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묘회
진진공주는, 처음 보는 시녀가 먹는 음식을 차마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가뜩이나 배고픈 와중에 누군가 앞에서 고기를 먹는 모습을 보자니, 너무도 허기가 졌다. 소영암에 있는 신분을 알 수 없는 손님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어휴, 화나 죽겠네. 왜 이리 안 나와? 사태님이 설마 밥까지 주시는 거야?’
“주인님, 아니면 먼저 묘회에 가서 뭐라도 좀 먹을까요?”
공주의 시녀가 제안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묘회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로 했잖아요! 공주마마는 거짓말쟁이!’
“아냐, 그냥 여기서 기다리자!”
진진공주가 고집을 부렸다.
먹으러 갔다가 그 사람을 놓치면 어쩐단 말인가?
“그럼 제가 가서 사오겠…….”
“안 돼!”
공주의 고집에 감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또 한 시진(2시간)이 흘렀다.
빙록은 실컷 배불리 먹고는 나무에 기대어 선잠을 자기까지 했다.
진진공주는 너무 배가 고파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게 됐을 때, 드디어, 푸른 윗옷에 흰 치마를 입은 소녀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나타났구나!’
진진공주는 턱을 치켜든 채 도도한 표정으로 소녀를 관찰했다.
‘뭐 특별한 것도 없잖아. 뭐 저리 남루하게 입었지?’
빙록이 재빨리 교소에게 달려갔다.
“아가씨, 드디어 오셨군요.”
“구경은 다 했니?”
반나절 동안 불경을 필사한 터라, 교소는 시큰거리는 손을 주무르며 물었다.
그러자 빙록이 눈짓을 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 그런데 아가씨, 저기 길가에 있는 예쁜 소저가 아가씨를 기다리는 눈치더라고요.”
그 말에 교소가 고개를 돌려 빙록이 눈짓한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서 있는 열대여섯 살 정도의 소녀는 보기 드문 아름다운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아리따운 얼굴에 드리워진 오만한 표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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