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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화. 나 마왕 루트 타고 있었던 거야?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푸후훗. 그렇다냥! 이제 배부르다냥!"

허겁지겁 배를 채운 세준과 테오가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애들은 청소 잘하고 있으려나?"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 문을 슬쩍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끼히힛.낑!

[히힛. 까망이 님, 나가신다!]

깍!

삐약!

뚱돼지 까망이는 까르르와 샤리가 끄는 걸레 위에서 썰매를 타며 놀고 있었고

끼룩!

꼬미는 거미줄로 쓰레기를 덮고 있었다.

거기다

샤라랑!

까비는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썩히고 있었다.

그러면 냄새나잖아!

청소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엉망이 되는 바닥.

"이게 청소가 맞나?"

"가만히 있으면 세준 님에게 덜 혼나겠죱?"

그나마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가만히 있는 엄돌이와 자키가 도와주는 거였다.

"야-!"

엄돌이와 자키의 예상대로 세준은 들어오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화를 냈고

"여기서 여기까지는 까망이, 저기는 까르르···."

각자의 청소 구역을 정해주고 다시 청소하게 했다.

그러자

낑···

[몸이 무거워···]

낑!

까망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먹었던 영양소를 코어에 흡수하며 순식간에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잠시 후.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다 했어!]

세준을 불러 검사받는 까망이.

그러나

"이게 한 거야? 누가 구석에 쓰레기 숨기래?! 다시."

낑···

[어떻게 알았지···]

몸이 가벼워졌다고 청소를 잘하는 건 아니었다.

중간에 다른 녀석들도 검사를 받으러 왔지만

"다시."

다 퇴짜를 맞았다.

전 멸망의 사도로서 지금껏 청소를 해본 적이 없으니 당연했다.

그렇게 까망이 패밀리들이 아공간 창고를 청소하는 동안

"세준 님, 그럼 전 내려가겠습니다. 포도리 님에게 말씀 좀 잘해주십시오."

"그래."

레아를 강림시킨 후유증으로 기절했다 정신을 차린 슈발 18세가 탑 4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불싹아, 포도리가 좀 권위 의식이 있어도 나쁜 애는 아니야. 좀 사이좋게 지내줘. 물론 선 넘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게."

[네. 세준 님, 감사합니다.]

불싹이에게 포도리와 친하게 지내달라고 타일렀다. 자신의 말이 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3시간 후.

"통과."

끼룩!

꼬미가 거미줄로 쓰레기를 붙여 바닥을 깨끗하게 만들면서 까망이 패밀리 중 처음으로 세준의 통과를 받았다.

끼룩!끼룩!

세준의 통과를 받고 기고만장한 꼬미.

슈룩.슈룩.

도움을 요청하는 일행들에게 선심 쓰듯 자신의 거미줄을 나눠준 후

슈룩.

세준의 슬링백에 거미줄을 쏴서 슬링백 안으로 들어갔고 곧 다른 일행들도 꼬미의 거미줄을 이용해 빠르게 청소를 끝냈다.

"이제 집에 가자."

끼로롱.

엄로롱.

···

..

.

세준은 청소를 끝내고 지쳐서 곯아떨어진 까망이 패밀리를 슬링백에 넣고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근데 나 뭐 잊은 것 같은데···

굉장히 중요한 걸 잊은 채.

***

슈웅!

꾸엥이는 탑 79층으로 가기 위해 염력을 사용해 빠르게 날아갔다.

"야! 돈 내···."

꾸엥!

강도가 보이면 제압했고

쿵.

요르문간드 파편에게 먹혀도

꾸엥!

그냥 뚫고 나갔다.

땡그랑.

코인은 줍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세준과 테오에게 가야 하니까.

그렇게 꾸엥이가 세준이 있는 탑 79층에 도착했을 때

-꾸엥아, 가지 마. 큰형아가 널 미워하잖아. 가봤자 미움만 받을 거야.

꾸엥이의 귀로 추악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상대를 반드시 불행하게 하겠다는 악의를 담고.

하지만

꾸엥?!꾸엥?!

[큰형아가 꾸엥이 미워한다요?! 꾸엥이는 큰형아 좋아하는데 왜다요?!]

지금까지 호의가 가득한 곳에서 사랑만 받으며 자란 꾸엥이는 악의 가득한 속삭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꾸엥이 네가 큰형아의 츄르를 뺏어 먹었었잖아.

꾸···꾸엥!꾸엥!

[그···그때는 큰형아 츄르를 먹으면 안 되는지 몰랐다요! 그래서 지금은 큰형아 츄르 안 먹는다요!]

-이미 늦었어. 큰형아는 이미 널 싫어해!

어느 순간 속삭임에는 불길한 마력이 실려있었지만

꾸엥···

[그럴 수가···]

꾸엥이는 큰 충격에 불길한 마력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 아빠도 꾸엥이를 싫어할걸? 꾸엥이는 너무 많이 먹잖아!

아빠는 꾸엥이 좋아한다요!

그건 너무도 당연한 건데···

꾸엥이는 그걸 부정하는 말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어서 화가 났고

아빠가 정말 꾸엥이 싫어한다요?

의심이 들어서 겁이 났다.

꾸엥!꾸엥!

[아니다요! 아빠는 꾸엥이 좋아한다요!]

그래서 의심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크크큭. 그럼 왜 일주일이나 꾸엥이를 찾으러 안 왔을까?

꾸엥···

[그건···]

꾸엥이의 정곡을 찌르는 속삭임.

'이제 거의 다 넘어왔다.'

아니. 비탄의 마왕 블랙소울.

블랙소울은 꾸엥이의 생각을 읽어 꾸엥이를 비탄에 빠트리고 있었다.

-아빠는 널 버린 거야!

크크큭. 비탄에 빠지며 죽어라. 어린 곰이여.

블랙소울이 꾸엥이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철렁.

아빠가 꾸엥이 안 사랑한다요?

엄마가 꾸엥이 안 사랑한다요?

큰형아가 꾸엥이 안 사랑한다요?

···

..

.

꾸엥이는 갑자기 모든 당연했던 것들이 의심스러워졌다.

꿰엥!꿰엥!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는 꾸엥이.

고오오오.

그런 꾸엥이로부터 검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때가 된 것인가?

꾸엥이의 절망을 종말의 신호로 받아들인 종말의 마수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서 개소리야?! 누가 누굴 버려?!"

내가 우리 꾸엥이를 왜 버려?!

웬만하면 거친 말은 쓰지 않는 세준이 분노한 표정으로 씩씩대며 나타났다.

"꾸엥아, 아빠 여기 있어. 울지마."

세준은 서둘러 우는 꾸엥이에게 달려가 꾸엥이를 안고 진정할 수 있게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줬다.

그러자

꿰엥?

[아빠는 꾸엥이 사랑한다요?]

겁이 잔뜩 담긴 눈빛으로 세준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꾸엥이.

"당연히 사랑하지. 아빠가 늦게 와서 미안해."

세준이 꾸엥이를 더 꽉 안아주며 말했다.

꿰엥?

[꾸엥이가 많이 먹어도 사랑한다요?]

"응."

꿰엥?

[그럼 꾸엥이가 나쁜 짓 해도 사랑한다요?]

"응. 아들이니까. 대신 나쁜 짓 하면 혼내줄 거야."

꾸헤헤헤.꾸엥.꾸엥.꾸엥?

[헤헤헤. 알겠다요. 꾸엥이 나쁜 짓 절대 안 한다요. 그럼···]

이후로도 꾸엥이는 안심이 되지 않는지 계속 물었고

"응."

"당연하지."

세준은 따뜻한 목소리로 진심을 다해 대답했다.

아직 더 자도 되겠군.

그사이 꾸엥이의 몸에서 나오던 검붉은 기운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세준이 놀란 꾸엥이를 진정시키는 동안

"냥! 왜 내 동생을 괴롭혔냥?! 혼내준다냥!"

퍽!퍽!

테오는 세준을 대신해 비탄의 마왕 블랙소울이 봉인된 검은 비석을 앞발로 때리며 응징했고

[파수꾼 테오가 봉인된 비탄의 마왕 블랙소울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테오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30억을 획득했습니다.]

쩌저적.

비탄의 마왕 블랙소울이 봉인된 비석이 부서지며

데구르르.

안에서 푸른 구슬 하나가 굴러 나왔다.

척.

"푸후훗. 우리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에게 갖다주면 되겠다냥!"

테오가 구슬을 집어 세준에게 달려갔다.

***

꾸로롱.

울다 웃다 지친 꾸엥이는 세준의 품에서 잠들었다.

꾸헤헤헤.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좋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저벅.저벅.

그래서 세준은 좋은 꿈을 꾸는 꾸엥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웨이포인트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박 회장, 이거 받으라냥."

그런 세준을 향해 테오가 조용한 목소리로 푸른 구슬을 건넸다.

"이게 뭐야?"

"아까 꾸엥이를 괴롭힌 녀석을 혼내주고 주웠다냥."

[비탄의 마왕 블랙소울의 심장]

그 녀석···마왕이었구나.

꾸엥이를 달래느라 신경 쓰지 못한 세준은 뒤늦게 꾸엥이를 울게 한 적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콰직.

세준은 심장을 먹지 않고 부쉈다.

어차피 먹어도 큰 도움이 안 되고, 지금은 잠재력 때문에 오르지도 않는다.

용서 못 해!

무엇보다 꾸엥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의 심장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자

[마왕의 힘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고 비탄의 마왕 블랙소울의 심장을 파괴하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명 : 마를 증오하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이명 : 마를 증오하는 자의 효과로 모든 부정한 기운에 내성이 생깁니다.]

[이명 : 마를 증오하는 자의 효과로 마왕의 심장을 파괴할 때마다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가지고 있던 마왕의 재능 절망을 내리는 자와 악몽을 내리는 자가 절망과 악몽을 이겨내는 자로 변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어?! 마왕의 재능?"

나 마왕 루트 타고 있었던 거야?

세준은 그제야 자신이 마왕의 길을 가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왕이 된다고 크게 나쁠 건 없었다. 단지 적을 좀 더 고통스럽게 처치할 뿐.

그러나

"마왕이라니···."

세준 컴퍼니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노예도 없앴는데 회장이 마왕이면···

다 소용없어지잖아!

회사 이미지 바로 떡락이다.

"휴우. 다행이군."

세준컴퍼니의 이미지를 지킨 세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웨이포인트로 향할 때

역시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뭔가 대단한 걸 했다냥!

테오는 그런 세준을 보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입탑 461일 차. 오늘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하루가 지나갔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개운한데?

평소처럼 눈을 뜬 세준.

7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서 있었지만, 이상하게 피로는 전혀 없었다.

당연했다. 세준은 이제 그 정도로 피곤해질 수 없는 육체니까. 피곤하지 않아도 버릇대로 자고 있는 거였다.

"냥···."

낑···

세준은 테오와 까망이 패밀리를 챙긴 후

"청결유지."

스킬을 사용해 자신과 일행들을 씻겼다.

그리고

저벅.저벅.

농장을 거닐었다.

[독을 배출하는 단호박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농작물의 대보은(Master)이 발동하며 민첩 스탯 잠재력이 5593에서 5603으로 상승합니다.]

잠재력을 올리기 위해서.

그러나

[직업 특성에 따라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의 스탯 1%를 빌려옵니다.]

[스탯이 모자라 1%의 스탯을 전부 빌려올 수 없습니다.]

