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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악몽

30화. 악몽

소육랑은 섣달그믐날 밤이 싫었다. 이날만 되면 큰불이 나는 꿈을 꾸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으면 타오르는 화염과 그 속에서 느꼈던 절망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잠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소육랑, 우리는 명목상 부부일 뿐이니, 나한테 절대 손대면 안 돼요!”

고교가 진지하게 말했다.

“어이없군. 누가 너한테 손을 댄다고?”

그는 짜증을 내면서 얼굴을 돌렸다.

고교는 물 한 그릇을 들고 왔다.

“그런 걸 누가 장담할 수 있나요? 사내는 원래 말과 행동이 다르니,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여기에 물 한 그릇을 놓을 거예요. 한밤중에 선을 넘어서 물을 엎기라도 한다면, 짐승으로 생각할 거예요!”

“그래, 다가가면 내가 바로 짐승이다!”

그가 어떻게 선을 넘는단 말인가?

그는 여인에 대해 조금도 생각이 없었다!

* * *

다음 날 아침, 그는 정신을 차리자 의기양양하게 고교를 쳐다봤다. 마치 나는 너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고교는 기뻐하긴커녕, 도리어 그의 뺨을 한 대 때렸다.

“뭐야, 짐승보다 못하네!”

그 바람에 소육랑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일어났더니 자기 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벽에는 비뚤어진 복(福)자 몇 개가 붙어있었고, 창문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이 못생긴 창화가 붙어있었다.

모두 할머니와 고소순의 걸작들이었다.

소육랑은 마침내 이곳이 어디인지 기억해 냈다. 그는 자신의 옆을 쳐다봤다.

고교는 그를 향해 옆으로 누워, 아기처럼 통통한 볼이 눌려 작은 입이 삐죽 튀어나온 채였다. 방금은 잠꼬대였는지, 눈을 꼭 감고 숨을 새근거렸다.

그녀는 밤새도록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소육랑은 그 이상한 꿈을 떠올리고서 잘생긴 미간이 구겨졌다.

그는 차갑게 고교의 손을 빼냈다.

잠결에 남에게 미움을 받은 고교는, 끙끙거리며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소육랑은 또 한 번 손을 빼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손을 감아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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