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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470화. 어디서 고기 굽는 냄새 나지 않아?

스르륵.

포도 수확 대회가 나타난다는 메시지와 함께 탐스러운 포도송이 제단 주변에 100평짜리 포도밭 2000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교환 상점]

탐스러운 포도송이 제단 앞에 나타난 거대한 메시지창.

"교환 상점?"

뭐지?

세준이 가까이 가자

[교환 상점]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1알 - 수확제 기념 포도 100알

축복의 포도주 1병 - 수확제 기념 포도 5000알

···

..

.

신기 봉인의 포도 넝쿨 팔찌 - 수확제 기념 포도 1000만 알

신기 심판의 포도 넝쿨 채찍 - 수확제 기념 포도 5000만 알

포도넝쿨의 신 엉클의 가호석 - 수확제 기념 포도 7000만 알

세계수를 품은 포도 씨앗 - 수확제 기념 포도 1억 알

교환 상점에서 교환할 수 있는 물건들이 보였다.

전부 포도 관련 아이템들.

"흠."

일단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는 맛없으니까 거르고.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는 예전에 포도리가 씨 없을 때 줬던 포도로 모든 스탯 1을 올려주지만, 굉장히 떫었다.

마력 10을 올려주는 새콤달콤한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나

모든 스탯 20을 올려주는 포동포동해진 대가뭄을 부르는 수박 등이 있는데

굳이 맛도 없으면서 스탯도 많이 안 올려주는 포도를 먹을 이유는 없었다.

"축복의 포도주는···먹을 때는 그냥 맛 좋은 포도주지만, 포도밭에 뿌리면 수확량이 2~5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네?"

흐흐흐. 그럼 테오한테 뿌리라고 하면 포도 수확량 5배 확정인가?

그렇게 세준이 교환 상점에서 파는 아이템들을 살펴볼 때

께엑!

[일거리다!]

버섯개미들이 2000개의 100평짜리 포도밭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께엑?

밭에는 버섯개미 한 마리씩만 들어갈 수 있었고

께엑!

[우리는 못 들어가!]

께엑!

[그러니까 네가 빨리 수확해!]

밭에 들어간 2000마리 버섯개미들은 밭에 들어가지 못한 버섯개미들의 응원을 받았다.

께엑!께엑!

[알았어! 나만 믿어!]

[9:50 - 포도송이 1개]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포도를 수확하는 2000마리의 버섯개미들.

10분이 되자

[포도 수확 대회 랭킹]

1등 - 버섯개미 1009호(355송이) 외 50[검은 거탑 99층]

2등 - 버섯개미 204호(354송이) 외 70[검은 거탑 99층]

3등 - 버섯개미 4912호(353송이) 외 50[검은 거탑 99층]

···

..

.

표시되는 버섯개미들의 랭킹.

근면하지만, 민첩은 낮은 버섯개미들. 수확 속도가 느려 많은 포도를 수확하지 못했다.

슈욱.

대회에 참가했던 버섯개미들이 자동으로 포도밭 밖으로 이동됐고

께엑!

[나만 믿어!]

밭 주변에 있던 버섯개미 2000마리가 다시 밭에 입장해 포도를 수확했다.

그리고

께엑!

[수확한 포도가 사라졌다!]

께엑?

[근데 이건 뭐지?]

께엑!께엑!

[몰라! 주인님께 가져가자!]

대회에 참가했던 버섯개미들은 대회 참가 보상으로 받은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포도를 3알씩 입에 물고 세준에게 갔다.

***

"흠. 쓸만한 건 일단 축복의 포도주랑 엉클의 가호석, 세계수를 품은 포도 씨앗 정도네."

상점의 물건들을 살펴보며 교환할 것들을 고른 세준

"근데 수확제 기념 포도는 어디서 얻는 거지?

뒤늦게 가장 중요한 교환 수단인 수확제 기념 포도를 어떻게 얻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때

께엑!

툭.

세준의 앞에 물고 있던 포도들을 내려놓는 버섯개미들.

[수확제 기념 포도]

"응? 이거 어디서 났어?"

께엑!

세준의 물음에 버섯개미들이 더듬이로 포도 수확 대회가 진행 중인 포도밭을 가리켰다.

"아."

대회에 참가하면 주는 거구나.

예전 당근 수확 대회 때는 참가 보상으로반 당근 씨앗을 줬는데 대수확제라 그런지 보상이 변했다.

버섯개미들 덕분에 수확제 기념 포도를 얻는 방법을 알게 된 세준.

"흐흐흐. 얘들아, 다른 애들한테도 꼭 한 번씩 가서 수확하라고 전해줘. 알았지?"

께엑!

세준의 지시에 열심히 더듬이를 위아래로 흔든 버섯개미들이 세준의 말을 다른 버섯개미들에게 전달할 때

우르르르.

농장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행렬.

"벌써 수확제의 첫 번째 대회가 시작됐다! 서둘러라!"

새벽에 수확제 티켓을 산 검은 거탑의 주민들이 이제 막 도착한 것.

"어?! 여기서 수확제가 열리는지 어떻게 알고 온 거지?"

"푸후훗. 박 회장, 다 내 덕분이다냥! 내가 유랑상인 협회 협회장 메이슨 님을 시켜서 수확제 티켓을 1억 탑코인에 팔았다냥!"

"진짜?!"

"진짜다냥! 나 테 부회장은 위대한 박 회장에게 거짓말하지 않는다냥!"

"그렇지! 우리 테 부회장이 거짓말을 할 리 없지. 아주 훌륭해!"

"푸후훗. 그렇다냥! 나 테 부회장은 훌륭하다냥! 그러니까 더 칭찬하라냥!"

"흐흐흐. 그래."

수확제 기념 포도를 쉽게 얻을 수 있겠군.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포도 수확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줄을 선 주민들을 바라봤다.

***

검은 거탑 4층.

쿠구궁.

포도농장의 중앙에 갑자기 포도송이 모양을 한 돌이 솟아났다.

스르륵.

동시에 석상 주변에 생긴 100평짜리 포도밭 10개.

그리고

[잠시 후 수확제의 포도 수확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이들은 포도밭 안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농장에 있는 모두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 수확제다!"

"포도밭이 어디 있지?!"

어제 수확제가 열린다는 메시지가 나타나고 나서 아무런 얘기가 없어 계속 기다리던 헌터들이 반색하며 포도밭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포도밭으로 입장한 헌터들이 포도를 수확하는 동안

"어?! 벌써 랭킹에 누가 있는데?!"

"1등이 버섯개미 1009호?!"

"어?! 대회의 100위 안에 들면 보상이 있고, 5위 안에 들면 특별한 보상이 있다는데?!"

"그래?!"

다른 헌터들은 석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했다.

10분 후.

대회에 참가한 헌터들은 수확한 포도가 없어지며 수확한 포도송이 1개에 포도 씨앗 1개를 받았다.

[포도 수확 대회 랭킹]

1등 - 슈페판(520송이)[검은 거탑 4층]

2등 - 마이르(490송이)[검은 거탑 4층]

3등 - 요시다(483송이)[검은 거탑 4층]

···

..

.

동시에 버섯개미들을 몰아내며 상위권을 차지한 헌터들.

"이 정도면 충분히 순위권인데?"

"99층이라더니, 별거 아니네."

"우리가 너무 겁을 먹었었나 봐. 이거 끝나면 다시 탑을 올라가 보자."

"그래."

덕분에 헌터들의 마음에 탑 99층에 대한 두려움 대신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러나

[포도 수확 대회 랭킹]

1등 - 대상인 황금양 미미르(9500송이)[검은 거탑 99층]

2등 - 밤송이 고슴도치 고도리(8200송이)[검은 거탑 99층]

3등 - 흑곰 라크(7900송이)[검은 거탑 99층]

···

..

.

"어?! 순위가···."

1시간 정도가 지나가 랭킹에 다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드디어 버섯개미들의 줄이 끝나며 드디어 본격적으로 수확제 티켓을 산 참가자들이 참가한 것.

"역시 탑 99층은 무서운 곳이군."

"우리 같은 헌터들이 덤벼볼 곳이 아니었어."

그렇게 헌터들이 전부 1000위 밖으로 밀려나며 좌절에 빠질 때

1등 - 탑농부 박세준(12만 500송이)[검은 거탑 99층]

혜성처럼 등장하며 뛰어난 농사 실력과 피지컬로 단숨에 1등을 차지한 세준.

그러나

1등 - 대상인 테오 박(902만 222송이)[검은 거탑 99층]

헌터들에게 희망을 발견하기도 전에 1등에서 물러났다.

냥보로 이동 시간을 줄인 테오의 압도적인 1등 독주.

푸후훗. 박 회장의 1등 선물은 나 테 부회장이 주겠다냥!

보상은 줄 생각이 있지만, 1등을 양보할 생각은 없는 테오였다.

이후에 꾸엥이, 이오나, 우마왕과 블랙 미노타우루스 등이 참가하며 세준의 이름은 상위권에서 빠르게 내려갔기에 헌터들 중 아무도 세준의 이름을 보지 못했다.

***

검은 거탑 99층.

"아. 3초 천하도 아니고, 0.3초 천하라니···."