민첩(5603/5603)

올린 잠재력은 빠르게 채워졌다.

이거 언제 여유가 생기냐.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다시 걸었다.

그동안 세준은 잠재력을 1000이나 올렸지만, 아직 세준에게 빌려줄 탑농부들의 총 스탯이 너무 많이 남았다.

9500정도.

대부분은 오필리아와 아작스의 것으로 둘은 용이다 보니 1%의 스탯만으로 세준을 배 터지게 하고 있었다.

아무튼 9500의 잠재력을 다 올리기 전까지는 세준이 뭘 먹어도 자연으로 환원될 뿐.

그래서 세준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잠재력을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잠재력을 올릴 때

[대지의 신 패트릭이 저번에는 급한 마음에 그랬다고 사과합니다. 대신 사과의 뜻으로 다른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세준에게 용암혈석을 먹으라고 했다 베브와 함께 차단당한 패트릭이 말을 걸어왔다.

"선물이요?"

[대지의 신 패트릭이 은 거인의 피를 내립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손에 수은과 비슷한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나타났다.

[은 거인의 피]

은 거인의 몸에서 뽑은 피입니다.

섭취 시 힘과 체력 잠재력이 20%씩 상승합니다.(힘과 체력 잠재력의 최대 상승치는 700입니다.)

섭취 시 재능 : 거력을 개화할 수 있습니다.

은 거인의 피를 한 번 마시면 이후로는 다른 은 거인의 피를 마셔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용 제한 : 힘 3000 이상

유통 기한 : 없음

등급 : SS

옵션은 괜찮았지만, 딱 봐도 마시면 위험할 것 같은 비주얼.

"이거 먹어도 진짜 괜찮은 거예요?"

세준이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대지의 신 패트릭이 자신을 믿고 마시라고 합니다.]

패트릭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왜 대답이 없지?

세준이 기다리는 건 다른 신의 대답이었다.

[용맹의 신 베브가 그렇게 안전한 것만 먹어서 되겠냐며 어서 용맹을 보여달라고 말합니다.]

최근 세준의 신뢰를 얻고 있는 위험 탐지기 베브의 대답.

"흐흐흐. 마셔도 되겠군."

안전을 확인받은 세준이 은 거인의 피를 마셨다.

504화. 푸후훗. 입가심에는 당연히 츄르다냥!

"으엡!"

이게 무슨 맛이야?!

은 거인의 피를 마신 세준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미 청동 거인의 피를 먹어본 적이 있기에 맛없을 건 예상했지만···

이런 괴랄한 맛이라니!

은 거인의 피가 혀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샴푸 맛과 쇠 맛을 냈다.

"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의 얼굴이 심하게 썩고 있다냥!"

박 회장의 얼굴은 박 회장의 오른팔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지킨다냥!

꾹.꾹.

세준의 찌푸린 얼굴을 발견한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얼굴에 꾹꾹이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박 회장, 이걸로 입가심하라냥!"

세준에게 입가심할 걸 챙겨주면서.

"오! 땡큐. 테 부회장!"

테오 이 자식 센스 엄청난데!

세준이 테오에게 고마워하며 테오가 준 걸 쭉 빨아먹었다.

그리고

···?!

입안 가득 퍼지는 비린 맛.

"으합! 이 자식 츄르를 주면 어떡해?!"

"푸후훗. 입가심에는 당연히 츄르다냥!"

"그건 너만···읍!"

샴푸 맛, 쇠 맛에 비린 맛까지 섞이자, 간신히 삼킨 은 거인의 피가 올라왔다.

안돼!

차라리 안 먹었으면 모를까, 이미 고통은 고통대로 다 받았는데 여기서 쏟아내면 너무 아까웠다.

음료수를 꺼내 마시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척.

그래서 세준은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고

꿀꺽.

필사적으로 다시 삼켰다.

"헉.헉. 휴우."

간신히 뱉지 않고 은 거인의 피를 삼킨 세준이 한숨을 내쉬자

"냥! 박 회장 입에서 이상한 냄새가 섞인 똥냄새가 난다냥!"

테오가 서둘러 방독면을 썼다.

방독면은 세준의 화장실을 따라갈 때 쓰는 용도로, 이오나가 직접 만들어줬다.

듣기로는 테오를 위해 특별히 고안한 냄새 제거 마법을 사용해서 악취 제거 성능이 아주 뛰어나다고 했다.

부럽다.

"나도 하나 만들어···읍!"

다시 올라온다!

젠장! 수치스럽다! 내 입 냄새에 내 비위가 상하다니···

세준은 서둘러 아공간 창고를 열고 시원한 콜라를 꺼내 벌컥벌컥 마셔 올라오는 은 거인의 피를 콜라와 함께 다시 내려보냈다.

그러자

[은 거인의 피를 섭취했습니다.]

[힘과 체력 잠재력이 최대 상승치인 700씩 상승합니다.]

[재능 : 거력을 개화합니다.]

[재능 : 거력이 이미 개화된 상태입니다.]

[재능 : 거력이 재능 : 어린 거인의 거력으로 강화됩니다.]

드디어 나타나는 메시지.

[직업 특성에 따라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의 스탯 1%를 빌려옵니다.]

[직업 특성에 따라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의 스탯 1%를 빌려옵니다.]

[스탯이 모자라 1%의 스탯을 전부 빌려올 수 없습니다.]

힘(7939/7939)

체력(6962/6962)

물론 올라간 힘과 체력 잠재력은 빠르게 채워졌다.

"꺼억. 근데 힘 잠재력이 왜 이렇게 많이 올라갔지?"

어린 거인의 거력 때문인가?

세준이 트림을 하며 강화된 재능을 확인했다.

[어린 거인의 거력]

힘에 대해 어린 거인족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재능입니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힘이 30, 힘 잠재력이 1% 상승합니다.

힘 잠재력이 2000 상승합니다.

"흐흐흐. 전보다 많이 좋아졌네."

레벨업을 할 때마다 올라가는 힘 스탯이 10에서 30으로 올랐고, 힘 잠재력이 1% 상승하는 효과가 추가됐다.

거기다 상승하는 힘 잠재력도 500에서 2000으로 올랐다.

그래서 힘 잠재력이 많이 올랐던 것.

이 정도면 초월의 검은콩 없어도 10번째 탑에 갈 수 있겠네.

이미 세준은 권능 : 열세 줌의 하늘을 떠받치는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초월의 검은콩을 함께 사용하면 10번째 탑에 갈 수 있었다.

다만 갈 이유가 없었기에 가지 않았다.

감히 네가 날 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삐졌기 때문.

흠···그래도 패트릭 님이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데 갈까?

솔직히 패트릭이 준 거인들의 피가 자신이 못 먹거나 맛이 없어서 그런 거지 의도가 나쁜 건 아니었다.

아니. 조금은 나쁠지도.

용암혈석을 눈 꼭 감고 먹으라던 패트릭을 떠올리자 다시 가기 싫어졌다.

그래도 성의가 있는데···

'아침 먹고 발도장이나 찍을까?'

분명 자신이 최초로 방문하는 거니 업적을 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아침 먹고 잠깐 10번째 탑에 발도장만 찍고 오기로 결심한 세준.

저벅.저벅.

다시 농장을 거닐며 잠재력을 올렸다.

잠시 후.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셨다요!]

잠에서 일어난 꾸엥이가 세준에게 배꼽 인사를 하고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킁킁.

꾸엥!꾸엥!꾸엥!

[아빠 입에서 이상한 똥냄새 난다요! 치카치카한다요! 꾸엥이가 같이 해주겠다요!]

밥 먹기 전 꾸엥이와 이부터 닦았다.

그리고

"어때? 하아."

킁킁.

꾸엥!

[이제 괜찮다요!]

이를 다섯 번이나 닦고 나서야 꾸엥이에게 이를 그만 닦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뭐지? 내가 아빤데 뭔가 잘못됐어.

세준은 이상함을 느끼며 취사장으로 가서 일행들과 세준 1호가 준비한 음식들을 먹었다.

세준이 아침을 다 먹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꾸엥이가 모닝커피 내렸다요!]

어느새 아침을 다 먹은 꾸엥이가 커피를 내려 가져왔다.

"아이구. 우리 아들 착하다."

토닥.토닥.

세준이 기특한 꾸엥이의 궁둥이를 두드려 주자

"냥! 박 회장,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도 토닥토닥해달라냥!"

슬쩍.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나도!]

슬쩍.

궁둥이를 내미는 테오와 까망이 패밀리.

"알았어."

세준은 일행들의 궁둥이를 전부 두드려 준 후에야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후루룩.

커피는 많이 식어있었다.

덕분에 금세 커피를 마신 세준.

"좋아. 10번째 탑 입구 소환!"

10번째 탑에 발도장을 찍기 위해 문을 소환했다.

[10번 탑으로 통하는 문을 소환합니다.]

쿵.

메시지와 함께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나무 문.

[대지의 신 패트릭이 역시 자신의 선물이 마음에 들 줄 알았다며 기쁜 목소리로 말합니다.]

[대지의 신 패트릭이 10번째 탑에 오면 환영 선물을 주겠다며 곧 10번째 탑에서 보자고 말합니다.]

동시에 세준이 10번째 탑에 오길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던 패트릭이 세준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흐흐흐. 환영 선물까지?

"그럼요. 꼭 가야죠."

세준은 대답을 한 후

척.

10번째 탑의 열쇠를 나무 문의 열쇠 구멍에 넣었다.

그리고

"얘들아, 붙어."

"푸후훗. 알겠다냥!"

꾸엥!

낑!

일행들을 자신의 신체와 접촉하게 했다.

그러자

[나눠진 11개의 권능이 하나로 합쳐지며 13초 동안 권능 : 열세 줌의 하늘을 떠받치는 힘이 발동합니다.]

[힘이 1300% 상승합니다.]

권능이 발동하며 세준의 힘이 단숨에 10만을 넘겼다.

좋아. 힘이 넘쳐난다!

세준이 엄청난 힘을 느끼며 열쇠를 돌렸다.

철컥.

열쇠는 너무도 쉽게 돌아갔고

끼···

세준이 문을 열려고 할 때

[사기의 구슬이 곧 닥칠 죽음을 경고합니다.]

세준의 앞에 불길한 붉은 글자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용맹의 신 베브가 세준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다. 베브는 10번째 탑 내부를 볼 수 없기 때문.

"···패트릭 님, 제가 문을 열면 뭐가 나오죠?"

세준은 문을 열지 않은 채 패트릭에게 물었다.

[대지의 신 패트릭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10번째 탑 1층이 나오고 자신과 농사의 신 하메르 그리고 은빛용 스텔라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스텔라 님이요?!"

용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것도 에일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모뻘 용이?!

용에게 나이가 많다는 건 강하다는 말과 같았다.

"사기의 구슬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네."

쿵.

세준이 서둘러 문을 닫았다.

***

10번째 탑 1층.

"곧 박세준이 온다! 어서 준비해라!"

패트릭의 지시에 하메르와 스텔라가 세준을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패트릭의 양옆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피켓에는···

[사랑해요! 박♡세♡준♡]

[♡박세준♡의 10번째 탑 방문을 ♡환영♡합니다!]

패트릭의 강한 주장으로 하트가 잔뜩 들어간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패트릭 님, 저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맞아요! 하찮은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세준에게 너무 저자세인 게 마음에 들지 않는 하메르와 스텔라가 패트릭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허! 빨리 피켓이나 높이 들어라!"

