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6화. 성을 탈환하다
“활을 가져오너라.”
제정청은 그의 부하에게서부터 족히 백 근(*약 50kg)은 될 법한 철로 된 활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활을 필로 방향을 향해 겨눴고, 활시위를 팽팽히 당긴 뒤 발사했다.
이에 필로는 대경실색하며 옆에 있던 병사 한 명을 끌어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두 번째 화살이 그의 눈앞에 다가왔다.
푹——!
차디찬 철로 만든 화살이 그의 미간을 꿰뚫었고, 병사를 잡고 있던 그의 손은 일순 털썩 힘이 풀려버렸다. 그리고 이내 그의 장대한 몸뚱이가 앞을 향해 기울더니, 높디높은 성벽 위에서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성벽 아래, 성문은 이미 열린 상태였다.
제정청은 기다란 미늘창을 휘두르며 전군을 입성시켰고, 한순간에 지휘관을 잃은 동호군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앞선 1개월여간 적강성에 주둔하고 있던 이 동호군들은 하루하루 그저 미인들과 맛 좋은 음식들만을 누리며 생활했다. 그래서 이미 사기가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상황이었다. 1만여 명의 병사가 있으면 뭐 하는가.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존엄을 되찾으려는 주국군을 이들이 어찌 당해낼 수 있겠는가.
1만의 동호군 중 4천 명이 전사했고, 3천은 포로로 잡혔으며, 또 다른 3천은 무기를 내던진 채 도망쳤다.
제정청은 필로의 머리를 벤 후, 한 발 한 발 적강성의 성벽 위로 향했고, 조언옥은 묵묵히 그런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성벽에 오른 제정청은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를 성안의 백성들을 향해 필로의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게 집안에 꼭꼭 숨어 있는 백성들을 향해 우렁차게 외치기 시작했다.
“나 제정청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가 아니오. 난 주국을 배신하지 않았소!”
팅——!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공기를 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인지한 조언옥은 눈빛이 살짝 일변하며 있는 힘껏 제정청을 밀어냈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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