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4화. 모자의 만남 (2)
상관경은 ‘응응’이라는 말로 특정 단어를 대체하며 얼버무렸고, 소육랑은 그의 말투와 형제 사이의 정신적 감응 같은 것을 통해 결국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난 장원도 아니고, 공부도 할 줄 모른다.’
늘 잘난 척하며 우쭐대던 형이 이렇게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다니.
누구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신경 쓰이기 마련이었다.
소육랑이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는 형을 좋아할 거예요.”
상관경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너만 봐도 그녀가 어떤 아들을 좋아할지 딱 보이잖아.”
“그래서 몰래 시를 외운 거예요?”
소육랑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자, 상관경은 화들짝 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언제 시를 외웠다 그래!”
소육랑은 웃음이 터져 멈출 수가 없었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한 녀석은 아내 몰래 뒤에서 운동하여 몸을 만들고, 또 한 녀석은 몰래 시와 명언 명구를 외우고 있었다.
이 멍청한 아들은 언젠가는 어머니를 만나야 했다.
* * *
날이 어두워질 때쯤, 마차는 예정대로 주작 거리에 도착했다.
상관경은 꾸물대며 마차에서 내리려 하지 않았다. 어렵게 마차에서 내린 후에는 갑자기 골목의 벽에 기대어 서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소육랑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낯이 두꺼운 사람이었잖아? 어머니를 만나는 일만큼은 나보다 더 수줍어하는 건가?
두 형제는 길 맞은편의 골목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소육랑은 정공이 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제야 상관경은 우물쭈물 소육랑을 따라 걸어갔다.
둘의 어깨에 눈꽃이 쌓인 이유이기도 했다.
신양 공주는 처음에 소육랑이 ‘형’이라고 했을 때, 그가 누구를 부르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달처럼 하얀 피풍의를 입고, 탕후루를 든 상관경이 문턱을 넘을 때 신양 공주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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