반론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큰소리로 둘을 다그치는 패트릭.

너희들은 모르겠지. 박세준이 어떤 녀석인지.

박세준은 탑농부지만,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와 싸워서(?) 이긴 존재.

너희들도 박세준의 진가를 알게 되면 놀랄 거다.

박세준이여. 빨리 오거라.

그렇게 패트릭이 세준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문을 열고 나가면 뭐가 있냐고 묻습니다.]

세준이 물었다.

"뭐가 있냐고? 일단 문을 열면 10번째 탑 1층이 나오고 나랑 하메르랑 스텔라가 기다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설명하던 패트릭.

[10번째 탑으로 통하는 문이 닫혔습니다.]

"어?! 박세준이여. 문을 왜 닫는 것이냐?"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스텔라 님이 있으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며 못 간다고 말합니다.]

아니 왜?! 힘만 약한 거 아니었어?!

세준의 진가를 모르는 건 패트릭도 마찬가지였다.

"휴우. 스텔라, 2층으로 올라가라."

"진짜요?! 그럼 이 피켓 안 들어도 돼요?"

"그래. 하메르에게 넘겨."

"네?! 패트릭 님, 저도···."

"넌 있어야지! 그리고 피켓 양손으로 하나씩 들어."

"네···."

그렇게 스텔라가 탑 2층으로 올라가자

[박세준이여. 이제 와도 된다. 스텔라는 없어.]

패트릭은 다시 세준에게 와달라고 했고

철컹.

"안녕하세요."

세준이 조심스럽게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드디어 10번째 탑에 도착했다.

***

[10번째 탑 1층에 도착했습니다.]

[탑농부 최초로 10번째 탑에 진입하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0.2% 감소합니다.]

오. 역시 업적 뜨네.

"흐흐흐."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웃고 있을 때

"하하하. 박세준이여! 어서 오거라! 나는 대지의 신 패트릭이라고 한다."

"와아···나는 농사의 신 하메르다."

정말 반가운 표정의 패트릭과 하트가 잔뜩 들어간 피켓을 흔들며 성의 없이 환호하는 하메르가 세준을 맞이하며 자기소개를 했고

"네. 저는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라고 합니다."

세준을 시작으로 세준의 일행들도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푸후훗. 이 몸은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회장의 오른팔이자 검은 거탑의 대상인 치명적인 용발톱 하이브리드 황금고양이 테오박 이다냥!"

테오는 긴 자기소개를 숨도 쉬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말했고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꾸엥이는 아빠 아들 꾸엥이다요! 꾸엥이 약초 잘 캔다요! 아침은 고기를 먹었다요! 그리고 아빠가 꾸엥이 사랑한다고 했다요!]

꾸엥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생각나는 대로 떠들었다.

(뱃뱃! 하이브리드 황금박쥐 뱃뱃이입니다!)

카이저 님이 줬어요! 저도 이제 세준 님과 같은 하이브리드에요!

뱃뱃이는 자신의 용발톱을 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끼히힛!낑!낑!

[히힛. 이 몸은 위대한 까망이 님이시다! 무릎을 꿇어라!]

까망이도 세준의 슬링백 안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나름 위엄있게 짖었다.

그렇게 세준의 일행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콰드득.

멸망의 중심에서는 블랙문이 강제로 열리며 다시 한번 병력 보충이 시작됐다.

505화. 히힛. 멜픽스, 잡자!

멸망의 중심.

-응? 멜픽스, 왜 네가 여기 있지? 펜릴과 할파스는 어디 간 것이냐?! 그리고 누가 너에게 재앙을 지휘하라고 했지?!

재앙을 지휘하고 있는 멜픽스를 본 멸망의 섬뜩한 진혹색 눈동자에 분노가 깃들자

"그···그게 할파스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요르문간드도 부활 중이라 다음 서열인 제가···."

멜픽스가 몸을 떨며 서둘러 대답했다.

-뭐?! 펜릴을 데리러 간 할파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서둘러 펜릴과 할파스의 위치를 찾는 멸망.

뭐지?! 왜 저기서 멸망의 사도들의 영혼이 느껴지는 거지?

자신의 아래쪽에 우뚝 솟은 10번째 탑에서 펜릴과 할파스뿐만 아니라 샤샤, 쿠루거, 딜리아, 앨리스, 바이올렛까지 총 일곱의 영혼이 느껴졌다.

거기다···

왜 더럽혀지지 않은 것이냐?!

멸망의 힘에 더럽혀졌어야 할 멸망의 사도들의 영혼은 순백색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했다.

-으이익! 이놈들! 나를 배신해?!

까망이 패밀리의 배신을 이제야 알게 된 멸망.

분노한 멸망의 시선이 10번째 탑에 닿자

쿠구궁.

주변에 퍼져 있던 붉은 안개들의 일부가 10번째 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에 퍼진 붉은 안개보다 더욱 진득한 붉은 안개가 블랙문에서 흘러나오며 형체를 만들었다.

육체 능력으로만 따졌을 때 봉인을 풀기 전 멸망의 사도와도 견줄 수 있는 거대한 근육질의 몬스터.

[오우거]

여섯 번째 재앙이 모습을 드러냈다.

-멜픽스, 오우거들과 가서 배신자들을 처단해라!

"네! 가자!"

멸망의 지시를 받은 멜픽스가 100마리의 오우거들을 데리고 10번째 탑으로 향했다.

-펜릴, 네가 나를 배신하다니······

블랙문을 강제로 열었던 손을 빼며 10번째 탑을 노려보던 멸망.

···!!!

-안 돼! 멜픽···

뒤늦게 흥분한 자신이 지휘 능력이 형편없는 멜픽스에게 오우거를 100마리나 맡겼다는 걸 깨닫고 다시 부르려 했지만

······

블랙문이 닫혀버렸다.

***

깍!깍!!!

삐약!삐약!!

일행들이 패트릭과 하메르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사이

[10번째 탑이 가동을 시작합니다.]

[10번째 탑의 방어막이 해제됩니다.]

[10번째 탑의 1층이 활성화됩니다.]

[멸망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10번째 탑의 2층이 활성화됩니다.]

[멸망의 기운을 끌어오는 흡입력이 100% 상승합니다.]

세준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우웅.

동시에 10번째 탑의 겉과 안에 황금빛 문양들이 나타나며 공명했다.

"오! 드디어!"

"가동한다!"

패트릭과 하메르가 10번째 탑이 가동되는 광경을 감격에 찬 표정으로 바라봤다.

잠시 후.

스르륵.

땅에 황금빛 기운이 희미하게 서리기 시작하자

"박세준이여. 이제 농작물을 심으면 된다."

"그래. 어서 심어봐."

패트릭과 하메르가 세준에게 농작물을 심으라고 말했다.

"농작물이요?"

두 신의 말에 세준은 주머니에 있던 옥수수 씨앗을 심었다.

그러자

[정제된 멸망의 기운과 마력이 담긴 땅에 체력의 옥수수 씨앗을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마력 씨뿌리기(Master)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정제된 멸망의 기운? 10번째 탑에만 있는 기운인가?'

약간 의아해하던 세준.

하나만 심으면 좀 그렇지.

한 번 밭을 만들면 적어도 1000평 정도는 만드는 게 기본인 세준이 옥수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옥수수 씨앗을 열심히 심고 있을 때

[옥수수 씨앗이 정제된 멸망의 기운을 흡수하며 아주 미세한 양의 창조의 기운을 배출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세준이 씨앗을 심은 곳에서 자세히 봐야 간신히 보일 정도로 희미한 푸른 안개가 아지랑이처럼 올라왔다.

"창조의 기운?"

세준이 어리둥절해하자

"그건 내가 설명해 주마. 10번째 탑은···."

농사의 신 하메르가 설명을 시작했다.

10번째 탑은 세상에 침입한 멸망과 싸우고 멸망한 세상의 생존자들을 구하는 다른 아홉 탑과는 역할이 달랐다.

10번째 탑은 창조신의 안배로 멸망의 기운을 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탑.

10번째 탑이 주변에 퍼진 멸망의 기운을 흡수하면 탑의 시스템이 멸망의 기운을 농작물들이 흡수하기 좋은 형태로 바꾸고

탑농부가 탑에 농작물을 심으면 그 기운을 농작물들이 흡수해 창조의 기운을 뿜어내게 만드는 원리였다.

"복잡하네요."

"그나마 이게 가장 안전하게···."

세준의 말에 하메르가 열심히 10번째 탑의 위대함을 설명했지만, 멸망포식자가 있는 세준에게는 번거로워 보일 뿐이었다.

하메르, 나중에 놀라겠네.

물론 이미 세준의 멸망포식자를 본 적이 있는 패트릭은 10번째 탑의 시스템이 훌륭함을 열심히 세준에게 설명하는 하메르를 보며 뒤에서 웃고 있었다.

그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10번째 탑에 창조의 기운을 퍼트리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0.5% 감소합니다.]

업적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름값이 상승하며 업적 보상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거 원래 1%짜린데.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아쉬워할 때

[10번째 탑의 외부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 많은 양의 멸망의 기운이 강제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10번째 탑의 정제 시스템으로 정제할 수 없는 양입니다.]

[멸망의 기운이 정제되지 않은 채 10번째 탑 1층으로 유입됩니다.]

"어?!"

"뭐지?!

두 신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멸망이 보낸 붉은 안개가 도착한 것.

동시에 탑 1층의 외곽에 붉은 안개가 낮게 깔리며 세준이 있는 쪽으로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10번째 탑 1층을 잠식하려는 멸망의 기운을 서둘러 제거하십시오.]

보상 : 10번째 탑의 업그레이드 권한.

세준에게는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10번째 탑의 업그레이드 권한?

"좋은 건가?"

철컹.

세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공간 창고를 활짝 열고

"얘들아, 밥 먹어."

포식이들을 불렀다.

그러자

키키!

키키!

아공간 창고에 있던 멸망포식자들이 신나서 밖으로 나왔고 아공간 창고에 쌓여있던 창조의 기운도 함께 흘러나왔다.

끼히힛.낑!

[히힛. 대장을 따라라!]

키키!

키키!

까망이는 멸망포식자들을 타고 멸망의 기운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어?! 저게 뭐야?"

하메르가 멸망포식자들을 보며 놀라는 사이

합.합.

멸망의 기운은 포식이들에게 먹히며 순식간에 사라졌고

키키!

키키!

포식이들은 어미 새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멸망의 기운이 나오는 동서남북 네 곳의 배출구에 입을 대고 멸망의 기운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다

합.합.

나오는 족족 잡아먹고 있었다.

[10번째 탑 1층에 퍼진 멸망의 기운을 완벽하게 제거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번째 탑의 업그레이드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덕분에 퀘스트는 금세 완료됐다.

그리고

[10번째 탑에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내용을 출력합니다.]

-현재 보유한 창조의 기운 : 3.7만L

멸망을 불사르는 창조의 등대 설치(창조의 기운 100만L)

···

..

.

탑 내구도 +1억(창조의 기운 1만L)

탑 자동 수리 속도 +10%(창조의 기운 5000L)

정제 시스템 처리량 +10%(창조의 기운 500L)

흡입력 +10%(창조의 기운 100L)

세준의 눈에 보이는 10번째 탑의 업그레이드 창.