어차피 1등을 뺏길 건 알았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수확제 기념 포도 농작물과 교환 가능]

테오의 용발톱으로 새긴 간판 뒤,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던 세준.

"배고픈데, 일단 뭐 좀 먹을까?"

"좋다냥! 나는 박 회장이 구워준 생선구이가 먹고 싶다냥!"

손님이 끊기자, 브런치를 준비했다.

메뉴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꼭대기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10단 생크림 핫케이크와 초코 우유.

당+당의 초당당 세트.

물론 입이 하나가 아니기에 빠르게 초당당 세트 100개를 만든 세준.

최근에 요리 스킬이 마스터 레벨이 되며 1시간 이내에 한 요리는 재료에 마력만 넣으면 똑같이 만들 수 있게 됐다.

"에일린, 받아.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에일린에게 초당당 세트 5개를 보내고 일행들을 부르자

꾸엥!

포도 수확 대회를 하느라 배가 고파진 꾸엥이가 서둘러 날아왔고

"밥이다!"

다다다.

세준 컴퍼니의 직원이 된 은색탑, 갈색탑, 붉은탑의 여우들도 빠르게 달려와 줄을 섰다.

그때

"비켜! 어디서 비정규직 직원 주제에 정규직 앞에 서려고 해?!"

"우린 정규직 직원이라고!"

은색 여우들과 갈색 여우들을 밀치며 가장 앞에 서는 베이온과 다른 붉은 여우들.

"세준 님, 충성스러운 정직원 베이온이 왔습니다!"

베이온이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부럽다.

정직원이 되면 밥이 평생 무료겠지?

그런 베이온과 붉은 여우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다른 여우들.

뭐지? 정직원이 더 나쁜 건데, 얘들 바보인가?

"새치기 한 여우들은 맨 뒤로 가."

"네···."

세준의 말에 시무룩해져 귀를 축 늘어트리고 줄의 맨 뒤로 가는 붉은 여우들.

그때

껙!

껙!

버섯개미들이 성난 소리를 내며 세준에게 몰려왔다.

***

"곧 도착이군. 준비해라."

마력 스트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며 할파스가 슬라임들에게 말했다.

아무리 멸망이라도 탑에, 그것도 거탑에 허락받지 못한 존재를 들여보낼 힘은 없었다. 아직.

그게 가능했다면 당연히 이 세상은 이미 멸망했을 거다.

그러나 풍요와 마력이 흘러넘치는 대수확제가 열리면서 펜릴이 있는 검은 거탑 99층에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겼다.

검은 거탑 99층에 연결된 마력 스트림 두 줄기 때문.

덕분에 거의 힘의 손실 없이 검은 거탑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 할파스와 슬라임들이었다.

탑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정도, 크크크. 용도 있었으면 좋겠군.

힘을 온전히 가지고 탑에 들어가게 된 할파스가 자신감을 보이며 곧 있을 살육의 시간을 기대할 때

[멈춰! 감히 주인님의 농장을 노려?!]

그들의 앞을 막는 거대한 뿌리.

화르르륵.

마력 스트림의 마력들이 불꽃이의 의지에 화답하듯 강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아니라니까. 정규직이 나쁜 거래도."

께엑!

[주인님, 저희 열심히 일했잖아요!]

께엑!

[더 열심히 일할게요! 정규직 시켜주세요!]

세준은 정직원을 시켜달라는 버섯개미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나

께엑!

[정규직 직원이 되기 전까지 파업할 거예요!]

버섯개미들에게 세준의 설득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알았어. 정규직 시켜줄게."

세준은 버섯개미들에게 정직원 계약서를 만들어 계약을 했다.

그때

"응?!"

킁.킁.

"테 부회장, 어디서 고기 굽는 냄새 나지 않아?"

"난다냥!"

검은 거탑 99층 전체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471화. 히힛. 집사가 또 이상한 이름 지어주면 좋겠다!

마력 스트림의 안.

화르르륵.

마력을 잡아먹으며 힘을 키우는 불꽃이의 불꽃.

불꽃은 순식간에 할파스와 슬라임들을 덮쳤고

꿈틀.꿈틀.

일단 삼키고 보는 슬라임들은 불길을 삼키다 겉과 속이 동시에 타며 죽어갔다.

그리고

"봉인 해제!"

이런 미친! 마력 스트림 안에서 마력을 태우다니···

할파스는 서둘러 5단계 봉인을 해제했다. 불꽃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았기 때문.

"나 하나 죽이겠다고 마력 스트림을 폭발시킬 생각을 하다니, 나름 훌륭하군. 하지만 그로 인해 너희는 더 큰 곤란에 빠질 거다."

한 줄기 마력 스트림의 폭발은 곧 아홉 줄기 마력 스트림 전체의 연쇄 폭발로 번지며 세상에 엄청난 피해와 함께 균열을 남긴다.

그럼 자신들이 탑으로 들어갈 틈도 생길 테니···탑은 더 이른 시간에 멸망하게 될 거다.

[그런 일은 없어요! 제가 몸으로 막을 거니까요!]

"흥! 그게 가능할 것 같나? 설령 막아낸다 해도 너는 무사하지 못할 거다."

[그게 내가 바라는 거예요!]

약해지면 더 좋아요! 주인님을 빨리 볼 수 있으니까요!

"설마?! 너 자폭하겠다는 거냐?! 크크큭. 눈물겨운 희생정신 뭐 그런 건가?"

불꽃이가 당연히 자폭할 거라고 생각한 할파스가 자신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불꽃이를 비웃을 때

[아니요! 그럼 좀 이따 봐요! 타올라라!]

"뭐?! 그게 무슨···."

콰과광!

마력 스트림 안의 마력들이 불꽃이의 강한 의지에 발화점을 넘기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저게 뭐야?!

할파스는 거대한 화염 너머로 마력 스트림을 촘촘하게 감싼 불꽃이의 뿌리를 보며 경악했다.

근데 왜 이렇게 따뜻하지?

자신의 몸을 태우는 불꽃은 이상하게도 전혀 뜨겁지 않았다.

뭐지?

그래서 영혼을 빼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쳤고

콰과광!

할파스는 거대한 폭발에 휘말리며 정신을 잃었다.

아홉 줄기 마력 스트림 중 하나가 깔끔하게 소멸했다.

***

검은 거탑 99층.

킁.킁.

어디서 나는 거지?

세준이 고기 냄새가 나는 곳을 찾고 있을 때

"저기다!"

후각이 뛰어난 이들은 이미 냄새가 흘러나오는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음머!

쿠어어어!

그들을 막는 우마왕과 블랙 미노타우루스 그리고 분홍 털.

수확제 티켓을 산 자들에게는 허락된 공간은 딱 세준의 농장까지.

지정된 지역을 벗어나는 건 검은 거탑 99층의 경계를 맡은 그들과 싸우겠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꾸엥!

[아빠, 저기서 고기 냄새가 난다요!]

그사이 꾸엥이가 세준과 일행들을 데리고 빠르게 고기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조금 이동하다 보니

"응?"

그들이 향하는 서쪽, 하늘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푸른 빛이 일렁이는 2개의 기류가 눈에 들어왔고

그 주변에서 허공을 향해 입을 벌리며 뭔가를 먹고 있는 멸망포식자들이 보였다.

어디 갔나 했더니, 다 저기 있었네.

"근데 저게 뭐지?"

세준이 기류를 보며 혼잣말을 하자

"뀻뀻뀻. 세준 님, 저게 마력 스트림이에요!"

테오의 꼬리에서 이오나가 푸른 기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력 스트림이 저렇게 생겼구나.

세준이 처음 보는 마력 스트림에 신기해할 때

쿠쿠궁.

푸른 기류를 따라 갑자기 수천 개의 검은색 둥근 물체들이 떨어졌다.

꾸엥!꾸엥!

[아빠, 저거다요! 저기서 고기 냄새가 난다요!]

꾸엥이가 세준과 일행들을 데리고 방금 떨어진 물체들이 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가까워지자 더욱 진해지는 고기 냄새.

그리고

[다섯 번째 재앙 슬라임의 사체]

고기 냄새를 풍기는 물체 위에 보이는 이름.

"다섯 번째 재앙 슬라임?"

뭐지? 재앙이 왜 여기에?

'아. 그래서 멸망포식자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구나.'

세준은 멸망포식자들이 모여있는 이유를 이해하며 조심히 슬라임의 사체로 다가갔다.

슬라임은 불에 타 죽은 것인지 몸이 숯처럼 검고 단단했다.

"테 부회장, 발톱."

세준이 테오를 들어 앞발을 잡자

"알겠다냥!"

빳칭!

세준을 위해 친절히 용발톱을 꺼내주는 테오.

서걱.

세준이 테오의 용발톱으로 슬라임의 몸을 자르자, 겉과는 달리 살짝 익은 선홍빛 고기가 보였고

고기에서 진한 육즙이 흘러나오며 향기가 주변으로 확 퍼졌다.

와. 미쳤는데?

생전 처음 맡아보는 심각할 정도로 맛있는 냄새.

쓰릅.

뒤에서 지켜보던 꾸엥이가 서둘러 흐르는 침을 닦았다.

우리 꾸엥이도 먹고 싶구나?

하긴 자신도 빨리 고기 맛을 보고 싶은 막음이 한가득이었다.

