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화. 신앙이 무너지다
소 황후는 소육랑을 곤녕궁으로 데려갔다.
원래는 고교도 데려가려고 했는데 용일이 고교를 옆구리에 끼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소 황후는 하인들에게 전부 물러나라고 한 뒤, 소육랑을 방으로 데려갔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두 사람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소육랑이…… 아니, 소현이 어렸을 때 심은 나무가 보였다.
그것은 귤나무였다. 대추, 복숭아가 달릴 리 없었고, 배나 밤도 열릴 리가 없었다. 귤이 달렸는데 맛도 별로였다.
“네가 심은 귤은 정말 맛이 없더구나.”
소 황후가 울다가 웃음이 터져버렸다.
소 황후는 그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었지만, 소현은 말하지 못했다.
“다리는 또 어찌 된 일이냐? 사 년 전에 다친 것이냐?”
소 황후는 의자 옆에 있는 지팡이로 시선을 돌렸다.
“아닙니다.”
소육랑이 고개를 흔들었다.
‘풍림을 구해주다가 다친 것입니다.’
그해의 화재에서 누군가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해의 화재로 누군가 자신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
다리를 절면서부터 조금이라도 속죄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씻을 수 없는 죄를 품었지만 남은 삶 동안 고통 속에서 천천히 보상할 예정이었다.
“고모, 이 일은…….”
“걱정하지 말아라. 네가 왜 그랬어야 했는지 모르지만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네가 나중에 원할 때 다시 고모에게 말해주렴. 그때 다시 고모를 찾아오거라.”
둘은 아무도 태자비의 일을 꺼내지 않았다.
지나간 일은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소 황후가 태자의 혼사를 허락했던 이유는 정말로 소현이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태자의 다리를 부러트리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그가 소현의 약혼녀를 빼앗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소 황후가 그의 손등을 토닥였다.
“고모는 아무 사람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고모, 감사합니다.”
소육랑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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