"일단 흡입량부터 올려볼까. 흡입량 업."

가격이 가장 저렴했고 포식이들이 안돼 보였기에 세준은 일단 멸망의 기운을 늘리기 위해 흡입량부터 키웠다.

[창조의 기운 100L를 소비해 흡입력 10%를 상승시킵니다.]

"흡입력 업."

[창조의 기운 100L를 소비해 흡입력 10%를 상승시킵니다.]

"업. 업."

세준은 흡입력을 계속 키웠다.

[창조의 기운 100L를 소비해 흡입력 10%를 상승시킵니다.]

···

..

.

[창조의 기운 100L를 소비해 흡입력 10%를 상승시킵니다.]

[흡입량이 처음의 2배로 늘어났습니다.]

[흡입량 10%를 늘리는 데 필요한 창조의 기운이 200L로 늘어납니다.]

중간에 비용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다른 업그레이드에 비하면 아직도 가장 쌌다.

"업. 업."

세준은 계속 흡입력만 늘렸고

합.합.

덕분에 신난 포식이들과

끼히힛.낑!

[히힛. 많이 먹어! 이건 다 훌륭한 집사를 둔 위대한 대장 까망이 님 덕분이다!]

큰소리치며 우쭐해하는 까망이.

잠시 후.

[흡입량이 처음의 5배로 늘어났습니다.]

[흡입량 10%를 늘리는 데 필요한 창조의 기운이 500L로 늘어납니다.]

꺼억.

꺼억.

포식이들이 멸망의 기운을 소화해 창조의 기운을 뱉어내기 시작했고

-현재 보유한 창조의 기운 : 4.2만L

열심히 소모한 창조의 기운이 다시 채워지며 처음보다 더 많아졌다.

창조의 기운을 쓰면 쓸수록 늘어나는 선순환.

거기다

퉤퉤퉷.

멸망포식자들이 멸망개척자들에게 씨앗까지 뱉어내며 멸망의 기운을 먹을 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말하는 것도 힘드네. 그냥 창조의 기운 떨어질 때까지 흡입력 업."

[창조의 기운 700L를 소비해 흡입력 10%를 상승시킵니다.]

···

..

.

그래서 세준은 그냥 창조의 기운을 몽땅 흡입력 올리는 데 몰빵하고

"우리 누가 더 많이 심나 시합할까?"

캬캬!

캬캬!

멸망개척자들과 경쟁을 하며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쟤 뭐야?"

어떻게 멸망의 기운을 이렇게 쉽게 정화하지?

농사의 신 하메르가 경악한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볼 때

역시 박세준을 빨리 불러오길 잘했어.

패트릭은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세준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

10번째 탑의 밖.

"저기다! 공격!"

우어!

멜픽스의 명령에 오우거들이 10번째 탑을 향해 돌진했다.

그렇게 아무 대책 없이 10번째 탑을 향해 닥돌하는 오우거들.

그때

후웅.

갑자기 10번째 탑의 흡입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멜픽스나 오우거들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후우웅!

점점 더 강해지는 흡입력.

우어어?

오우거들이 10번째 탑에 도착했을 때는 흡입력이 너무 강해져 탑에 달라붙어 꼼짝도 못 할 정도였다.

우어어!!!

오우거들은 탑에서 떨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그럴 때마다 오우거들이 내뿜는 멸망의 기운이 10번째 탑으로 흡수되며 오우거들은 더욱 지쳐갔다.

"멍청이들! 뭐 하는 것이냐?! 봉인해제!"

보다 못한 멜픽스가 봉인을 풀고 탑으로 다가가

쾅!

탑의 벽을 뜯어내며 탑 1층으로 들어갔다.

"으익! 이 기분 나쁜 것은 뭐냐?!"

그런 멜픽스를 처음 반긴 것은 진한 창조의 기운.

멜픽스가 창조의 기운과 대치하는 사이

[멸망의 사도와 조우했습니다.]

[이명 : 숙련된 멸망 사냥꾼이 발동합니다.]

[200m 이내에 있는 멸망의 사도의 능력을 25% 약화시킵니다.]

멸망의 사도?!

"얘들아, 이리 와! 빨리 이거 먹어!"

벽을 뚫고 나타난 거대한 악마를 보며 세준은 서둘러 일행들에게 콩세트를 먹이고

"꾸엥아! 준비해!"

꾸엥!

[알겠다요!]

척.

꾸엥이의 몸에 세준과 테오, 뱃뱃이, 까망이 패밀리가 접촉했다.

그러자

[나눠진 11개의 권능이 하나로 합쳐지며 13초 동안 권능 : 열세 줌의 하늘을 떠받치는 힘이 발동합니다.]

[힘이 1300% 상승합니다.]

권능이 발동하며 꾸엥이의 힘이 13배 상승했다.

꾸에엥!

거기에 더해 권능 : 폭풍전야의 고요함 상태를 풀자

고오오오.

엄청나게 압축돼 있던 꾸엥이의 기운이 폭발하며 엄청난 기운이 방출됐다.

"방공호!"

그사이 세준은 꾸엥이의 기운을 막기 위해 서둘러 까망이 패밀리와 방공호에 몸을 숨겼다.

그동안 방공호 레벨을 7까지 올리며 방공호를 처음 만들고 5초 동안은 방어력이 2배로 올라가는 옵션이 생긴 덕분에 잠깐 정도는 꾸엥이의 기운을 버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용맹의 신 베브가 일부러 자신을 위해 멸망의 사도를 만나러 간 거냐며 기뻐합니다.]

아니에요.

[용맹의 신 베브가 역시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용맹한 전사라고 인정합니다.]

[용맹한 업적 1개를 획득했습니다.]

[용맹의 신 베브가 멸망의 사도랑 1대1로 싸우면 용맹한 업적 10개를 내리겠다고 제안합니다.]

"차단."

시끄러운 베브의 메시지를 차단하며 꾸엥이가 공격한 후인 2차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꾸엥!

[아빠 꾸엥이가 기절시켰다요!]

2차전은 없었다.

끼히힛.낑![히힛. 멜픽스, 잡자!]

방공호에서 나온 까망이가 빠르게 기절한 멜픽스를 향해 달려가

꿍.

박치기를 했다.

506화. 내···내가 탑농부였다고?!

멜픽스의 정신세계.

"으음. 여기는? 내 정신세계잖아."

멜픽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설마 내가 고작 새끼 곰의 공격에 기절했다는 건가?"

그 놈 뭐지?

멜픽스가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분명 처음에는 봉인해제를 하는 자신을 조금 방해할 정도지 그렇게 무서운 공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뭐였지?

새끼 곰의 몽둥이가 자신에게 닿기 직전 몽둥이에서 뿜어내는 뇌전의 색이 황금색에서 불길한 검붉은 색으로 변했고 그걸 맞은 이후 기억이 없었다.

"이제 방심은 없다!"

멜픽스가 서둘러 정신세계를 벗어나 다시 몸의 통제권을 가지려 할 때

크르릉.

쿵.쿵.

어둠 저편에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응?! 이 소리는? 설마 펜릴···님?!"

쿵.쿵.

대답 대신 가까워지는 발소리. 이어서 다른 발소리들도 들렸다.

그리고

역시 펜릴 님이다!

검푸른 털을 가진 늑대가 살기를 뿜어내며 멜픽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펜···펜릴 님을 뵙습니다!"

까망이를 보자마자 멜픽스는 덜덜 떨며 서둘러 인사했다.

까망이의 뒤를 이어 까망이의 부하들도 나타났지만, 멜픽스는 온 신경이 자신에게 살기를 보내는 까망이에게 집중돼 있었다.

본능에 각인된 공포.

이것만 봐도 멸망의 사도들 사이에서 까망이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군고구마 말랭이나 찾고 툭하면 자는 슈퍼 개복치 까망이의 일상을 봐온 세준은 믿지 못하겠지만.

"멜픽스. 너 예전에 나한테 개라고 했었지?!"

"네?! 제가요?! 그럴 리가···."

멜픽스가 까망이의 말을 다급히 부정할 때

"위대한 까망이 님, 저도 멜픽스가 분명히 위대한 까망이 님에게 '개'라고 하는 걸 들었습니다!"

"맞아요! 거기다 위대한 까망이 님의 코어를 흡수해 멸망의 사도 3좌가 될 거라고도 했어요!"

그 사건 현장에 있었던 엄돌이와 샤리가 차례로 증언했다.

"페···펜릴 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여기서 펜릴 님의 화를 풀지 못하면 소멸이야!

멜픽스가 살기 위해 까망이에게 열심히 용서를 빌었다.

"머리 박아."

"넵!"

까망이의 말에 바로 머리를 박는 멜픽스.

"크르릉. 쓰러지면 소멸이다."

쿵.

"네엡!"

까망이는 머리를 박은 멜픽스의 몸에 앞발을 올린 후

"잘 들어라. 앞으로 우리 위대한 까망이 패밀리의 규칙을 알려주지. 규칙 1번. 집사의 말을 잘 들어야 된다!"

그동안 탑 99층에서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자신이 발견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들을 멜픽스에게 알려줬다.

***

10번째 탑 1층.

"꾸엥아, 잘했어."

꾸헤헤헤.

세준이 멜픽스를 기절시킨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근데 어떻게 한 거지?

꾸엥이의 힘이 아무리 대단해도 멸망의 사도를 기절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봉인을 푸는 중간에 공격해서 그런가?'

하긴 원래 변신 중간이 무방비 상태긴 하지.

세준은 다른 게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끼로롱.

엄로롱.

···

..

.

까망이는 퇴마 중인가 보네.

멜픽스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까망이 패밀리를 들어 슬링백에 넣은 세준.

[창조의 기운 5000L를 소비해 탑 자동 수리 속도를 10% 상승시킵니다.]

[창조의 기운 5000L를 소비해 탑 자동 수리 속도를 10% 상승시킵니다.]

···

..

.

탑의 수리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10번째 탑의 관리자와 부관리자인 패트릭과 하메르가 열심히 탑을 보수하고 있지만, 너무 느렸기 때문.

[탑 자동 수리 속도가 처음보다 2배 빨라졌습니다.]

[탑 자동 수리 속도 10%를 늘리는 데 필요한 창조의 기운이 1만L로 늘어납니다.]

중간에 수리 속도를 올리는 가격이 올라갔지만, 멜픽스가 뿜어내는 멸망의 기운 덕분에 창조의 기운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그렇게 수리 속도를 계속 올리자, 멜픽스 때문에 탑 1층 외벽에 만들어졌던 거대한 구멍이 빠르게 메꿔지며 줄어들었고

"박세준이여. 그대 덕분에 수리가 빨리 끝났구나."

"박세준이여. 고맙다."

탑의 수리를 끝낸 두 신이 세준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자

"푸후훗. 맨입으로 감사하면 안 된다냥! 보상을 달라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있던 테오가 세준 대신 보상을 요구했고

"흠. 그대를 위한 신기를 만들어 주고 싶지만, 이미 만들어진 신기가 있어서···대신 내 신기의 위치를 알려주겠다."

"나도 내 신기의 위치를 알려줄게."

덕분에 세준은 황금탑 90층에는 패트릭의 신기 대지의 갑옷이, 갈색탑 77층에는 하메르의 신기 농사 바이블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강화의 비약은 없어요?"

"없어. 그건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한 달에 한 방울만 만들 수 있거든."