몇 점만 구워 먹어 볼까?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발톱으로 고기를 자르려 할 때

"뀻?! 세준 님, 마력 스트림의 움직임이 이상해요!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요!"

"응!"

이오나의 말에 세준은 '왜?'나 '무슨 일인데?'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동안 죽음의 경계를 넘기며 얻은 진리 중 하나는 묻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 이유는 나중에 알아도 된다.

그러나

콰과광!

세준이 몇 걸음 움직이기도 전에 2개의 푸른 기류 중 하나가 점점 붉게 변하며 거대한 마력이 요동쳤다.

늦었어!

개복치의 본능이 도망칠 수 없다고 알려왔다.

그때

···..

순식간에 붉은 기류가 사라지며 평온해졌다.

···?!

"뭐지? 어떻게 된 거지?"

세준이 의아해할 때

[검은 거탑 99층에 연결된 두 줄기의 마력 스트림 중 하나가 소멸했습니다.]

[두 줄기 마력 스트림의 축복이 한 줄기 마력 스트림의 축복으로 변합니다.]

눈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이오나, 마력 스트림이 소멸할 수도 있어?"

"뀻뀻뀻.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멸했으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그래?"

대마법사도 이해 못 하는 걸 자신이 고민한다고 알 리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가서 고기나 먹자."

꾸엥!

[좋다요!]

그렇게 세준과 일행들이 슬라임 고기를 챙겨 농장으로 향할 때

(···을 잊지 마라!)

낑?!

방금 무슨 꿈이였지?

기절하듯 자고 있던 까망이가 잠에서 깼다.

그리고

'어?! 이건 할파스 녀석의 기운인데?'

주변에서 느껴지는 할파스의 기운.

얘가 여기 왜 있지?

잠깐 궁금함이 들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부하가 생겼다는 게 중요하지!'

히힛. 집사가 또 이상한 이름 지어주면 좋겠다!

할파스를 데려가 세준에게 새로운 이름을 받게 할 생각에 신이 난 까망이는 궁금증을 뒤로 하고

뽈짝.

세준의 슬링백에서 뛰어내려 멸망포식자들을 타고 할파스를 잡으러 갔다.

***

조금 전까지 마력 스트림이 있던 자리.

여기가 어디지?

참새 크기의 까마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처음 보는 곳이었다.

그리고

······

한참을 생각하다가

난 누구지?

까마귀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이 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낑!

[야! 오랜만이다!]

키키!

키키!

멸망포식자를 타고 나타난 까망이가 그런 할파스를 불렀다.

까망이의 다른 부하들은 할파스가 도망칠 걸 대비해 조심조심 포위하며 다가가고 있었다.

깍?

(날 부르는 건가?)

까망이의 부름에 대답하는 할파스.

낑!낑!

[그래! 너!]

깍?

(날 아나?!)

낑!낑!

[당연히 알지! 넌 위대한 까망이 님인 나의 잃어버린 부하다!]

히힛. 얘 또 도졌네.

할파스의 상태를 파악한 까망이가 자신 있게 외쳤다. 가끔 기억을 잃어버리더니, 이번에는 통째로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편하게 할파스를 부하로 만들려던 까망이.

그러나

깍?!깍!깍!

(내가 너의 부하라고?! 그럴 리가 없다! 네가 내 부하겠지!)

할파스의 영혼에 각인된 펜릴에 대한 열등감이 까망이의 부하가 되는 걸 거부했고

낑!낑!낑!

[맞아! 거기다 넌 내 부하 중 막내다! 위대한 까망이 님의 부하가 되어라!]

할파스의 말에 발끈한 까망이가 할파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

낑!

[내 앞발 펀치를 받아라!]

퍽.

깍!깍!

(덤벼! 다 쪼아주마!)

콕.

낑?!낑!

[부리를 썼어?! 그럼 나도 물어주마!]

깍!

(이것 놔!)

멸망의 사도 1좌와 2좌의 전투라기엔 너무 하찮았다.

"위대한 까망이 님, 힘내십시오!"

끼룩!

샤라랑!

"위대한 까망이 님, 파이팅! 꼭 이겨주세요!"

키키!

키키!

주변에서 엄돌이, 꼬미, 까비, 자키, 멸망포식자들이 까망이를 응원했다.

위대한 까망이 님이 이기면 막내 탈출이다!

특히 막내가 된 지 하루도 안 돼서 막내를 탈출할 기회가 생긴 자키가 가장 열심히 까망이를 응원했다.

1시간 후

끼히힛.낑!

[히힛. 위대한 까망이 님의 승리다!]

깍.깍···

(분하다. 내가 지다니···)

까망이가 쓰러진 할파스를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밟고 승리 포즈를 취했다.

***

"휴우. 잘 먹었다."

슬라임 고기로 수확제에 참가한 모두와 고기 파티를 한 세준.

"자. 여기에 찍으면 돼."

다시 정직원 계약서에 버섯개미들의 더듬이 도장을 받았다.

꾹.

세준이 가리킨 곳에 더듬이로 도장을 찍는 버섯개미.

께엑!

께엑!

그렇게 도장을 찍고 정규직 직원이 된 버섯개미는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무리 안으로 들어갔고

께엑!

다음 버섯개미가 위풍당당하게 더듬이를 치켜세우며 세준에게 다가왔다.

꾹.

그렇게 버섯개미들의 더듬이 도장을 받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됐고

[포도 수확 대회가 종료됐습니다.]

[포도 수확 대회 1등에서 100등까지 보상을 지급합니다.]

포도 수확 대회 랭킹 100위 안에 든 포도 수확 대회 포도 수확 참가자들에게 보상이 지급됐다.

그리고

"냥?! 푸후훗. 박 회장, 이거 받아라냥! 1등 보상이다냥!"

테오가 포도 수확 대회 1등 보상을 세준에게 건넸다.

"음."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1000알을 받은 세준의 얼굴이 굳어질 때

꾸엥!

[이건 약한 아빠가 먹는 거다요!]

"뀻뀻뀻. 이거 세준 님 드릴게요!"

쿠어어엉!

음머!

이어서 꾸엥이와 이오나, 분홍 털, 우마왕과 블랙 미노타우루스들, 다른 일행들이 세준에게 보상을 건넸다.

그렇게 1등에서 100등까지의 보상을 전부 독식한 세준.

그러나 세준의 얼굴은 더욱 심하게 굳어졌다.

보상이 전부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였기 때문.

세준의 손에 맛없는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3000개가 쌓였다.

"장난쳐?! 차라리 수확제 기념 포도를 주지!"

결국 세준의 분노가 폭발했고

냥?! 나쁜 거였냥?!

"냥! 마구마구 화가 난다냥!"

한 박자 늦게 분노하는 테오.

엉클 님, 탄핵이다냥!

테오는 세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보상을 한 포도넝쿨의 신 엉클을 탄핵시키려 했지만

[포도 넝쿨의 신 엉클을 탄핵시킬 수 없습니다.]

테오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었다.

엉클 님, 두고 보자냥!

결국 테오는 나중을 기약하며 탄핵 리스트에 엉클의 이름을 올렸다.

그렇게 엉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테오의 탄핵 리스트에 올라갔다.

***

씨앗 상점 본부.

[포도 수확 대회가 종료됐습니다.]

[총 23만 명이 포도 수확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신성력 2만 3000을 획득했습니다.]

"역시 박세준!"

"믿투박!"

"믿투박!"

대회 보상으로 받은 신성력에 기뻐하는 엉클과 비전투신들.

"아쉽다. 우리 박세준이 순위 안에 들었으면 좋은 보상을 줬을 텐데···."

"그러게. 박세준에게 투자하면 무조건 대박인데."

"진짜 아쉽다."

세준이 순위 안에 들지 않아 좋은 보상을 주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그게 전부 세준에게 간 걸 모르고.

"좋아! 이제 다음 대회 보상은 이거야!"

엉클이 포도 먹기 대회 보상으로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 5000개를 꺼내며 씨익 웃었다.

472화. 너 큰일 났다.

멸망과 탑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경계.

"분명 멸망의 힘이 요동쳤는데···."

"일시적인 건가?"

"블랙문이 잠깐이지만 커졌고 거기서 뭔가 빠져나오는 걸 본 용이 있다. 당분간은 계속 주시해야 해."

"그래. 방심할 수 없다."

아홉 용족의 수장들과 모든 용족이 모여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 멸망이 블랙문을 강제로 열며 멸망의 힘이 강해졌고, 그걸 느낀 용들이 급히 모인 것.

그리고

"아니! 왜 하필 지금이냐고?!"

"그러니까. 세준이는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맛있는 거 많이 먹겠지?"

"당연하지. 지금쯤 수확제가 한창일 텐데···."

"너무 화난다! 크아아아!"

수확제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룡회 멤버들이 붉은 안개를 향해 분노의 브레스를 뿜었다.

그러자

"수장님들이 나서셨다! 우리도 브레스를 쏘자!"

다른 용들도 브레스를 쏘기 시작했다.

땡그랑.

덕분에 엄청난 양의 탑코인이 생성됐고.

"수거! 우리 세준이가 우리 것도 남겨주면 좋겠다···."

"수거! 우리 세준이는 분명 남겼을 거야."

