다.
"마지막 집을 설득할 때가 가장 힘들긴 했는데. 어쨌든 이렇게 던전 하나를 통째로 먹었으니, 뭐."
팔짱까지 낀 채,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타카시의 모습이 왠지 웃겨 보인다.
자랑은 하고 싶은데 대놓고 하지는 못하겠고, 그런데 상대가 리액션은 해 줬으면 하는 것 같달까?
지금은 의도적으로 녀석의 외로움을 파고 들어가, 인연의 고리를 만들려고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강후는 타카시의 '하찮은' 마음을 다 읽으면서도 능숙하게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멋지네요. 알박기를 이렇게 해 두면, 확실히 다른 헌터들이 손대기 힘들죠."
"손대면 다 죽는 거거든요."
후웅! 후웅!
타카시가 위협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확실히 움직임이 좋다. 경쾌하면서도 파괴적이다.
타카시가 말을 이었다.
"이 아파트에 연결된 던전은 입장 방식이 특이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고생을 좀 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들어가는 방식에 따라 던전에 연결되는 곳이 달라져요. 방법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지죠."
"미확인 케이스가 있다?"
"그렇죠."
타카시가 자연스럽게 말을 긍정했지만, 강후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신중한 타입인 타카시는 절대로 외부인에게 미공략 던전을 보여 주지 않는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다. 자기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남에게 보여 주지 않는다.
하물며 이제 두 번째 보는 사이라면 더더욱 마찬가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타입은 아니다.
'일부러 떠보는 거겠지.'
강후는 타카시가 일종의 테스트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럴듯하게 이름을 붙여 보자면, 친구의 자격을 보는 거겠지.
원작에서도 에밀리아와 유청화에게 했던 일이다. 좀 더 가까워져도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강후가 물었다.
"제가 이 던전을 경험해 봐도 되는 겁니까? 타카시 님이 연구 중인 던전으로 보이는데요."
"헌터끼리 인맥을 만들어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던전 공략밖에 없죠. 저를 보고 싶어 했다 하니, 이참에 던전이나 돌아보는 거죠."
최대한 쿨하게 말하려는 것 같은데, 그게 너무 티가 나서 전혀 쿨하지 않은 상황.
타카시 본인은 알까. 아마 누군가가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 줬으면 얼마나 어색한지 바로 알 텐데.
강후는 그런 부분에서 타카시의 미숙함을 느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함이나, 나쁘게 말하면 그렇다.
실제로 채관형은 원작에서 타카시의 이런 성향을 정말 싫어했다.
속내를 잘 숨길 줄 모른다며, 타카시 때문에 언젠가 열세 개의 별이 위기에 빠질 거라고 했다.
운명론을 믿는 채관형 입장에서는 그렇게 한 번 확신이 들고 난 다음에 뒤집을 수도 없었다.
"탐색을 좀 부탁드릴게요.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는 암살자가 특화되어 있으니까. 그렇죠?"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타카시가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정이 꽤 특이했다.
몇몇 집의 현관문을 열자, 던전으로 향하는 포탈이 나왔는데.
여기에 발을 내딛었다가 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나를 불어넣기도 했다.
마치 이동하기 위한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순간에 마치 새로운 문이 열린 것처럼 붉은빛의 통로가 확 열렸다.
방금까지는 막혀 있었기에 볼 수 없었던, 던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뚫린 길이었다.
준비를 마친 강후가 말했다.
"들어가겠습니다."
"저도 바로 따라 들어갈게요."
강후는 앞으로 나서기 전에 분신술로 분신을 소환해냈다.
순간, 타카시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신중히 움직이는 강후의 생각을 읽은 탓이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기 위해, 눈빛을 다시 숨겼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연한 얼굴로.
강후의 분신이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슈아아아!
강후는 분신의 시야를 통해, 공중에서 그대로 내리꽂히는 불의 검을 볼 수 있었다.
검의 길이는 5m 이상으로, 두께 역시 성인 장정 몇 명을 붙여 놓은 느낌이었다.
막으라고 존재하는 불검이 아니라, 어떻게든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검이 분명해 보였다.
타탓!
분신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정말 간발의 차이로 불길에 휘말리는 것을 막았다.
동시에 분신에게 불의 끈이 연결되는 것이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지정이라도 한 것처럼.