"그럼 한 달 후에는 받을 수 있는 거네요?"

세준이 기대가 담긴 목소리로 묻자

"아니. 그건 내가 계속 강화의 비약을 만들 때 얘기고···."

어렵다고 말하려던 하메르.

그러나

"가능하다."

"네?!"

"하메르, 앞으로 넌 강화의 비약만 만들어라."

"아니. 저도 쉬는 시간이···."

"그럼 쉬는 시간에 남은 영압석 형벌을 받으면 되겠네."

"아닙니다! 앞으로 열심히 강화의 비약을 만들겠습니다! 5방울이면 되죠?"

"10방울."

"네···."

패트릭이 나서준 덕분에 10달 동안 매달 강화의 비약 1방울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신들과 대화를 끝낸 세준.

[창조의 기운 1만L를 소비해 탑 내구도를 1억 상승시킵니다.]

···

..

.

탑의 내구도를 올리며 까망이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1시간 후.

끼잉···

까망이와 부하들이 늘어지게 하품과 기지개를 동시에 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낑!

[신참!]

까망이가 외치자

무무!

(네! 신참 갑니다!)

한 쌍의 검은 뿔과 붉은 날개를 가진 거대한 멜픽스의 몸에서 새끼손톱만 한 크기에 작은 뿔이 있는 무당벌레가 날아올라

척.

살포시 까망이의 코에 앉았고

끼엣취!낑!낑!

[엣취! 바보야! 코에 앉으면 간지럽잖아!]

무무···

(죄송합니다···)

당연히 까망이에게 혼났다.

그렇게 멜픽스를 혼낸 까망이.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내가 얘 퇴마했어!]

세준에게 멜픽스를 소개하자

무무!무무!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까망이 패밀리의 신참 인사드립니다!)

정신세계에서 참교육을 세게 받은 멜픽스가 세준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래. 안녕."

세준이 멜픽스와 인사를 나눌 때

[여섯 번째 재앙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00억을 획득했습니다.]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2500억을 탑의 관리자가 가져갑니다.]

[획득한 경험치의 40%인 2000억을 탑의 부관리자가 가져갑니다.]

···

..

.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힘이 30 상승합니다.]

[힘 잠재력이 1% 상승합니다.]

···

..

.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10번째 탑의 강한 흡입력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멸망의 기운을 뺏긴 오우거들이 경험치를 남기고 사라졌다.

덕분에 세준은 편하게 두 번의 레벨업을 했지만, 전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이거 뭐죠?"

왜 제가 처치했는데 두 분이 날름하시는 거죠?

세준이 도둑놈을 보는 눈빛으로 패트릭과 하메르를 추궁하자

"크흠. 이게 시스템이 결정하는 거라···절대 우리의 사심이 들어간 게 아니다."

"그래. 시스템이 결정한 거라고···."

두 신은 세준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이놈의 시스템 자식!

시스템 나쁘다냥!

그렇게 오늘도 시스템을 향해 분노하는 세준과 테오.

시스템이 아빠꺼 계속 뺏어간다요!

아니. 이제 꾸엥이까지 시스템에게 분노했다.

그때

[10번째 탑에서 만들어진 창조의 기운이 400만L에 도달했습니다.]

[10번째 탑 3층이 개방됩니다.]

[10번째 탑 3층이 활성화됩니다.]

[멸망의 기운을 정제하는 정제 시스템 처리량이 100% 상승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10번째 탑의 3층이 열렸고

"스텔라, 3층으로 올라가."

덕분에 세준은 2층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다.

탑을 오르는 방법은 다른 탑과 같았다.

다른 게 있다면···

"활성화."

관리자나 부관리자가 웨이포인트를 활성화해야지 웨이포인트가 나타난다는 것.

척.

세준이 다른 아홉 탑과는 다른 하얀색 크리스탈에 손을 올리자

[10번째 탑 1층을 클리어했습니다.]

[탑 1층 클리어 보상으로 1억 탑코인, 경험치 1000억을 획득했습니다.]

[탑 1층 클리어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탑 1층의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탑 2층으로 이동합니다.]

탑 1층 클리어 보상 메시지와 함께 세준이 탑 2층으로 이동했다.

[10번째 탑 2층에 도착했습니다.]

"오! 보상이다!"

처음 받아봐!

탑 2층에 도착한 세준은 일단 환호부터 질렀다. 탑에 들어온 후 세준이 처음으로 받아보는 클리어 보상이었다.

"흐흐흐. 여기는 보상을 주는군."

앞으로 여기다 포식이들이랑 멸망의 사도 몸을 두고, 창조의 기운을 잔뜩 만들어 모든 층을 개방시켜 보상을 받아낸다!

10번째 탑의 모든 보상을 받아내겠다고 결심한 세준.

"1층보다 넓은 것 빼고는 다른 게 없네요?"

그제야 2층을 둘러봤다. 2층은 1층보다 면적이 4배 넓었다.

농작물을 많이 심어야 멸망의 기운을 더 많이 정화할 수 있기 때문.

다 심으려면 며칠은 걸리겠는데···

세준은 땅의 크기를 보며 공수를 계산할 때

"푸후훗. 하메르 님, 팝콘 좋아한다고 들었다냥! 이거 받아서 심으면 팝콘 많이 먹을 수 있다냥!"

테오가 하메르에게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 씨앗 한 줌을 건넸다.

'흥! 이걸 심게 하려는 속셈이군. 근데 난 탑농부가 아니라서 소용없는데'

받아서 팝콘이나 만들어야지.

하메르는 뻔히 보이는 테오의 수법을 비웃으며 씨앗을 받았다.

하지만

"푸후훗. 손이 미끄러졌다냥!"

툭.

음흉한 미소와 함께 테오가 하메르의 손에 씨앗이 닿자마자 놔버렸고

투두둑.

하메르의 손에 닿은 씨앗 몇 개가 바닥에 떨어지자

꾸엥!

꾸엥이가 기다렸다는 듯 염력으로 흙을 움직여 씨앗을 덮었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얘들아, 뱉어!]

푸우.

역시나 기다리고 있던 까망이 패밀리들이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뱉으며 물을 줬다.

하메르가 심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직접 심어주는 작전.

뭐···뭐야?!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잠깐 당황한 하메르.

"그래도 소용없어. 난 탑농부가 아니라서···."

테오를 '이런 재미있는 녀석 봐라.'라는 눈빛으로 볼 때

[10번째 탑의 탑농부 농사의 신 하메르가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를 허락 없이 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탑의 율법에 따라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앞으로 100년간 10번째 탑의 탑농부 농사의 신 하메르를 거느립니다.]

"어?!"

세준의 눈에 하메르를 100년간 거느린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하메르는 10번째 탑의 부관리자이자 동시에 탑농부였던 것.

"내···내가 탑농부였다고?!"

본인은 모르고 있었던 것 같지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역시 큰형아다요!]

끼히힛.낑!

[히힛. 나 위대한 까망이 님의 형이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꾸엥이와 까망이가 작전을 제안한 테오를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의 오른팔 나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은 다 될 줄 알았다냥!"

테오는 악당처럼 웃으며 동생들이 보내는 존경의 시선에 우쭐해했다.

입탑 462일 차. 늦은 오후, 세준은 테오, 꾸엥이, 까망이 패밀리의 활약으로 모든 탑농부를 거느리게 됐다.

507화. 불어 터진 옥수수는 다 우리 세준이 줘야지.

[다른 탑의 모든 탑농부를 거느리는 위대한 농부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 업적 보상으로 이명 : 으뜸 탑농부를 획득했습니다.]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한 달에 한 번 10분 동안 다른 탑농부 한 명의 스탯을 10% 빌려올 수 있습니다.]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다른 탑농부들이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스킬 수련도의 1%를 가져옵니다.]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다른 탑농부에게 자신의 농사 스킬을 전수할 수 있습니다.]

[위대한 농부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5% 감소합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여덟 탑의 모든 탑농부들을 거느려도 이명이 뜨지 않아 이상했는데···

"이래서였군."

10번째 탑에도 탑농부가 있었으니까.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우돈몬을 거느렸을 때 이명을 얻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농사의 신 하메르를 거느리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달성 보상으로 이명 : 신을 거느리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이명 : 신을 거느리는 자의 효과로 신을 한 명 거느릴 때마다 신격이 1 상승합니다.]

[위대한 농부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0.3% 감소합니다.]

이어서 농사의 신인 하메르를 거느리며 위대한 업적과 함께 새로운 이명도 획득했다.

이제 체류 비용이 32% 감소했으니까

"흐흐흐. 68%만 더 깎으면 프리패스인가?"

세준이 즐거운 표정으로 지구에 공짜로 가는 걸 상상할 때

[이명 : 신을 거느리는 자와 비슷한 이명 2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명 : 태초를 엿본 자가 이명 : 신살자, 이명 : 신을 부리는 자, 이명 : 신을 거느리는 자를 하나의 이명으로 합칩니다.]

[이명 : 신을 압도하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새롭게 나타나는 메시지.

"응?!"

이명을 합친다고?!

세준은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서둘러 합쳐진 이명을 확인했다.

이명 : 신을 압도하는 자

신을 한 명 거느릴 때마다 모든 스탯이 50, 신격이 2 상승합니다.

당신을 마주하는 신이 크게 위축됩니다.

신을 죽이면 죽인 신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이명 : 신살자의 효과가 사라진 대신 이명 : 신을 거느리는 자와 이명 : 신을 부리는 자의 효과가 강화됐다.

뭐 신을 죽일 일은 많지 않으니까 없어도 상관없지.

'죽일 수도 없고.'

세준은 자신이 어떻게 신을 죽인 건지 아직도 몰랐다.

근데 '태초를 엿본 자'는 뭐지?

갑자기 나타나서 이명을 합쳐버렸다.

혹시 뭔가 변했으려나?

세준이 '태초를 엿본 자'를 확인하자

이명 : 태초를 엿본 자

비슷한 이명 3개를 하나로 합칠 수 있다.

······

한 줄이 추가됐을 뿐이었다.

조건이 맞으면 알아서 설명이 나타나는 건가?

이명을 확인한 세준.

"흐흐흐. 하메르 님, 앞으로 잘 지내봐요."

얄밉게 웃으며 절망에 빠진 하메르에게 말을 걸었다.

"그···그래···요."

뭐야?! 박세준 분위기 뭔데?!

갑자기 변한 세준의 분위기.

하메르는 세준을 마주하자,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는 걸 느끼며 얼떨결에 세준을 존대했다.

"하메르 님, 근데 하메르 님은 스탯 없어요?"

하메르를 거느렸을 때 하메르의 스탯을 빌려온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세준이 물었다.

"있었는데···지금은 없어···요. 전 지금 영체 상태라 몸이 없거든요."

"몸이 없다고요?! 어?! 진짜네."

하메르의 말을 들은 세준이 하메르를 건드리자, 세준의 손이 하메르를 그냥 통과했다.

그럼 패트릭 님도?

척.

···?

세준의 예상과 다르게 패트릭은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하하하. 난 박세준 그대가 신전을 지어준 덕분에 신성력으로 몸을 만들었지. 물론 신성력이 부족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돌아가자마자, 일단 하메르 님의 업적비부터 만들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야 신성력으로 몸을 만들고 자신이 하메르의 스탯을 빌려올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2층 구경을 끝낸 세준.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탑 1층으로 돌아와 멜피스의 몸과 멸망개척자, 멸망포식자들 절반을 두고 가려 하자

키키!