"수거! 당연하지. 우리 세준이가 얼마나 의리가 넘치는데!"

"수거! 근데 그건 내가 해치운 거잖아!"

"아니거든!"

사룡회 멤버들은 서둘러 탑코인을 줍줍하며 세준이 자신들의 음식을 남겨주길 바랐다.

***

"설마 포도 먹기 대회 보상도 같은 건 아니겠지? 얘들아 자자."

세준이 다음 대회 보상은 다르길 바라며 잘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응?"

근데 까망이가 어디 갔지?

세준은 그제야 슬링백이 비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까망아!"

세준이 서둘러 까망이를 찾아 나서려 할 때

키키!

키키!

곤히 자는 까망이를 싣고 오는 멸망포식자들.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샤로롱.

자로롱.

꺄로롱.

"얜 또 누구지?"

그런 세준의 눈에 까망이 옆에서 자는 작은 까마귀가 보였다.

까만 새니까 까새?

신입을 보니 저절로 뇌에서 작명을 했다. 무의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려는 세준 작명소.

하지만

"하암. 안 되겠다. 일단 자자."

너무 졸려···

사장의 누적된 피로로 인해 작명소는 일찍 문을 닫았고 덕분에 할파스는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지금의 이름이 그나마 좋은 선택지였다는 걸 모른 채.

"테오, 이오나 잘자."

"푸후훗. 박 회장도 잘 자라냥!"

"뀻뀻뀻. 세준 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커어어.

세준이 눕자마자 잠들었고

고로롱.

뀨로롱.

곧 테오와 이오나도 잠들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헤헷···이제 약해져서 주인님 앞에 나타날 수 있어요···]

세준의 집을 향해 비틀대며 걸어가는 불꽃이의 분신체.

점차 힘이 회복되겠지만, 평화의 축복으로 공격력이 줄어들 테니 축제가 끝날 때까지 세준의 옆에 계속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불꽃이가 세준의 집 앞 마당에 힘겹게 도착했을 때

[저···불꽃이 님···]

포도리가 조심스럽게 불꽃이를 불렀다.

[뭐죠?!]

세준에게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삐쭉 세우는 불꽃이.

[그게···포도넝쿨의 신 엉클 님이···]

불꽃이의 까칠한 목소리에 포도리는 더욱 조심스럽게 오늘 있었던 엉클의 악행(?)을 보고했다.

그리고

[뭐라고요?! 세준 님에게 맛없는 포도를 보상으로 줬다고요?!]

포도리의 보고를 받고 불같이 화를 내는 불꽃이.

[네. 엉클 님을 어떻게 할까요?]

포도리가 불꽃이가 시키는 모든 걸 할 것처럼 충성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는 무조건 '네'였다. '아니요'를 말하는 순간 자신의 뿌리 몇 개는 재가 될지도 몰랐다.

[일단 엉클 로드를 3일 동안 폐쇄하고, 엉클 님에게 전달하세요. 다음 대회 보상도 세준 님을 실망시키면 엉클 로드 영구 폐쇄와 세계수 회의를 소집하겠다고요.]

[네?! 세계수 회의요?!]

어떻게요?

포도리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세계수 회의는 전 세계 세계수들의 뿌리가 모여 안건을 다수결로 결정하는 회의.

회의에 참석하는 세계수의 수가 많을수록, 안건에 찬성하는 세계수가 많을수록 그 안건에 대한 강제력이 강해진다.

과거 세계수 회의에서는 100그루의 세계수가 모여 악행을 저지르는 신의 신격을 뺏은 적도 있다.

그 정도로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세계수 회의지만, 회의를 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는 세계수의 수가 최소 10그루가 넘어야 회의를 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포도리가 아는 세계수는 탑 79층의 불싹이뿐이였다.

[그건 걱정 말아요. 소시지도 곧 세계수가 될 거고, 제가 그동안 열심히 키운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그런 포도리의 물음에 대답하는 불꽃이.

불꽃이는 그동안 많은 세상을 찾아다니며 세계수로 클 재능 있는 나무를 찾아 영양제를 주며 세계수로 키워왔다.

9그루의 나무가 세계수로 성장할 일만 남은 상황이고 30그루 정도가 현재 불꽃이의 케어를 받으며 열심히 크고 있었다.

불꽃이 키드라고나 할까?

세계수 회의가 열린다면 세계수를 키운 불꽃이의 안건이 만장일치로 채택될 확률은 100%였다.

[네! 그럼 제가 엉클 님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역시 불꽃이 님은 철두철미해.

포도리가 불꽃이의 지시에 따라 서둘러 엉클 로드를 폐쇄했다.

그렇게 포도리에게 지시를 하고

폴짝.폴짝.

점프로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불꽃이.

잠시 후.

[헤헷. 도착.]

세준의 침대 위에 도착했다.

[헤헷. 주인님, 보고 싶었어요.]

불꽃이가 세준의 손가락을 두 이파리로 소중하게 감싸며 눈을 감았다.

***

씨앗 상점 본부.

"그럼 이제 포도 먹기 대회 준비를 해볼까? 흐합!"

포도넝쿨의 신 엉클이 오른팔을 붕붕 돌리며 기압을 넣을 때

-엉클 님, 앞으로 3일간 엉클 로드 폐쇄할 거예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는 포도리.

"뭐?! 왜?!"

-세준 님이 대회 보상을 받고 실망이 커요.

"어?! 박세준이 보상을 받았다고?"

그럴 리가···우리 믿투박은 분명 100위 안에 없었는데?!

혹시 세준이 순위에 있을까 봐 5번은 확인했기에 확실했다.

-네. 대회 수상자들이 보상을 세준 님에게 다 양보했거든요.

"아."

그랬군. 그곳 녀석들도 아는 거지. 박세준에게 투자하는 게 남는 거라는 걸. 역시 믿투박!

포도리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한 엉클.

-그리고 다음 대회 보상도 별로면 엉클 로드 영구 폐쇄하고 불꽃이 님이 세계수 회의 소집할 거라고 전달하래요.

"알았어! 걱정 말라고 전해줘! 다음 대회에서는 분명 박세준이 기뻐할 보상을 준비할 테니까!"

아니. 이미 준비해 둔 상태였다. 세준이 순위에 없어서 주지 못했을 뿐.

"좋아! 나도 박세준에게 업적비를 받는 거야!"

엉클이 주먹을 불끈 쥐며 다시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대지의 보석의 봉인이 풀렸습니다.]

···

..

.

[잡초의 신 위드가 당신에게 스킬 - 잡초 뽑기 Lv. 1를 가르쳐 은혜를 갚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세준의 눈에 보이는 메시지.

"잡초 뽑기?"

[잡초 뽑기 Lv. 1]

-대충 뽑아도 잡초의 뿌리가 끊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미세하게 높아집니다.

"음."

위드 님은 1평.

세준의 농장에는 잡초가 없어 잡초 뽑을 일이 없었다.

세준이 위드 로드의 크기를 정해졌을 때

[신 다섯의 봉인을 풀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이 달성됐습니다.]

[퀘스트 조건 달성 보상으로 성장의 비약 5방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가 완료되며 세준의 손에 유리병이 나타났다.

"아니다. 마지막인데 10평 드려야지."

드디어 테오가 가지고 온 31개 대지의 보석에 갖혀 있던 신들의 봉인을 전부 풀었고.

세준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위드 로드를 크게 만들기로 했다.

그때

"응?! 불꽃이네?!"

세준이 자신의 손가락을 꼭 잡고 있는 불꽃이를 발견했다.

[헤헷. 세준 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불꽃이도 잘 잤어?"

[네!]

"요즘 어디 갔었어? 걱정했잖아."

세준이 불꽃이를 쓰다듬으며 물을 때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8이 발동합니다.]

[쇠약해진 사과나무 불꽃이를 조금 치유합니다.]

세준의 스킬이 발동되며 불꽃이를 치유했다.

"응?! 불꽃이 어디 아파?! 테 부회장, 우리 불꽃이 좀 치료해 줘!"

중간에 읽을 수 없는 글씨를 보니 분명 심각한 병이 분명했다.

"푸후훗. 박 회장, 걱정 말라냥! 근데 창고에 있는 재물을 써도 되냥?"

"당연하지!"

"푸후훗. 나만 믿으라냥!"

그렇게 테오가 앞발을 들며 불꽃이를 치료하려 하자

[안 돼요!]

불꽃이가 서둘러 외쳤다.

자신을 치료하면 돈도 엄청나게 들지만, 세준이 다친다.

그래서 서둘러 말렸다.

"응? 안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니. 괜찮다고요! 저는 주인님의 치료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흐흐흐."

역시 우리 불꽃이는 기특한 말을 잘한다니까.

"알았어! 나만 믿어! 대신 아프면 바로 말해. 알았지?"

[헤헷. 네!]

쓰담.쓰담.

불꽃이가 세준의 손을 독차지하며 쓰다듬을 받는 동안

낑!

[집사야! 좋은 아침!]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끼룩!

샤라랑!

"좋은 아침입니답!"

까망이와 부하들도 일어났다.

그리고

"······"

뭐지? 왜 저런 약한 녀석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거지?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는 할파스.

낑!

[빨리 내 집사에게 공손하게 인사하지 못해!]

퍽.

