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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화. 놀리다

309화. 놀리다

그들이 돌아가자마자 고교가 집에 도착했다.

정공은 고교가 정원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에 빛을 반짝이며 총총 달려가 고교의 다리를 안았다.

“교교! 기다렸어요!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정공은 고교를 잡았던 손을 놓고 고교의 뒤로 가서 광주리를 잡으며 말했다.

“광주리 이리 줘요. 제가 멜게요.”

광주리가 그리 무겁지 않기에 고교를 약상자를 빼고 광주리를 정공의 등에 올려주었다.

고교가 지기에는 작은 광주리였지만 정공에게는 매우 컸다.

정공은 자기 키만큼이나 큰 광주리를 반은 메고 반은 질질 끌면서 힘겹게 방으로 들어갔다.

소육랑은 서재에서 산술문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정공이 가지고 있던 연나라 국서로 의심되는 책을 본 뒤로 그는 짬만 나면 책 속의 내용을 공부했다.

서책의 내용은 완전히 다른 문자로 적혀 있었다. 일부 주해(註解)가 있긴 했으나 완벽하게 뜻을 파악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숫자를 대표하는 부호에 큰 관심이 갔다. 부호와 기호로 이뤄진 공식도 신기했다.

철술은 전해져 내려오지 않기 때문에 소나라에서는 할원법으로 조율을 계산했다. 그러나 원 하나를 수만 개의 변으로 나눠도 일곱 자리 미수를 계산하기는 어려웠다.

이 서책에 나온 공식은 훨씬 간단했으나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다.

소육랑은 문제에 푹 빠져있다가 ‘쩍’하는 소리가 나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정공이 광주리를 메고는 영차영차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정공 뒤에 고교가 파란색 치마를 입고 어여쁜 자태로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교도 그의 시선을 느낀 듯 서쪽 방의 창 쪽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고교가 미소를 지었다.

수줍게 피어있던 해당 꽃이 바람이 부는,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활짝 폈다.

소육랑은 한참 동안 심장이 두근거렸고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다가 시선을 옮기고는 다시 책 속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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