캬캬!

멸망개척자들과 멸망포식자들이 자신들을 두고 간다고 난리가 났다.

낑!낑!

[걱정 마라! 대장이 꼭 돌아올게!]

그런 멸망이들을 설득하는 까망이.

그때

무무?

(위대한 까망이 님, 제가 여기 남아서 애들을 지휘할까요?)

지휘할 기회만 엿보던 멜픽스가 나섰다.

하지만

낑!!!

[내가 너 절대 지휘 욕심내지 말랬지!!!]

퍽.

무무···

(죄···죄송합니다···)

멜픽스가 엄청난 발컨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던 까망이는 바로 멜픽스를 앞발로 밟고 정신교육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럼 가볼게요."

끼로롱.

무로롱.

그사이 세준은 자는 까망이와 멜픽스를 들어 슬링백에 챙기고

"문 소환."

끼이익.

집으로 복귀했다. 다행히 돌아갈 때는 그냥 밀어서 열 수 있는 문이라 힘을 10만으로 세팅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떠난 10번째 탑 1층.

"내가 탑농부라니···내가 박세준의 밑이라니···."

아직도 현실을 믿을 수 없는 하메르는 한참을 중얼거리다 패트릭에게 끌려가 강화의 비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

검은 거탑 관리자 구역.

"어머님, 안녕하세요!"

"에일린도 잘 지냈지?"

"그럼요! 어머님도 잘 지내셨죠?"

"그럼. 바로 시작할까? 오늘은 옥수수를 찔 거야."

"네!"

얼마 전 드디어 계란후라이 완반숙을 전부 마스터한 에일린이 김미란에게 새로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도 요린이라 갈 길이 멀었지만, 불 조절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큰 발전이었다.

잠시 후.

"수고했다. 에일린."

"네···."

에일린이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옥수수를 쪘는데 쫀득쫀득해야 할 옥수수 알이 다 불어 터져 버렸다.

"힘내렴. 그래도 먹을 수는 있잖니. 세준이는 불어 터진 옥수수 좋아하니까 괜찮아."

"정말요?! 세준이가 불어 터진 옥수수 먹는 거 본 적 없는데요?"

"그···그게 세준이가 불어 터진 옥수수 만드는 방법을 몰라서 그래. 그러니까 에일린, 네가 많이 만들어줘."

"네! 히히. 제가 많이 만들어 줄게요!"

김미란의 말에 우울했던 에일린의 얼굴에 바로 기쁨의 꽃이 피었다.

"불어 터진 옥수수는 다 우리 세준이 줘야지."

그렇게 찐 옥수수 중 멀쩡한 옥수수는 빼고 불어 터진 옥수수만 차곡차곡 이쁘게 쌓는 에일린.

아들아, 미안하다.

김미란이 30층 높이로 쌓이는 불어 터진 옥수수를 보며 세준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그렇게 김미란의 요리 클래스를 듣고 오늘도 요리 실력을 키운 에일린.

"크히히히. 이따 세준이가 이거 보면 좋아하겠지?"

자신이 준 불어 터진 옥수수를 받고 기뻐할 세준을 상상하며 히죽히죽 웃었다.

"잘 보관해야 하니까."

에일린은 옥수수가 담긴 접시를 아공간에 넣고

"이건 내가 처리해야지."

뇸뇸.

멀쩡한 옥수수를 맛있게 먹었다.

그때

"에일린, 우리 왔어!"

"에일린, 포비 오빠 왔어!"

"실비아 언니도 왔다!"

해츨링들이 부모용들과 에일린을 찾아왔다.

슥슥.

"언니 오빠들 어서 오세요!"

에일린이 서둘러 입을 닦고 해츨링들을 맞이했다.

그러자

"에일린, 실비아 언니 없어서 심심했지?! 이제 언니랑 놀자!"

"무슨 소리야?! 에릴린은 나랑 더 놀고 싶어 한다고!"

"아니야! 에일린은 나 실비아 히스론이랑 더 놀고 싶어!"

여섯 해츨링들이 에일린을 붙잡고 자신과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싸우기 시작했고

"언니 오빠들, 우리 다 같이 놀아요!"

오늘도 해츨링들의 중재에 나서는 200살 막내 에일린.

"같은 그림을 맞추면 되고···."

세준에게 배운 고스톱의 규칙을 해츨링들에게 설명했다.

"판돈은 군고구마 말랭이. 마법 쓰면 손모가지 날아가요!"

에일린의 말에 해츨링 몇이 흠칫하며 자신의 손목을 만졌다.

"그럼 시작할게요!"

촤르륵.

에일린이 패를 섞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실비아, 났어! 스탑! 군고구마 말랭이 3개씩 주세용~"

"실비아, 쓰리 고! 호쿠스 오빠, 피박이니까 두 배야!"

"실비아가 또 이겼다!"

게임은 실비아의 독주였다.

"에일린, 군고구마 말랭이 100개 살게!"

"나도! 이번엔 내가 이길 거야!"

패배자들은 군고구마 말랭이가 다 떨어지자, 판돈을 구하기 위해 부모용들에게 돈을 받아 에일린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구매했다.

에일린은 처음 몇 판만 참가하고 이후에는 군고구마 말랭이만 팔았다.

"에일린, 황금빛 삼양주 한 잔이랑, 포도주 10병, 마른오징어 10마리 줘."

"난 삼양주 10병이랑 수박 3통."

중간중간 다른 용들이 쉬지 않고 물건을 사러왔기 때문.

어쩌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하우스를 운영 중인 에일린이었다.

요즘 검은 거탑에서 세준의 음식을 사 먹는 건 용들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강해지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세준의 농작물을 먹을 때는 너무 미세하게 강해져서 맛 이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그게 쌓이다 보니 티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들이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한 건 같은 나이대의 검은용 가악스와 황금용 라온의 결투였다.

결투라고 하지만, 직접 싸우는 건 아니고 순수 마력으로만 서로의 몸을 잡아당겨 먼저 당겨지는 쪽이 이기는, 고대부터 전해진 용들의 평화적인 결투법이었다.

둘이 결투를 하게 된 계기는···

평소 세준의 농작물을 즐겨 먹는 가악스에게 라온이 미천한 인간의 음식을 뭐가 좋다고 그렇게 많이 먹냐며 비아냥거렸기 때문.

뭐?! 감히 우리 박 서방이 만든 걸 무시해?!

그 말을 들은 가악스는 발끈하며 결투를 신청했고 라온도 바로 받아들였다.

용들에게 이런 흥미진진한 이벤트는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기에 많은 용들이 결투를 구경했고

결투의 결과는···

쿵.

나이대가 비슷한 둘이 최소 10분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승부가 날 거라는 용들의 예상과 다르게 10초 만에 가악스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결투 후에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궁금해진 용들이 가악스와 라온의 마력을 정밀 측정했고

"가악스가 마력이 5000이나 높은데?!"

둘의 마력이 5000이나 차이 난다는 걸 발견했다.

마력이 100만 정도인 두 용에게 마력 5000은 작은 차이지만, 결투에서는 큰 차이였다.

저울은 0.001g만의 아주 작은 무게 차이로도 기우는 법이니까.

그렇게 세준의 농작물이 강함에 도움이 된다는 게 용들 사이에 빠르게 퍼졌고

용들은 다른 용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세준의 농작물을 서로 경쟁적으로 챙겨 먹으며 강해지고 있었다.

덕분에 점점 상승하는 용들의 평균 능력치.

"이것도 사서 헌터들에게 내려주면 멸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 그럼 그것도 줘봐."

테오를 보고 배운 에일린이 견고한 칼날 대파와 해독의 대파를 용들에게 팔면서 멸망의 침략 속도도 크게 느려졌다.

물론 가장 큰 활약은 발컨 멜픽스가 했지만.

거기다 불꽃이가 각 탑에 세계수를 1그루 이상 키우면서 탑의 거탑 성장 조건을 한두 개 이상 달성한 탑이 생기고 있었다.

세준이 굴린 작은 스노우볼이 점점 거대해지며 용과 탑,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너무 바쁘네. 우리 세준이 왔나?"

잠시 용들이 없는 틈에 에일린이 수정구로 세준을 찾았다.

"실비아! 포 고!"

옆에서는 실비아가 다른 해츨링들의 군고구마 말랭이를 쓸어가고 있었다.

508화. 히힛. 집사의 작명 실력이 돌아왔다!

[검은 거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세준이 10번째 탑과 통한 문을 열고 나오니, 밖은 어두웠고 12개의 별빛들이 반짝이며 세준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우렁차게 울렸다.

꼬르르륵.

이어서 세준과 테오, 까망이 패밀리의 배에서도 소리가 났다.

멸망의 사도 멜픽스와 싸우면서 배고픔을 잊고 있던 세준과 일행들. 집에 돌아오자, 긴장이 풀리면서 허기가 몰려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점심, 저녁 두 끼나 안 먹었네.

"우리 꾸엥이 배고픈데도 잘 참았네. 빨리 밥 먹자."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좋다요! 꾸엥이 간장버터계란밥 먹고 싶다요!]

"푸후훗. 박 회장, 나는 생선구이를 달라냥!"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나는 군고구마 말랭이 줘!]

"그래."

세준은 일행들의 재촉을 받으며 취사장으로 향했고

"세준 1호, 간장버터계란밥 해줘."

세준 1호에게 꾸엥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하게 했다.

그리고

"자. 까망이 여기 애들이랑 나눠 먹어."

끼히힛.낑!

[히힛. 응!]

까망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 10개를 주고 세준은 테오의 생선구이를 굽기 시작했다.

잠시 후.

"자. 테 부회장, 여기."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생선구이는 때깔부터 다르다냥! 맛있다냥!"

테오가 세준이 구워준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꾸엥이도 반숙 계란이 30개나 올라간 간장버터계란밥을 맛있게 먹었다.

"나도 먹어볼까."

세준이 꾸엥이의 밥그릇에서 간장버터계란밥을 덜어 먹으려 할 때

[탑의 관리자가 그거 먹지 말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그대를 위해 준비한 요리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에일린이 서둘러 말을 걸어왔다.

"요···요리?"

에일린의 말에 떨리는 세준의 목소리.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좋아하는 불어 터진 옥수수를 잔뜩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불어 터진 옥수수를 좋아한다니?

세준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자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어머니가 분명 그대가 불어 터진 옥수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당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에일린이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어머니···아무리 에일린에게 점수 따고 싶어도 그렇지. 아들을 파시는 겁니까?

그사이 상황을 파악한 세준.

"아. 불어 터진 옥수수?! 미안. 내가 불타는 옥수수로 잘못 봐버렸어! 불어 터진 옥수수라니?! 내가 그걸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에일린, 빨리 줘! 나 현기증 날 것 같아."

혼신의 힘을 다해 불어 터진 옥수수를 먹고 싶은 박세준을 연기했다.

[탑의 관리자가 그런 것이었냐며 괜찮다고 기쁜 목소리로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맛있게 먹으라고 말합니다.]

쿵.

에일린의 말과 함께 거대한 접시에 담긴 피라미드 모양의 불어 터진 옥수수탑이 나타났다.

이게 몇 층짜리야?

검은 거탑보다 층수가 높은 130층짜리 옥수수탑.

내가 이걸 클리어할 수 있을까?

세준은 잠시 고민하다

'해내야 한다!'