물론 뻗대다 까망이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깍···

그렇게 할파스가 고개를 까딱하며 억지로 세준에게 인사를 하자

낑!

[집사야! 얘도 내가 퇴마한 신입이야! 빨리 이름 지어줘!]

까망이가 세준에게 할파스의 새 이름을 부탁했다.

두근두근.

세준을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보는 까망이와 부하들.

들으면 남들이 비웃는 이름!

스스로 말하기 수치스러운 이름!

물론 다들 자신보다 이상한 이름이 세준의 입에서 나오길 기대했다.

"좋아! 그럼 실력 발휘 좀 해볼까?!"

그렇게 오픈한 세준 작명소.

까만 까마귀니까 까까.

'아냐.'

오늘은 조금 수준 높은 단어를 사용하자

까만 까마귀니까 까마귀 오(烏)를 사용해서 까오.

까만 조(鳥)류니까 까조.

어젯밤과는 다르게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작명에 한자를 써서 이름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세준.

그러나

"까오, 까조···."

입으로 발음해도 큰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때

삐욧!

[세준 님, 좋은 아침이요!]

"세준 님, 안녕하세요!"

삐욧이와 유렌이 세준에게 다가와 아침 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삐욧이 이름이 원래 삐르르르 요트라고 했지? 그럼 까르르?!'

어?!

"까르르."

세준이 조용히 입으로 발음해 봤다.

오! 이거다!!!

느낌도 있고, 입에 촥촥 감겨 부르는 맛이 있었다.

"넌 이제 까르르다."

세준이 할파스에게 까르르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자

역시 집사는 천재야!

세준 님의 이름 짓기는 가히 독보적이군.

휴우. 내가 아니라 다행이야.

이제 내 이름이 부끄럽지 않아.

일찍 오길 잘했어.

기쁨에 몸을 부르르 떠는 까망이와 부하들.

자신들이 요구했던 들으면 남들이 비웃는 이름과 스스로 말하기 수치스러운 이름을 정확하게 만족하는 이름을 만들 줄이야.

그렇게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까르르.

깍?!

(감히 내 이름을 까르르라고 지어?!)

당연히 반항하며 난동을 피웠다.

그때

꾸엥!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때마침 들어오는 꾸엥이.

깍!깍!

꾸엥!꾸엥!

[조용히 한다요! 꾸엥이 배고파서 화난다요!]

배가 고파 기분이 좋지 않은 꾸엥이가 까르르를 붙잡아 조용히 시키려 하자

흥! 내가 약해 보인다고 무시하는 거냐?! 육체가 전부가 아니란 말씀!

꿍!

까르르가 꾸엥이를 혼내주기 위해 박치기를 했고 둘 다 정신을 잃었다.

끼히힛.낑.

[히힛. 까르르, 너 큰일 났다.]

그걸 지켜보며 음흉하게 웃는 까망이.

1초 후.

까아악!

까르르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473화. 후훗. 박세준 이 천재 녀석. 이걸 또 해결해 버렸군.

일행들과 아침을 먹은 세준.

"이제 일해야지."

수확제 3일 차는 대회가 없기에 오전에는 아공간 창고에서 일을 하기로 하고

"꾸엥이, 용돈 줄 테니까, 맛있는 거 많이 사 먹어."

꾸엥이에게 너구리 시장에서 놀라고 용돈을 줬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감사하다요!]

그렇게 용돈을 받은 꾸엥이가 너구리 시장으로 달려가며 멀어지자

깍···

(어떻게 종말의 마수가···)

혼자는 무섭다며 까망이의 등에 매달려 징징거리던 까르르가 슬링백에 고개만 빼꼼 내민 채 입을 열었다.

설마 말로만 듣던 종말의 마수를 실제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깍.

(까망이 대장, 제가 종말의 마수를 만나고도 살아남았습니다.)

꾸엥이가 사라지자, 까르르는 종말의 마수를 만나고도 다치지 않고 살아남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려 했지만

끼로롱.

들려오는 건 까망이의 코 고는 소리.

그러고 보니 피곤하군···

까르르는 꾸엥이가 있는 내내 바짝 언 상태였기에 긴장이 확 풀리며 피로가 몰려왔고

까로롱.

까무룩 잠들었다.

그리고

철컹.

캬캬!

키키!

"그래. 좋은 아침."

멸망개척자들과 멸망포식자들의 아침 인사를 받으며 아공간 창고로 들어간 세준.

[너는 밭이다 Lv. 8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의 몸에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멸망개척자들과 열심히 멸망포식자 씨앗을 심을 심고 다른 농작물들도 심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 농사일을 하고

"근데 얘네들은 왜 안 자라지?"

세준이 씨앗 상점에서 산 초월급 씨앗인 용과와 몽땅 삼키는 젤리가 심어진 자리를 뚫어져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심은 지 거의 3주가 지났는데도 싹이 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흠."

발아하기 위한 다른 조건이 필요한 건가?

잠시 고민하던 세준.

"혹시 용과면···용이랑 관련 있나?"

씨앗의 이름에서 발아 조건의 힌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삭삭.

세준이 손으로 조심히 용과가 심어진 땅을 팠다.

그러자

잔뿌리 하나 없이 깨끗하네···

심기 전과 전혀 변한 게 없는 용과 씨앗이 보였다.

척.

세준은 용과 씨앗을 집어 작은 화분에 옮겨 심고

"에일린, 이것 좀 네 주변에 놔줄래?"

화분을 에일린에게 부탁했다. 용과 씨앗을 에일린의 근처에 며칠 두고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 생각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키움만 당해봤지, 키워본 적이 없는 에일린은 뭔가를 키운다는 걸 두려워했지만

"괜찮아. 내가 물주는 시간이랑 양도 다 알려 줄 테니까. 그리고 식물이 시들려고 하면 내 스킬로 치료할 수 있어."

[탑의 관리자가 그럼 그대를 믿고 키워보겠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말에 용기를 냈다.

"응. 용기 내줘서 고마워."

그렇게 에일린에게 용과를 심은 화분을 맡기고

삭삭.

이번에는 몽땅 삼키는 젤리가 심어진 곳을 조심스럽게 팠다.

"어?!"

용과 씨앗과는 다르게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크기가 좁쌀에서 완두콩 크기 정도로 커졌고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1꿀꺽)]

이름도 변해 있었다.

"일 꿀꺽?"

뭐지?

세준이 씨앗을 자세히 보자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1꿀꺽)]

???

수확을 해야 옵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을 삼켰다.

설명에 한 줄이 추가돼 있었다.

"물을 삼켰다고?"

그럼 물을 더 주면 되나?

세준이 씨앗에 물을 몇 방울 떨어트리고 살펴봤지만

······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게 아닌가? 음···."

이름이 몽땅 삼키는 젤리니까, 다른 걸 줘야 하나?

몽땅 삼키는 게 몇 가지 종류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종류를 삼켜야 발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씨앗에 이것저것 줘보기 시작했다.

쌀, 옥수수알 등 씨앗이 삼킬 수 있는 작은 농작물을 주다 실패하고

똑.

꿀을 주자

꿀꺽.

씨앗이 살짝 벌어지며 꿀을 삼켰다.

똑.똑.

세준은 씨앗이 꿀을 삼키지 않을 때까지 계속 꿀을 줬고 씨앗이 꿀을 삼키는 걸 멈추자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2꿀꺽)]

???

수확을 해야 옵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과 꿀을 삼켰다.

이름과 설명이 변했다.

"설마 액체만 삼킬 수 있는 건가?"

주르륵.

세준은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바로 옆에 있는 사탕수수즙을 짜 씨앗에 줬고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3꿀꺽)]

다시 이름이 변했다.

"이거구나!"

드디어 풀린 실마리.

후훗. 박세준 이 천재 녀석. 이걸 또 해결해 버렸군.

세준이 자화자찬을 하며 서둘러 즙을 만들 수 있는 농작물을 짜며 씨앗의 꿀꺽 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

너구리 시장.

"꾸엥이 님을 뵙습니다!"

"보스를 뵙습니다!"

탑 80층 참외 농장을 관리하는 흑곰 라크와 탑 1층의 꾸엥이파 흑곰들이 시장에 놀러 온 꾸엥이에게 90도로 인사했다.

라크와 꾸엥이파는 동족이었기에 수확제에서 만나 같이 다니고 있었다.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반갑다요! 모두들 착하게 살고 있다요?]

"그럼요!"

"네! 덤비는 녀석들한테만 도장을 받아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꾸엥!꾸엥!

[안 된다요! 아빠가 이제 노예 안 된다고 했다요!]

꾸엥이파 부하의 말에 꾸엥이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네?"

"그럼 뭐로?"

꾸엥!꾸엥!

[앞으로 덤비면 노예로 만드는 대신 비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한다요! 밥은 꼭 하루 세 끼를 먹인다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흑곰들에게 세준 컴퍼니의 변한 정책을 알려주고 뿌듯해진 꾸엥이.

꾸엥!꾸엥!

[모두 꾸엥이 따라온다요! 꾸엥이가 맛있는 거 사준다요!]

세준이 준 용돈으로 흑곰들을 데리고 다니며 노점상의 음식들을 사 먹었다.

그러나

꾸엥···

[아빠가 준 용돈 다 썼다요···]

너무도 빨리 거덜 난 꾸엥이의 용돈.

