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조택(祖宅)
해는 점점 떠올랐다. 국랑은 성실한 사람이었기에 몸이 괜찮아진 것 같자, 침상에서 내려와 일을 했고, 곽 씨는 이를 보고 비웃으며 어젯밤 국랑이 아픈 척 한 거라고 비꼬는 말을 했다.
국랑은 곽 씨가 무슨 말을 하든 가만히 내버려 두었고, 신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몰래 정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회인백부의 맹 노부인은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정미도 한창 잠만 자고 싶어 하는 나이였기에, 늦잠 자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시간에서야 막 세수와 양치를 마친 상태였다. 정미는 걸상에 앉아 환안이 머리를 빗어주는 것을 가만히 받고만 있었다.
엉덩이를 넘는 긴 머리는 색이 짙으며 촘촘했고, 검은 비단처럼 윤기가 흘렀다. 박달나무 조각빗으로 빗어 내리자,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빗겨졌다.
신제는 잠시 넋을 잃은 채 말하는 것도 잊고 있다가, 정미가 거울로 자신을 발견해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나서야 운을 뗐다.
“고모…….”
정미가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신제, 어서 들어와.”
신제는 재빨리 정미의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고모, 감사합니다. 제 동생을 지켰어요.”
아혜가 예전에 가르쳐준 미백부와 지통부 모두 효과는 있었지만, 정미는 이제야 나중에 태자비의 아기를 지킬 가능성이 생긴 것 같다는 확신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다행이다.”
정미는 손을 뻗어 신제를 일으켜 세워줬다. 소녀의 기쁜 모습을 보자니, 자신이 망진한 결과 국랑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했다.
정미는 친절하고 온화했으며, 또 자신의 어머니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동생을 구해준 사람이었기에,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는 시간을 쌓을 필요도 없이 정미를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로 여기게 되었다.
신제는 떠보는 듯 정미의 팔짱을 끼었고, 정미가 거부하지 않자 더 기뻐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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