나도 에일린한테 점수 딸 거야!

우적.우적.

불어 터진 옥수수를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예전에 숯덩이 음식들에 비하면 충분히 먹을만했다.

[불어 터진 체력의 옥수수를 섭취했습니다.]

[옥수수가 불어 터지며 효과가 30% 감소합니다.]

[30분 동안 힘이 14 상승합니다.]

···

..

.

위에서부터 50개 층을 공략했을 때 고비가 왔지만

"활력."

[활력 Lv. 8을 사용하셨습니다.]

[위장의 음식을 바로 소화시킵니다.]

[180분간 모든 스탯의 수치가 8% 상승합니다.]

[180분간 소화 속도가 아주 빨라집니다.]

스킬을 사용해 위장을 비우고 다시 옥수수를 먹었다.

그때

끼히힛.낑!낑!

[히힛. 집사야! 얘 이름 지어줘!]

멜픽스를 입으로 물어 세준의 앞에 내려놓은 까망이가 짖었다.

까망이의 입에 물려온 멜픽스는 자신에게 다가올 운명도 모르고

무무?!무무?!

(이거 뭔데?! 왜 맛있는 건데?!)

군고구마 말랭이의 달콤한 맛에 흥분해 뿔에서 자세히 봐야 보일 작은 불꽃을 뿜어내며 허겁지겁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고 있었다.

아. 그렇지 신참 이름 지어줘야지.

"어디 보자···."

원래 이름 멜픽스. 무당벌레. 등에 검은 점 7개.

무무라는 소리를 내고, 흥분하면 불을 뿜어냄.

멜픽스의 특징들을 정리하는 세준.

낑!낑!

[집사야! 얘 지휘도 엄청 못해!]

그런 세준에게 까망이가 추가 제보를 했다.

거기다 발컨.

"그럼···."

세준이 작명에 들어가자

두근!두근!

까망이 패밀리가 세준을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특히

제발 구린 이름!

까르르의 눈빛에는 기대를 넘어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그런 모두의 염원을 담아

이름이 멜픽스니까 멜라토닌, 멜젖이.

무당벌레니까 무리수, 무만도사, 무사원.

불 뿜는 무당벌레니까 불당이.

발컨이니까 무능이? 아냐. 이건 너무했어.

열심히 이름을 생각하는 세준.

그러나

어렵네···

마음에 드는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무무라고 우는 무당벌레. 발컨. 등에 점 7개.

위에 세 가지 특징이 세준의 머릿속에서 조합되며

무발칠!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괜찮은 것 같은데?

웬지 발가락이 간지러워지는 이름이지만

"무발칠."

입으로 소리를 내보니 더욱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끼히힛.낑!

[히힛. 집사의 작명 실력이 돌아왔다!]

"예전의 세준 님이야!"

끼룩!

샤라랑!

"돌아오셨군욥!"

깍!

삐약!

까르르 이후 괜찮은(?) 이름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 컸던 까망이 패밀리가 세준이 지은 이름을 듣고 환호했다.

까르르.까르르.

그동안 이름 때문에 서러움이 많았던 까르르가 무발칠을 잔뜩 비웃어줬다.

잠시 후.

우적.우적.

"다 먹었다!"

작명을 하며 소화가 된 세준이 불어 터진 옥수수탑을 클리어하고 잠들었다.

***

탑 94층 치카산에 있는 세준의 커피 농장.

"음···앞으로 치카산에서 생산되는 최고 등급의 커피는 검은 거탑 94 치카산 세준, 다음 등급은 검은 거탑 94 치카산 모자크로 할게요."

커피 농장 관리를 맡은 대상인 니니르가 커피의 이름을 지었다.

최상품은 세준컴퍼니의 회장 세준의 이름을, 그 아래 등급은 치카산의 지배자 블랙 드레이크 모자크의 이름을 넣었다.

"좋아요. 그럼 검은 거탑 94 치카산 세준 100kg는 세준 님이 계신 탑 99층으로 보내고···."

그렇게 커피 이름을 지은 니니르가 블랙울프와 실버울프들에게 커피를 배달할 장소를 알려줬다.

"근데 니니르, 언니에게 여기 있다고 연락 안 했어?"

"그래. 미미르가 너 찾아다니는 것 같던데···."

그런 니니르에게 헤겔과 엘카가 다가와 조심히 물었다.

그러자

"흥! 아저씨들, 잘난 언니가 저 같은 거 사라졌다고 걱정이나 할 것 같아요?! 언니는 일하느라 바빠서 저 같은 건 신경도 안 쓴다고요!!!"

둘에게 빼액 소리를 지르는 니니르.

화르르르.

그런 니니르의 붉은 털에서 화려한 불길이 타올랐다.

하얀 털을 가진 백양족 중에서 특이하게 색을 가지고 태어난 미미르와 니니르.

둘은 자매였다.

백양족은 선천적으로 뇌기를 다룰 줄 알았는데 황금털을 가진 미미르는 태어나자마자 몸 전체에 뇌전을 두르는 높은 수준의 성취를 보이며 종족의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니헤헷."

붉은 털을 가진 니니르는 뇌기를 다루는 재능이 떨어졌다. 아니. 거의 없다시피 했다.

10살이 넘었는데도

"느앙! 따가워!"

갓 태어난 백양족들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의 뇌기도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백양족들 사이에서 언니 미미르와 동생 니니르는 항상 비교의 대상이었다.

그럴수록 더욱 위축되는 니니르.

거기다 미미르가 대상인까지 되자

"어휴, 언니는 천재인데 동생은 천치라니···."

니니르는 언니와 더 큰 비교를 당하며 백양족들의 마을에서 지낼 수 없게 됐고

"흥! 나도 대상인이 돼주겠어!"

집에서 가출해 탑을 떠돌며 대상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러다 테오를 만나 대상인이 된 것.

그리고

난 재능이 없는 게 아니었어! 내 재능은 불이야!

대상인 아이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니니르는 자신이 뇌기가 아니라 화기를 다루는 데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테오 님 밑에서 열심히 일해서 언니와 백양족 양들에게 내 실력을 보여줄 거야!

실력을 키워 보란듯이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니니르.

그러나 언니가 이미 세준컴퍼니에 입사한 선배 정직원이라는 건 몰랐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푹 자고 일어난 세준.

"냥···."

낑···

테오와 까망이 패밀리를 챙기며 일어났다.

"청결유지."

스킬로 일행들을 씻기고 자신도 씻었다.

그리고

슥.

벽에 날짜 표시를 하고 밖으로 나와

"땅 움직이기."

하메르를 위한 높이 10m의 업적비를 세워줬다.

[하메르 업적비]

-농사의 신 하메르, 신 최초로 위대한 박세준의 거느림을 받음

"흐흐흐."

자신이 쓴 내용을 보며 뿌듯해하는 세준.

내가 애들을 정말 잘 키웠어.

하메르를 거느릴 수 있게 해준 테오, 꾸엥이, 까망이 패밀리를 생각하며

저벅.저벅.

농장을 거닐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걷자

[바람의 배추가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농작물의 대보은(Master)이 발동하며 마력 스탯 잠재력이 7157에서 7167로 상승합니다.]

올라가는 잠재력.

마력(7167/7167)

물론 금세 채워졌다.

그렇게 세준은 오늘도 세준의 스탯 잠재력이 늘어나길 기다리며 대기 중인 스탯들의 줄을 조금 줄였다.

잠시 후.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셨다요!]

잠에서 깬 꾸엥이가 합류해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려 함께 농장을 걸었다.

그때

"응?"

세준의 눈에 갈색과 녹색이 섞여 있는, 딱딱한 뭔가가 잔뜩 쌓인 게 눈에 들어왔다.

뱃뱃이가 가져온 건가?

보통은 슬라임을 가져오는데 오늘은 다른 걸 가져온 모양이었다.

세준이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만져봤다.

이건···

"미역이네?"

좋아. 오늘 아침은 미역국이다!

세준이 서둘러 미역을 들고 취사장으로 달려가 미역을 물에 헹구고 물에 담가놨다. 불려야 하기 때문.

20분 정도 흐르자, 물을 흠뻑 흡수한 미역이 탱탱해졌다.

"오늘은 내가 집도한다."

오랜만에 직접 요리를 하는 세준. 요리 스킬에 미역국 레시피가 없어서 세준 1호가 만들 수 없었다.

물론 미역국이 요리 스킬 레시피에 등록된 후에는 세준 1호도 가능해진다.

치이익.

세준은 달궈진 엄돌표 튼튼 돌솥에 슬라임 고기를 넣고 색이 변할 때까지 달달 볶아주고

와르르.

불린 미역을 넣고 같이 볶아줬다.

'간장 붓고, 마늘 넣고, 참치육수도 좀 넣고.'

거기다 양념과 재료들을 넣고 고기와 미역에 간이 밸 수 있도록 다시 바짝 볶아준 후

콸콸콸.

물을 넣고 뚜껑을 닫았다.

"시간가속."

마지막으로 스킬을 사용하고 1분을 기다렸다 뚜껑을 열자, 뽀얀 국물의 미역국이 나타나며

[탑에서 최초로 슬라임 고기 흡혈 거머리 가죽국을 만드는 업접을 달성했습니다.]

[요리(Master)에 슬라임 고기 흡혈 거머리 가죽국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Master)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괴랄한 이름의 요리가 레시피에 등록됐다.

"어?!"

미역국이 아니고 흡혈 거머리 가죽국이라고?!"

"이름이 뭐 이래?!"

요리의 이름에 놀라는 세준.

사실 세준이 미역이라고 생각했던 건 흡혈 거머리의 사체였다.

뱃뱃이가 흡혈 거머리를 처치하자, 몸 안의 액체가 빠지며 거머리 가죽이 말린 미역처럼 변한 것.

냄새랑 맛은 미역국이 맞는데···

세준이 미역국을 먹어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

[탑에서 최초로 두 종류의 재앙을 사용한 음식을 완성하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명 : 재앙을 요리하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재능 : 괴식을 개화합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0.1% 감소합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

이게 누구 놀리나?!

"테 부회장, 안 되겠어! 시스템 탄핵 들어가자!"

"푸후훗. 좋다냥! 탄핵이다냥!"

꾸엥!

[꾸엥이도 같이 탄핵한다요!]

낑!낑![우리도 놀래! 껴줘!]

그렇게 검은 거탑 99층에서 탄핵을 모의하는 세준과 일행들.

세준의 업적에 따라 이명과 재능을 주고도 이상하게 욕을 먹는 시스템이었다.

509화. 흐흐흐. 내 이름이 최고란다.

씨앗 상점 본부.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첫 번째 부하 엄돌이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

..

.

"묻따박!"

"묻따박!"

"묻따박!"

신성력이 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오늘도 구호를 연호하는 레아와 다른 비전투신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일곱째 부하 무발칠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마지막 메시지가 나오자

"와! 까망이 박 님의 신참이 들어왔다!"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신성력을 올려줄 머릿수가 하나 더 늘어난 거니까.

그렇게 환호하던 비전투신들.

"근데 이름이 무발칠?"

"누가 저렇게 지은 거야?"

무발칠의 이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너무 처참한 이름이라 뇌리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설마···박세준은 아니겠지?"

"무슨 소리야?! 이번에 새로 온 외로움의 신 우리 몰라? 박세준은 외로움의 신에게 우리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가슴 따뜻한 인간이라고. 무발칠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지을 리 없어."