'원거리 패턴이군.'
짐작이 간다.
시작부터 이런 변수가 있으니까 먼저 들어가 보라고 했던 거겠지.
대응을 지켜보고 싶었던 것이었을 테니, 아주 좋은 시작이다. 먼저 본체부터 들이밀지 않았기에.
스윽.
이내 강후의 본체도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타카시가 강후의 뒤를 따랐다.
안으로 들어온 강후는 지속 시간이 끝나고 소멸 단계에 접어드는 분신을 대신해서, 자신이 직접 불검을 유도할 자리에 섰다.
강후는 확신했다.
불검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던전의 어딘가에 있고, 이 불검은 그를 기준으로 가장 먼거리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그래, 타카시가 매번 입이 닳게 주장하는 만물패턴론에 입각한 판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프슷.
이내 분신이 없어지고.
강후가 멀찍하게 자리를 잡았을 때, 어디선가 연결된 불의 고리가 강후를 휘감았다.
파앙!
동시에 그림자 걸음을 활용해서 그림자 하나를 타카시의 뒤를 쫓도록 만들었다.
이어 불검이 강후의 본신을 향해 공중에서 매섭게 내리꽂힌 그 순간.
파앗!
강후가 그림자와 자신의 위치를 바꿨다. 완벽한 교환이었다.
빠르게 불검의 영향권을 벗어나며, 안정적으로 원거리 패턴을 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강후의 '노가다'가 반복됐다.
불검이 떨어질 타이밍이 될 때마다 본체로 '지정'을 받고, 불검이 떨어질 때 그림자와 위치를 바꾸는 식.
20초 안으로 계속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었지만, 강후는 군소리 없이 계속 패턴을 빼 주었다.
'타카시 놈, 시작부터 테스트를 엄청 하드하게 하는데? 그래 봤자, 이 세계는 내 세계라고.'
강후가 속으로 웃었다.
원작에 나온 수많은 던전들.
모두는 아니더라도 굵직한 던전들의 패턴과 내용을 설계한 것은 바로 자신이다.
그렇기에 직접 경험한 적 없는 패턴이어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원거리 패턴으로 예상되는 순간부터 바로 스킬을 활용해 대응한 것이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이 던전에 들어왔다면, 시작과 동시에 몸이 반 토막 나서 죽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꽤 아찔한 구석도 있었다. 목숨이 날아갔을 수도 있는 상황 아닌가.
타카시가 몰랐을 리 없다.
아마 녀석은 이 정도 시험쯤은 통과해야,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 자격이 있다고 본 거겠지.
여기서 죽을 실력이라면 더 볼 필요도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죽었다고 해도 아쉬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죽음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보여 줄게.'
강후가 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원거리의 불검 패턴은 끝났다.
또 어떤 패턴이 기다리고 있을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열심히 머리 굴릴 준비는 끝났다.
* * *
'재밌네, 얘.'
시간이 흐를수록 타카시는 강후의 대한 호기심이 더욱 깊어졌다. 궁금증은 더 커져 갔다.
사실 강후가 패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자신이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강후의 예상대로 타카시는 연결된 다양한 타입의 던전 입구에서 패턴 체험을 끝난 상태였다.
강후가 처음, 입장하기 전에 분신술을 쓸 때부터 플러스 점수를 주기는 했었다.
설령 안전하게 보이더라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강후의 신중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다음, 안에 들어가자마자 원거리 패턴을 인지하고 그림자 걸음을 활용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쿨타임이 돌 때마다 계속 원거리 패턴을 빼 주는 것도 아주 좋았다. 책임을 미루지 않았다.
이후로도 강후는 자신이 패턴을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가까워지고 멀어지고를 반복하며 대응했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타카시를 리드하기도 했다. 이 방향은 안전하다면서 말이다.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꼼꼼하네. 얘, 생각보다 진짜 마음에 드는데?'
타카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능숙하게 패턴을 파악하는 강후에게 헌터로서 깊은 매력을 느꼈다.
만물패턴론!
자신이 신봉하는 던전 공략 논리에 있어, 강후는 교과서 자체나 다름없었다.
마치 이 던전을 설계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디테일한 대응까지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편했다.
183화 친구의 자격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