꾸엥이 혼자 가뿐하게 쓸 수 있는 돈을 먹성 좋은 흑곰 301마리를 데리고 다니며 썼으니 당연했다.

그때

"우헤헤. 이거 얼마에요?"

꾸엥이의 귀에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

꾸엥!

[유렌 형아다요!]

돈 많은 유렌 형아랑 돌아다니면 부하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다요!

부하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꾸엥이가 서둘러 유렌을 향해 달려갈 때

"어?! 꾸엥···."

자신에게 달려오는 꾸엥이에게 아는 체를 하던 유렌이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존재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리고

"됐다! 빨리 이곳을 벗어난다!"

팡!

검은 후드를 쓴 존재들이 연막탄을 터트리자, 주변이 회색 연기에 휩싸였다.

꾸에에에엥!

꾸엥이가 서둘러 꾸엥후로 연기를 날려 보냈지만, 이미 유렌과 검은 후드들은 사라진 후였다.

꾸엥?!

[유렌 형아 어디 갔다요?!]

유렌이 사라진 것에 당황한 꾸엥이.

"꾸엥이 님, 유렌 님이 납치당하신 것 같습니다."

라크가 꾸엥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꾸엥?!꾸엥!

[유렌 형아 납치당한 거다요?! 그럼 꾸엥이가 구하러 간다요!]

"그럼 바로 추적할까요?!"

라크와 꾸엥이파가 서둘러 움직이려 했지만

꾸엥!꾸엥!

[아니다요! 일단 아빠한테 얘기하고 가야 한다요!]

아빠, 걱정한다요!

역시 효자 꾸엥이.

꾸엥이가 서둘러 나갔다 온다고 얘기하기 위해 세준을 찾아갔다.

잠시 후.

"뭐?! 유렌이 납치됐어?! 그럼 명탐정 셜록 세준이 나서야겠군."

역시 불행왕 유렌이군. 그새를 못 기다리고 사고를 당하다니···

꾸엥이의 말을 들은 세준이 15꿀꺽을 한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을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후훗. 그럼 명탐정 셜록 세준의 훌륭한 조수 테옷슨도 나선다냥!"

꾸엥!

[그럼 명탐정 꾸난도 나선다요!]

세준, 테오, 꾸엥이가 유렌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우리는 명탐정이 아닌데 어떡하지?"

"그래도 대장이 가는데 우리도 일단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흑곰 301마리도 셋의 뒤를 따랐다.

***

"···마춘?"

납치당하면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유렌이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분홍 돼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다. 유렌. 요즘 활약하고 있다는 말은 잘 들었다. 그래서 내 동생 마긴이랑 다른 애들은 어디 있지?"

"마춘, 설마 너도 관련된 거였어?!"

유렌이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마긴과 다르게 마춘은 자신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준 존재.

가문에서의 평판도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그래. 사실 내가 지시한 거지. 데미몬 가의 가주가 되기 위해서."

마춘의 실체는 데이몬 가의 차기 가주가 되기 위해 유렌을 집에서 쫓겨나게 만든 진정한 흑막이었다.

"이익! 네가 어떻게?!"

"너같이 물렁한 놈이 가주가 되면 우리 데이몬가는 금세 몰락할 테니까."

마춘의 말에 화가 난 유렌이 일어나려 했지만, 유렌을 잡고 있는 마춘의 부하들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죽이지 않았군. 역시 물렁해.

유렌의 반응에서 마긴과 다른 이들이 죽지 않은 것을 확신한 마춘.

"어서 에비스와 넬리가 어디 있는지 말해라. 아니면 끔찍한 고문을 당할 거다."

유렌에게 칼을 들이밀며 말했다.

사실 마춘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방계인 녹돈가의 후계자인 에비스와 홍돈가의 후계자 넬리가 사라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녹돈가와 홍돈가가가 후계자가 돌아오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

데이몬가에는 흑돈가, 청돈가, 홍돈가, 녹돈가, 황돈가의 다섯 방계가 있고

그중 흑돈가는 정식 후계자인 유렌을 지지, 청돈가는 중립, 나머지 세 방계 가문은 마춘을 지지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녹돈가와 홍돈가가 지지를 철회하면 유렌과 마춘을 지지하는 가문이 1개로 동일해진다.

하지만 방계 세력 중 흑돈가가 가장 강했고 황돈가가 가장 약하기에 실질적으로는 마춘이 크게 불리해지는 형국이었다.

거기다 최근에 유렌이 그동안 호구짓을 하며 잃었던 돈을 돌려받고 있다는 소문이 가문에 퍼지며 유렌의 평판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두 가문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마춘은 위험을 무릅쓰고 부하들을 데리고 검은 거탑까지 직접 와서 유렌을 납치한 것.

물론 엄청난 패착이었다.

쾅!

···?!

꾸엥!

[명탐정 꾸난이 냄새로 찾았다요!]

"아니다냥! 명탐정 셜록 세준의 조수인 나 테옷슨의 앞발이 먼저 이쪽을 가리켰다냥!"

꾸엥!꾸엥!

[아니다요! 명탐정 꾸난이 찾은 거다요!]

"아니다냥! 테옷슨이 찾았다냥!"

동굴 벽을 뚫고 들어온 꾸엥이와 테오가 서로 자신이 먼저 찾았다고 싸우는 사이

"후훗. 이건 밀실 사건이야. 모두 멈춰!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세준이 천천히 들어오며 외쳤고

"뀻뀻뀻. 얼음의 힘이여. 모든 걸 얼려라. 프리즈."

세준의 어깨에서 세준을 보호하던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좋아. 유렌 빼고 다 범인이겠지?"

그렇게 싱겁게 끝난 유렌 납치 사건.

"푸후훗. 박 회장, 얘는 정규직이냥?

"당연하지. 감히 세준 컴퍼니의 재무 그 자체인 유렌을 납치하려고 했잖아."

"푸후훗. 알겠다냥! 그럼 영원 계약이다냥!"

꾹.

세준의 말에 테오가 아홉 용의 직원 계약 인장을 사용해 마춘과 부하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만들었고

"푸후훗. 제프 대리, 새로운 인턴들이다냥!

마춘과 부하들을 제프에게 인계했다.

그리고

"형!"

"마춘 님!"

"마다프!"

제프를 따라간 마춘은 유랑 상인으로 일하는 마긴과 에비스, 넬리를 만났다.

***

은색탑 82층.

휘이이잉.

무엇이든 벨 정도로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황무지.

바람에 실린 모래에 관통당한 바위들이 금세라도 부서질 듯 위태롭게 서 있었다.

"세피로, 아직인가?"

"대족장님, 거의 다 왔습니다."

그런 황무지를 걷는 두 남자.

둘 중 안내를 받는 남자의 키는 옆의 남자보다 머리 하나 반이 더 컸다.

그들의 머리는 은색이었고, 그들 주변은 이상하게 바람이 불지 않고 고요했다.

잠시 후.

"저깁니다."

안내하던 남자가 앙상한 가지만 남은 포도나무를 가리켰다.

"세피로, 어제 저기서 포도가 잔뜩 열린 걸 봤다고?"

"네! 분명합니다."

"흠. 수확제가 분명하다."

"그럼?!"

"그래. 첫 번째 포도 수확 대회가 끝났으니, 곧 두 번째 포도 먹기 대회가 열릴 거다. 세피로, 이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서둘러 탑의 모든 주민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네!"

은색탑의 탑농부 크윈의 명령에 세피로가 서둘러 바람을 타며 날아갔다.

474화. 아빠가 최고지?

유렌을 구하고 테오가 뒤처리를 하는 동안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50꿀꺽)]

"좋아. 이제 50꿀꺽이다."

세준은 꾸엥이와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에 즙을 짜주고 있었다.

꾸엥!

[나온다요!]

주루룩.

꾸엥착즙기 앞에서는 수분이 거의 없다시피한 농작물들도 공평하게 즙을 뱉어냈다.

그렇게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에 성장의 비약까지 먹이며 70꿀꺽을 달성하자, 씨앗의 크기는 어느새 작은 호두알 크기로 커졌다.

하지만 이름과 설명이 조금 변한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발아할 기미가 전혀 없네."

이제 먹일 액체도 없는데···

세준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세준 님, 씨앗에 세준 님의 요리를 먹이면 어떨까요?]

불꽃이가 세준에게 힌트를 줬다.

"요리?"

[네! 국물 요리요!]

"아!"

그렇지! 요리의 국물은 젤리 씨앗도 먹을 수 있으니까.

"불꽃아, 고마워!"

[헤헷. 주인님에게 도움이 됐으면 전 기뻐요.]

세준이 불꽃이를 칭찬하는 사이

쓰읍.쓰읍.

꾸헤헤헤.

우헤헤.

끼히힛.

둘의 대화를 들은 꾸엥이와 유렌, 까망이와 부하들은 연신 침을 닦으며 웃었다.

세준이 씨앗에 줄 여러 가지 국물 요리를 하면 자신들도 그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의미니까.

"그럼 요리를 해볼까?"

그렇게 요리를 하는 세준을 모두가 지켜보는 사이

"푸후훗.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빠르게 뒤처리를 끝낸 테오가 돌아왔다.

