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화. 출신 (2)
고교는 무대에서 내려와 소씨 도련님을 만나러 갔다.
그는 영왕보다 더 기세가 넘쳤다. 방 안에 병풍을 세워 공간이 나눠져 있었다. 소씨 도련님과 고교가 병풍을 사이에 두고 말을 했다.
그런데 그가 말을 꺼내는 순간, 고교는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동궁의 태자 아닌가?
고교는 소육랑과 주기에서 식사를 할 때, 태자와 태자비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받은 인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어차피 고교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닌지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소씨 성을 쓰는 것을 보고 고교는 문득 태자의 어머니 소 황후가 선평후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시 말해, 이 녀석은 소육랑의 사촌 형이었다.
“웅 소협, 무공이 아주 뛰어나오. 젊은 나이에 실로 존경스럽군. 웅 소협, 혹시 어느 사문에서 나왔소?”
병풍 뒤에서 태자가 담담하게 물었다.
내용은 분명 칭찬인데, 자신의 신분이 상대가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말투였다.
태자는 신분을 드러내고 민간에서 일할 때는 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백성들 앞에서 자신의 평판을 지키느라 절대 거만을 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신분을 숨기는 상황이라 진짜 성격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고교는 미소를 지으며 탄필을 꺼내 글을 또박또박 써서 태자에게 건네주었다.
태자는 웅패천이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미리 전해 들었다.
한참 동안 뭔가를 쓰길래 온갖 아부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단 한 마디뿐이었다.
‘맞춰 보시든지.’
태자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 뒤로 태자와 고교는 가벼운 대화 몇 마디를 잠깐 주고받았다. 태자는 아무런 영혼 없이 상대를 치켜세우는 말을 했고, 고교는 대부분 “네”, “아”, “괜찮아요” 정도로만 답을 했다…… 두 마디를 초과한 적은 없었다.
태자는 의아했다.
이 녀석은 글씨를 쓰는 속도가 왜 이리도 느린 것인가? 이러다가 일주향 시간이 다 끝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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