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길을 잘못 들다
비가 계속 내렸다. 길에는 청석이 깔려 있었지만, 웅덩이마다 빗물이 고여 마차가 다니기 불편했다. 다행히 여씨 가문의 저택은 서대가에 자리 잡고 있어, 신의와 소명연은 목적지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저택의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행랑에서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문지기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귀찮은 듯 몸을 일으켰다. 그는 엉덩이를 탁탁 털고 밖으로 나가 쪽문을 열었다.
“누구쇼?”
마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이 여씨 가문 댁이 맞습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문지기는 마부의 옷차림이 보통이 넘는 것을 보고, 그가 귀족 집안의 마부인 것을 알아차리고는 한결 공손해진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자 마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 신의가 찾아오셨다고 주인께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이 신의요?”
문지기가 목을 쑥 내밀고 문 앞에 서 있는 마차를 보더니,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바로 들어가 아뢰겠습니다.”
* * *
노부인 강씨는 팔걸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술에 일가견이 있는 동씨 어멈은 노부인의 눈을 안마하고 있었다.
동씨 어멈이 묵묵히 노부인의 눈가를 문지르자, 노부인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눈이 갈수록 더 침침해. 그래도 자네가 있어서 다행히 이 정도지.”
동씨 어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랬다.
“얼마 전 어의께 청해서 바꾸신 새 처방전이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강씨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그냥 그래. 오른쪽 눈이 아예 보이질 않으니, 이제 왼쪽 눈에 의지할 수밖에. 이제 이 눈마저 멀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살겠나.”
“노마님, 그런 생각 마세요. 그래도 왼쪽 눈은 아직 괜찮으세요.”
강씨가 동씨 어멈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렇게 위로할 필요 없어.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어의의 처방은 왼쪽 눈이 나빠지는 속도를 좀 늦출 뿐, 아마 1, 2년 정도 지나면 그것도 효과가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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