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홍매(红梅)
임옥진의 집에서 나오니 벌써 오후였다. 임근용이 청석판 길을 따라 잠시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넷째야!”
임근용이 뒤를 돌아보니 육륜이 파란색 장포를 입고 한 마리 곰 같이 기골이 장대한 모습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는 벌레 두 마리를 얹어 놓은 것 같은 짙은 눈썹을 즐거운 듯 움찔거리며 그녀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여지가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저 다섯째 공자께서는 어째서 아직도 아가씨를 저렇게 부르시는 거예요?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키만 크고 마음은 전혀 안 컸나 보네요.”
임근용은 기분이 좋아 웃으며 말했다.
“다섯째 공자, 집현각에서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이렇게 나와 있어요?”
“그렇지, 이제는 네가 나한테는 형수님이 되었구나. 다섯째 공자라니 잘도 그렇게 부르네.”
육륜이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이 할아버지를 뵈러 왔는데 내가 마침 옆에서 큰 소리로 책을 읽고 있었거든, 할아버지께서 너무 시끄럽다고 날 내쫓으셨어. 둘째 형님이 너한테 점심은 밖에서 먹을 거니까 기다리지 말라고 전하래. 이틀 동안 뭐 했어? 어제 아침 이후로는 널 본 적이 없네.”
여지가 말했다.
“공자, 이소부인께서 이제 막 시집을 오셨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넷째라고 부르지 마세요. 사람들이 들으면 우리 이소부인께서 조신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육륜이 의외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안 부르면 될 거 아냐, 안 부르면.”
임근용은 그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에 무언가가 떠올랐고 마침내 깨달았다.
육륜이 갑자기 난처해하며 머리를 긁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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