"아. 맞네. 내가 실수했네. 박세준이 그럴 리가 없지."

세준은 우리의 이름 덕분에 신계에서 전혀 의심받지 않았다.

"박세준 의심했으니까. 구호 열 번 말해."

"응. 묻따박! 묻따박! 묻따···."

"묻따박!"

"묻따박!"

하나가 구호를 시작하자 다른 비전투신들도 다시 구호를 연호하기 시작할 때

"부럽다···."

그런 비전투신들을 집 안에서 몰래 바라보는 비전투신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준과 접점이 없어 세준에게 신성력을 받아보지 못한 신들.

처음에는 비전투신들 모두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고 그들도 즐겁게 동참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신세만 져도 되는 걸까?

어느 순간 다른 비전투신들의 신성력을 계속 받다 보니 자신이 염치없다는 생각과 함께 자존감이 점점 추락했고

나도 박세준에게 신전 받고 싶은데···방법이 없어···

부러움과 박탈감에 더 우울해졌고 더욱 고립됐다.

그리고

외로워···

결국 집 안에 틀어박혀 혼자가 됐다. 아니. 혼자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똑.똑.똑.

누군가 개미의 신 베나의 집 문을 두드렸다.

조용히 있으면 그냥 가겠지.

베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똑.똑.똑.

상대는 가지 않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계속.

똑.똑.똑.

노크는 규칙적이지만, 재촉할 생각은 없다는 듯 여유로웠다.

그렇게 노크가 계속되자

끼익.

"누구세요?"

어쩔 수 없이 문을 여는 베나.

그러자

"안녕하세요. 외로움의 신 우리에요. 베나 님, 우리 같이 얘기 좀 해요. 들어가도 돼요?"

우리가 밝은 목소리로 물었고

"어? 어."

베나는 자신도 모르게 반가움을 느끼며 우리를 집 안으로 들였다.

잠시 후.

"흑흑흑. 너무 외로웠어···."

우리와 얘기하던 베나가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외로워하지 말아요.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정말? 고마워. 근데 우리, 너는 외로움의 신인데 왜 안 외로워 보이지?"

"저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혼자가 아니라고?"

"네. 저는 항상 세준 님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에?! 박세준이 함께 한다고?!"

"네. 제 마음속에서요."

"풋. 뭐야?!"

우리의 말에 베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진짠데 왜 웃으시지?

우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헤헷. 베나 님, 우리 같이 세준 님에게 기도해 봐요. 또 모르잖아요. 세준 님이 베나 님에게 신전을 주실지."

베나에게 기도를 제안했다.

"그럴까?"

"네. 분명 저희의 마음이 세준 님에게 전해질 거예요! 세준 님, 들리시나요? 저 우리에요···."

외로움의 신 우리가 베나와 함께 세준을 향해 기도했다.

누가 신인지 모를 광경이었다.

***

검은 거탑 99층.

"에일린, 이거 이름 좀 바꿔줘."

세준이 에일린에게 슬라임 고기 흡혈 거머리 가죽국의 개명을 부탁했다.

부르기도 힘들었고, 저 이름을 볼 때마다 꿈틀거리는 거머리가 생각났다.

[탑의 관리자가 어떤 이름으로 바꿀지 생각해 둔 이름이 있냐고 묻습니다.]

"슬라임 미역국."

슬라임은 그냥 넣었다. 돼지고기 미역국보다는 이름이 있어 보였기 때문.

[탑의 권리자 권한으로 요리 슬라임 고기 흡혈 거머리 가죽국의 이름이 슬라임 미역국으로 강제 변경됩니다.]

그렇게 요리 이름이 슬라임 미역으로 변경되자

"얘들아, 미역국 먹자."

세준이 일행들과 흰쌀밥에 미역국을 먹기 시작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이 구운 생선구이가 제일 맛있다냥!"

테오는 오늘도 생선구이만 먹었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역시 아빠의 요리는 다 맛있다요!]

편식 따위는 모르는 꾸엥이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낑?!낑?!

[이게 그 흡혈 거머리라고?! 얘네들이 이렇게 맛있었어?!]

짭.짭.짭.

흡혈 거머리의 맛있음에 충격을 받은 까망이와 부하들.

후루룩.

세준도 미역국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으며

이명 : 재앙을 요리하는 자

재앙을 요리의 재료로 사용할 경우 요리에 특수 효과가 생깁니다.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스탯 증가)

두 번재 재앙 거대 흡혈 거머리(적을 공격할 시 데미지의 일부를 생명력으로 회복)

다섯 번째 재앙 슬라임(물리 데미지 감소)

[재능 : 괴식]

괴랄한 음식을 먹을 경우 스탯이 상승합니다.(음식이 괴랄할수록 스탯이 더 많이 상승합니다.)

시스템이 준 이명과 재능을 확인했다.

"오."

괴식은 쓸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이명은 정말 괜찮았다.

재능이야 괴랄한 음식을 안 먹으면 되니, 이명의 이점만 있는 것.

탄핵 보류.

세준은 시스템 탄핵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시스템을 탄핵할 방법도 없었지만.

그렇게 맛있는 아침을 먹고

"꾸엥아, 커피 좀 내려줘."

꾸엥!

세준은 꾸엥이에게 모닝커피를 부탁했다.

그러나

꾸엥?

세준에게 커피를 내려주기 위해 원두가 든 주머니에 앞발을 넣은 꾸엥이가 당황했다.

"꾸엥아, 왜 그래?"

꾸엥···

[커피가 없다요···]

아빠는 꾸엥이가 내려준 모닝커피 좋아하는데···아빠를 기쁘게 하지 못해 슬프다요···

효자 꾸엥이가 앞발에 든 원두 몇 알을 보이며 울상을 지었다.

"괜찮아. 내려가서 구해오면 되지."

"푸후훗. 그럼 소풍 가는 거냥?!"

세준의 말에 바로 호다닥 달려가 봇짐을 챙겨오는 테오.

꾸엥!꾸엥!

[소풍이다요! 소풍 가면 간식 먹어야 한다요!]

끼히힛.낑!

[히힛. 숨겨둔 군고구마 말랭이 챙겨야지!]

꾸엥이와 까망이 패밀리도 분주하게 간식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커피를 가지러 가는 여정이 갑자기 소풍으로 변했고

"세준 1호, 주먹밥 만들자."

세준도 세준 1호와 주먹밥을 만들며 소풍 준비를 했다.

그때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가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수확하기 스킬 숙련도 1%를 가져옵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아작스가 수확을 하며 세준에게 직업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보내줬다.

"흐흐흐. 좋네."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흐뭇해할 때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녹색탑 탑농부 오필리아 이올그가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씨뿌리기 스킬 숙련도 1%를 가져옵니다.]

[이명 : 으뜸 탑농부의 효과로 황금탑 탑농부 세실리아가 획득한 직업 경험치와 수확하기 스킬 숙련도 1%를 가져옵니다.]

···

..

.

이어서 다른 탑농부들도 일을 시작하는지 메시지가 나타났다.

꾸엥!

낑!

그사이 소풍 준비를 끝낸 꾸엥이와 까망이가 취사장 밖에서 세준을 재촉했고

"알았어. 나갈게. 에일린, 이거 먹어."

세준은 일행들에게 들키지 않게 서둘러 하트 모양 주먹밥을 에일린에게 보냈다.

그리고

"냥?"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이 하는 거면 좋은 게 분명하다냥! 나도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오나에게 줘야겠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도 앞발로 자신의 털 뭉치를 요물딱조물딱 만지며 하트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검은 거탑 94층으로 이동합니다.]

웨이포인트에 도착한 세준이 커피농장이 있는 탑 94층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어?! 좀 전에 헤겔 님이 세준 님께 드릴 커피 가지고 탑 99층으로 올라갔는데요."

"그래?"

그냥 기다렸어도 됐네.

길이 엇갈려 버렸다.

"니니르, 커피 좀 줘. 아침에 커피를 못 마셔서."

"네! 잠시만요."

세준의 말에 니니르가 커피를 내려서 가져왔다.

"고마워."

후루룩.

커피를 마신 세준.

"오! 진짜 맛있는데?!"

커피 맛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니헤헷. 지금 드신 게 앞으로 저희가 팔 최상급 커피 검은 거탑 94 치카산 세준이에요."

"엥?! 근데 커피 품종에 내 이름은 왜 들어간 거야?"

"그거야 세준 님의 이름이 곧 최고라는 걸 의미하니까요."

"에이. 최고라니···내가 그 정도까지는···."

겸손을 떠는 세준.

하지만

흐흐흐. 내 이름이 최고란다.

세준의 입꼬리는 반달을 그리며 높게 올라가 있었다.

후루룩.

"흐흐흐. 맛있다."

칭찬 덕분인지 커피도 더 맛있었다. 거기다 산 정상의 멋진 경치까지.

"냥냥냥. 박 회장, 좀 더 쓰다듬어 달라냥!"

"알았어."

세준이 무릎에 발라당 누운 테오의 배를 쓰다듬으며 기분 좋게 커피를 마시는 사이

꾸엥!

낑!

꾸엥이와 까망이 패밀리는 치카산을 제 집처럼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그때

쿠웅.

꾸엥?

[이게 뭐다요?]

돌을 들며 밑에 뭐 없나 찾아보던 꾸엥이가 돌 아래에 있던 아득히 깊어 보이는 구멍을 발견했다.

끼히힛.낑!

[히힛. 탐험이다!]

뽈짝.

구멍을 향해 겁도 없이 몸을 날리는 까망이.

그러나

낑?

둥둥.

꾸엥!꾸엥!

[안 된다요! 까망이는 위험하다요!]

꾸엥이의 염력에 잡혀 공중에 그대로 떠 있었다.

모험은 아빠랑 같이 한다요!

꾸엥이가 까망이 패밀리를 데리고 세준에게 달려갔다.

***

검은 거탑 90층.

"뀨-뀨-그러니까 일주일 전에 누군가 데브 님의 창고를 털었다는 건가요?"

이오나가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거대한 하마를 향해 물었다.

테오 님한테 가려고 했는데!

드디어 흑스터에게 업무 하나를 완전히 넘기고 여유가 생긴 이오나가 테오에게 가려고 할 때

"이오나 님, 탑 90층의 데브 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과거 중력 마탑이 90층에 있을 때 신세를 진 적이 있는 탑 90층의 유지 데브가 도움을 요청했고

테오 님ㅜㅜ

이오나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탑 90층으로 내려왔다.

"그···그렇습니다."

이오나의 질문에 데브의 저택에서 집사로 일하는 노마가 잔뜩 겁을 먹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뀨-뀨-창고로 안내하세요."

"네."

노마의 안내를 받아 도둑이 든 창고로 이동한 이오나.

"마나의 힘이여. 흔적을 찾아라. 디텍트."

빨리 처리하고 테오 님한테 가야지.

마법을 사용해 도둑이 남긴 흔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뀻뀻뀻. 찾았네요. 탑 94층으로 이동한 마법진의 흔적이 있어요."

탑 94층이면 여기서 가까워요! 거기다 탑 94층에서 테오 님의 기운도 느껴져요!

갑자기 화가 풀린 걸 넘어 활짝 웃는 목소리로 말하는 이오나.

"뀻뀻뀻.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텔레포트!"

도둑도 잡고 테오 님도 보는 거예요!

서둘러 마법을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