그리고

"푸후훗."

이제 유렌 빚 조금만 갚으면 유렌 집에 갈 수 있다냥!

마춘을 통해 데이몬가의 정보를 얻은 테오가 유렌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자

부르르르.

'뭐지?'

갑자기 왜 몸이 으슬으슬하지?

몸을 떠는 유렌.

"박 회장, 유렌이 아픈 거 같다냥! 빨리 유렌에게 뜨거운 국물 요리를 주라냥!"

그런 유렌을 지켜보고 있던 테오가 세준을 재촉했고

"유렌, 몸이 안 좋아? 그럼 여기다 고춧가루 좀 뿌려서 먹어봐."

세준이 오색콩나물국이 담긴 그릇과 태양초로 만든 고춧가루가 든 통을 건넸다.

[오색콩나물국]

탑에서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한 오색콩에 빛을 차단하고 수분만 주어 키웠습니다.

섭취 시 10초 동안 모든 스탯이 11% 상승합니다.

요리 Lv. 10의 효과로 재료의 효과가 10% 상승합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5일

등급 : A

[태양초 고춧가루]

탑 안에서 자란 태양초를 잘 말린 후 갈아서 만든 가루입니다.

섭취 시 빛을 충분히 받으면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5.5 상승합니다.(태양초 1개 분량인 2g을 섭취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요리 Lv. 10의 효과로 재료의 효과가 10%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300일

등급 : A

"우헤헤···감사합니다."

아프면 계속 음식을 첫 번째로 주시겠지?

유렌은 별로 아프지 않았지만, 음식을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픈 척을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후루룩.

한입 먹자마자 속이 확 풀어지는데···

"크으! 세준 님, 너무 맛있어요! 밥 말아 먹어도 되나요?"

아픈 척을 하기에는 고춧가루를 푼 오색콩나물국이 너무 맛있었다.

[탑의 관리자가 역시 그대의 요리 실력은 훌륭하다고 극찬을 합니다.]

꾸엥!

[역시 아빠 요리가 최고다요!]

끼히힛.낑?!낑?!

[히힛. 봤냐?! 내 집사의 요리 실력을?!]

그렇게 세준이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드는 덕분에 모두가 윈-윈하는 사이

"푸후훗. 먹고 싶으면 돈을 내던가, 직원이 되라냥!"

테오도 어느새 밖에 세준의 요리를 들고나와 요리 판매와 리쿠르팅 활동을 동시에 하며 윈-윈에 합류했다.

"줄을 서라!"

"덤빈다면 직원으로 만들겠다!"

정확히는 음식 판매와 직원 채용은 흑곰들이 맡고 테오는 음식 배달을 맡았다.

"푸후훗. 박 회장, 슬라임 두루치기랑 오징어볶음 만들어 달라냥!"

테오가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넣은 통을 가지고 세준에게 가져가면

"알았어."

우웅.

세준이 요리 스킬을 이용해 마력을 넣고 요리를 만들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듯 세준 무릎 300일이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요리를 하는 동안

"푸후훗. 돈과 직원이 늘어난다냥!"

테오는 늘어나는 돈과 직원 수에 기뻐했고

[노예 20명을 거느렸습니다.]

[이명 : 노예왕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2 상승합니다.]

[쏟아지는 찬사에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정신력이 2 상승합니다.]

[100명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이명 : 배불리 먹이는 성자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흐흐흐.

세준도 따박따박 들어오는 정신력과 스탯에 기뻐했다. 탑의 시스템은 호칭이 직원으로 변해도 노예로 인정해 줬다.

잠시 후

"휴우. 하얗게 불태웠다."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95꿀꺽)]

3시간 동안 25가지 요리를 하며 95꿀꺽을 달성한 세준.

"오늘은 영업 종료."

꾸엥?

[벌써 말이다요?]

저번 당근 먹기 대회 때의 설욕을 씻을 거다요!

내일 있을 포도 먹기 대회를 위한 워밍업을 하고 있던 꾸엥이가 세준의 말에 실망했다.

봉인을 푼 꾸엥이에게 요리 25가지 정도는 마카롱 1개 정도 먹은 느낌 밖에 안 났다.

"그럼 딱 10인분만 더 먹고 자는 거다. 알았지?"

꾸엥이의 실망한 얼굴에 마음이 약해진 세준이 요리를 준비하자

꾸헤헤헤.꾸엥!엥!

[헤헤헤. 알겠다요! 역시 아빠가 최고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팔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

"흐흐흐. 그렇지? 아빠가 최고지?"

꾸엥!꾸엥!

[그렇다요! 아빠가 최고다요!]

"흐흐흐."

꾸엥이의 애교에 넘어간 세준은 요리를 3종류 총 30인분을 더 만들고 잠에 들었다.

몸은 너무도 피곤했지만

흐흐흐. 꾸엥이가 나보고 최고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씨앗 상점 본부.

'좋아. 이제 박세준이 자고 일어나면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인 포도 먹기 대회가 시작되겠군.'

포도넝쿨의 신 엉클이 곧 시작할 포도 수확 대회를 기대하며 본부 중앙을 바라봤다.

[포도 먹기 대회까지 남은 시간 - 8:00:00]

포도리를 통해 세준의 상황을 자세히 들은 엉클은 포도 먹기 대회의 모든 포도를 폐기하고 새로 만들었다.

원래는 초심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의 열화판인 스탯 상승 없이 맛만 같은 입문자를 위한 씨 없는 포도를 대회에 제공하려 했지만

그럼 박세준이 화내겠지?

이미 한 번 미운털이 박혔기에 조심하기로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한 포도를 다른 포도로 교체하느라 신성력을 많이 소모했다.

물론 첫 번째 대회에서 받은 많은 신성력 덕분에 모자라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로 박세준에 대한 잘못을 전부 만회한다!

대회 보상도 아주 맛있으면서 효과도 좋은 포도를 지급할 예정이기에 엉클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좋아. 기분도 좋은 데 믿투박을 한 번 외쳐볼까?!"

"그래! 좋지!"

"좋아! 대회가 시작할 때까지 외쳐보자고!"

엉클의 말에 다른 비전투신들이 대답하며 같이 '믿투박'을 외치려 할 때

"꾸엥아, 그렇게 많이 먹다니! 드디어 몸을 키워서 전사가 되기로···으악! 또 차단당했잖아!"

벽 너머에서 베브의 인내하라는 말을 참지 못하고 꾸엥이에게 말을 걸었다 차단당한 폭풍의 신 썬더의 짜증 가득한 외침이 들렸다.

"···크흠. 조금 있다가 할까?"

"그럴까? 그러고 보니 목이 좀 마르네."

"물 먹고 오자."

비전투신들은 물을 먹으러 갔다가 세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돌아왔다.

그리고

"믿투박···."

"믿투박."

"믿투박!"

"믿투박!!"

벽 너머의 반응을 확인하며 구호 소리를 점차 높이기 시작했다.

***

수확제 4일 차 아침.

"읏차."

오늘도 잠을 푹 잔 세준이 눈을 떴다.

[한 줄기 마력 스트림의 축복으로 인해 한 시간 동안 마력이 3 상승합니다.]

[한 줄기 마력 스트림의 축복으로 인해 한 시간 동안 마력이 3 상승합니다.]

···

..

.

"흐흐흐."

아무것도 안 하는데 마력이 오르네.

새벽 동안 오른 마력 스탯 메시지가 세준을 기분 좋게 했다.

다른 애들은 더 많이 올랐겠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 남의 마력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응?"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는 느낌에 가슴을 보니

오른쪽 부분이 찢어질 듯 부푼 상의와 자리에서 밀려 세준의 왼쪽 가슴에 간신히 달라붙어 침을 흘리며 자는 까망이가 보였다.

이게 뭐지?"

세준이 자신의 옷 안쪽을 보자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100꿀꺽)]

어제만 해도 98꿀꺽에 골프공 정도 크기였는데?

어느새 이름과 크기가 변한 수박만 한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이 보였다.

세준이 서둘러 상의에서 씨앗을 꺼내 설명을 보자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100꿀꺽)]

???

수확을 해야 옵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 꿀, 사탕수수즙······세계수 새싹 영양제, 세계수 성목 영양제를 삼켰다.

씨앗의 성장 의욕이 대단합니다.

의욕이 꺾이기 전에 빨리 심어주세요!

"응? 세계수 새싹 영양제랑 세계수 성목 영양제가 뭐지?"

자신이 먹이지 않은 두 종류의 아이템이 보였다.

누가 먹인 거지?

그렇게 세준이 자신이 먹이지 않은 아이템을 누가 먹인 걸까 고민할 때

[주인님, 씨앗을 빨리 심으셔야죠!]

불꽃이가 세준을 재촉했다.

"맞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씨앗의 성장 의욕이 꺾이기 전에 심어야 했다.

철컹.

세준이 서둘러 아공간 창고를 열고 들어가 씨앗을 심었다.

[너는 밭이다 Lv. 8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9좌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의 몸에 몽땅 삼키는 젤리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뿌드득.

씨앗을 심자마자, 순식간에 올라오는 새싹. 새싹은 두께를 키우며 빠르게 높아졌고

"우와."

금세 3m 높이의 나무로 변했다.

