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손자 (1)
점심을 먹은 후, 설응향이 전장에 가서 은자를 빼 왔다. 구단이 설응향의 다리를 안고 놓아주지 않아 구단을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전장에 사람이 많지 않아 얼마 기다리지 않고 은자 스무 냥을 받을 수 있었다. 설응향은 은자를 보자기에 잘 넣어둔 뒤, 구단을 등에 업고 보자기를 안았다.
전장에서 나오는 순간 설응향은 서생 차림의 한 젊은이와 부딪혔다.
“잘 보고 다니세요!”
서생이 불쾌한 듯 부딪힌 팔을 툭툭 털어냈다.
설응향은 곧바로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그러자 서생과 함께 걸어가던 사람이 거들었다.
“됐어! 신경 쓰지 마. 시험에 늦으면 저 사람이 배상할 수 있겠어?”
배상이라는 말을 듣자 설응향은 그만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다행히 서생의 동행인이 말렸으니 망정이지.
설응향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들었다. 보자기가 매우 가벼워진 것이다.
급히 보자기를 뒤지던 설응향이 순식간에 얼어붙고 말았다.
은자 스무 냥이 전부 사라졌다!
설응향은 조금 전 자신과 부딪힌 서생이 떠올라 그들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저기요!”
두 젊은이가 걸음을 멈추었다.
설응향과 부딪힌 서생이 고개를 돌리고 잔뜩 구겨진 얼굴로 물었다.
“왜요?”
설응향이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당…… 당신들, 내 은자를 훔쳐 갔잖아요!”
“뭐?”
서생은 억울하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응향은 집에서만 제멋대로지 밖에서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했다. 그런 사람이 건장한 두 사내와 맞서게 되니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은자 스무 냥을 설응향에게 매우 큰 돈이라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게다가 구단의 둘째 삼촌이 목숨을 걸고 번 돈이니 절대로 뺏길 수는 없었다!
“그래요, 당신들이 내 돈을 훔쳐 갔어요!”
설응향이 크게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조금 전에 전장에서 나오며 꼭꼭 숨겼는데, 당신하고 부딪히는 순간…… 은자가 사라졌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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