그리고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최초로 초월급 씨앗을 발아시키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5% 감소합니다.]

나타나는 창조의 업적 메시지.

좋아. 집 가는 비용이 이제 17%까지 줄었어.

최근에 갔다 왔기에 당분간 집에 갈 일은 없지만, 집에 가는 비용이 줄어든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응?"

근데 저게 뭐지?

그런 세준의 눈에 몽땅 삼키는 젤리 나무에 열린 탁구공과 비슷한 형태의 젤리들이 보였다.

[성장의 꿀맛 비약 젤리], [물 탄 세계수 새싹 영양제 젤리], [당근 포도 대파 젤리] 등등.

세준이 먹인 재료들이 섞인 여러 색의 젤리들. 대부분은 두 개, 가끔 세 개가 섞인 젤리들도 있었다.

재료를 중복으로 쓰진 않네.

젤리들을 살펴보며 같은 재료가 든 젤리가 없다는 걸 확인한 세준.

툭.

[검은콩 약쑥 사탕수수 젤리를 수확했습니다.]

[너는 밭이다 Lv. 6가 발동하며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

..

.

그중 '검은콩 약쑥 사탕수수 젤리'를 수확해 옵션을 확인했다.

[검은콩 약쑥 사탕수수 젤리]

초월의 검은콩(+2), 약쑥, 사탕수수가 섞인 젤리입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수명이 7.5개월 늘어납니다.

쓰지 않고 약간의 단맛이 납니다.

유통기한 : 7일

등급 : SS

"오!"

세준이 옵션을 보며 경악했다.

약숙의 모든 스탯 +20과 수명 +3개월 효과가 초월의 검은콩으로 인해 2.5배 늘어났다.

아마 약쑥의 쓴맛은 초월의 검은콩으로 강화된 사탕수수의 단맛에 묻힌 것 같았다.

세준은 바로 검은콩 약쑥 사탕수수 젤리를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식감은 젤리답게 쫄깃했고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꿀꺽.

[검은콩 약쑥 사탕수수 젤리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수명이 7.5개월 늘어납니다.]

약쑥을 먹어도 기절하지 않는다니!

세준이 기뻐하며 다른 젤리들도 수확하려 할 때

[잠시 후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인 포도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참가자들은 탐스러운 포도송이 제단 앞으로 모여주세요.]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475화. 다 가져와!

은색탑 82층.

휘이이잉!

여전히, 아니 전보다 더욱 거친 바람이 부는 황무지에 서 있는 앙상한 포도나무 하나.

"네가 우리의 희망이구나."

은색탑 탑농부 크윈이 포도나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크윈의 능력 덕분에 포도나무 주변만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크윈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포도나무를 바람으로부터 지키고 있었다.

풍족의 바람술사 크윈.

크윈은 바람을 잘 다루기로 유명한 풍족 중에서도 '바람을 부리는 자'라는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자신의 능력을 믿고 오만했다.

그리고

"바람이여! 나의 말을 들어라!"

호기롭게 은색탑의 바람을 제어해 보겠다며 나선 날.

크윈은 오만의 대가를 크게 치러야 했다.

은색탑의 흉포한 바람에 오히려 크윈의 정신이 잡아 먹히며 크윈은 미쳐버렸다.

이후 수십 년을 광인으로 탑을 떠돌았고, 온갖 기행으로 미친 바람 크윈이라 불렸다.

전대 탑농부가 사망하며 새로운 탑농부를 찾던 위대한 은빛용 크리셀라 히스론의 눈에 띄지 못했다면

크윈은 계속 광인으로 탑을 떠돌다 결국 바람의 일부가 됐을 거다.

크리셀라가 광인이 된 크윈을 제정신으로 만들어 주면서까지 탑농부로 지정한 이유는 크윈이 탑에서 바람을 가장 잘 다뤘기 때문.

은빛용의 힘에 의해 강한 바람이 부는 은색탑에는 바람을 약하게 만들어 줄 존재가 필요했다.

그랬다.

지금 모래로 돌에 구멍을 낼 정도의 바람이 그나마 크윈의 힘에 의해 약해진 상태였던 것.

크윈이 바람을 제어하지 못했다면 아마 은색탑에는 땅이 존재하지 못했을 거다.

바람에 땅까지 날아다녔을 테니까.

은색탑 탑농부의 사명은 하나였다. 바람을 약하게 만드는 것. 농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때

쿠구궁.

땅이 작게 울리며 포도나무 앞에 포도송이 모양의 돌이 솟아났다.

그리고

[잠시 후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인 포도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참가자들은 탐스러운 포도송이 제단 앞으로 모여주세요.]

나타나는 메시지.

[참가 신청까지 남은 시간 - 3시간 59분 59초]

제단 앞에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좋아! 모두 제단으로 모여라!"

크윈이 외치자

쿠궁.

"바람이여. 멈춰라! 모두 제단을 향해 달려라!"

"와!"

거대한 바위가 들리며 땅속에 숨어 있던 1억이 넘는 주민들이 풍족 바람술사들이 만든 길을 따라 서둘러 제단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포도 먹기 대회의 참가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

세준이 포도 먹기 대회에 참가 신청을 위해 제단으로 가자

꾸엥!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맞이했다.

"응. 좋은 아침. 꾸엥이는 참가 신청했어?"

꾸엥!꾸엥!

[했다요! 아빠도 빨리 참가 신청 한다요!]

"그래."

세준이 제단 앞에 서자

[참가 신청까지 남은 시간 - 3시간 55분 9초]

[현재 참가 신청 수]

-검은 거탑 99층 : 1만 1887

-검은 거탑 4층 : 3214

-은색탑 82층 : 7만 49

메시지가 보였다.

"은색탑 82층?"

저기도 포도나무가 있나?

압도적인 신청 수를 보이는 은색탑 82층.

의외이긴 하지만, 큰 신경은 쓰지 않았다.

어차피 1등은 우리 거니까. 흐흐흐.

세준이 음흉하게 웃자

"냥?! 박 회장, 얼굴이 또 썩어간다냥!"

나 테 부회장은 그런 썩은 얼굴로 에일린 누나 옆에 서 있는 초라한 박 회장을 용납할 수 없다냥!

꾹.꾹.

테오가 바로 제압에 들어갔다.

"읍.읍."

[포도 먹기 대회에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테오의 마사지를 받으며 일행들과 참가 신청을 한 세준.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뒤로 돌자

"응?"

세준의 눈에 어제보다 커진 너구리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거탑 99층의 수확제 규모가 엄청나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너구리들도 몰려온 것.

덕분에 너구리 시장의 노점상이 50개 정도 늘어났다.

아쉽게도 신규 노점상 중 세준이 크게 반길만한 요리를 파는 곳은 없었다.

거의 다 세준이 최근에 먹어본 것들이거나 세준의 아공간 창고에 있는 것들.

"이 꼬치구이 얼마야?"

그렇다고 안 사 먹겠다는 말은 아니고.

세준은 일행들과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장사를 시작한 너구리들의 요리를 사 먹었다.

그렇게 노점상에서 아침을 먹고 돌아다니며 소화를 시키는 사이

[참가 신청이 마감됐습니다.]

[참가 신청자들은 탐스러운 포도송이 제단 아래로 모여주세요.]

[1분 후 포도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참가 신청이 끝났고

세준과 다른 참가자들이 제단 밑에 모이자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참가자들의 앞에 포도알이 가득 담긴 거대한 바구니가 나타났다.

대충 봐도 1000개는 훌쩍 넘는 양.

와르르르.

와르르르.

대회가 시작하자마자 우승 후보들인 꾸엥이, 분홍털, 우마왕, 유렌이 바구니째 포도를 입에 털어 넣었다.

예전에는 입이 작아 분홍털과 우마왕에게 졌던 꾸엥이지만, 이제 충분히 자랐기에 예전과 같은 일은 없었다.

그때

꿀꺽.

와르르르.

씹지도 않고 포도를 삼킨 꾸엥이가 두 번째 바구니를 입에 털어 넣었다.

아무리 꾸엥이라도 입안 가득한 포도를 씹지 않고 삼키는 건 불가능한 일.

그러나

콰드득.

염력으로 입 안의 포도들을 으깨버렸기에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이번 1등은 꾸엥이꺼다요!

지난 당근 먹기 대회에서의 설욕을 만회하겠다는 듯 꾸엥이의 먹는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포도를 넘기며 분홍털, 우마왕, 유렌과 격차를 벌리는 꾸엥이.

좋아. 해볼만 해!

그런 꾸엥이를 보며 세준도 자신감을 가졌다.

당연히 상위권을 보며 하는 말은 아니고

음머!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을 보며 하는 말.

예전에는 감히 비벼볼 수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다르지!

세준에게는 완벽한 계획이 있었다.

"농작물 소형화!"

세준이 빠르게 포도에 스킬을 사용하자 포도 사이즈가 20% 줄어들었다.

그리고

덥석.

포도를 한 움큼 집어 입에 넣고 빠르게 씹었다.

맛있네.

평소 포도리의 가지에서 수확해서 먹던 포도 맛이었다.

맛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지!

우적.우적.

퉷.

씨는 뱉을 수 있는 것만 뱉고 다 삼켰다.

어차피 상위권 애들 때문에 배불러지기도 전에 포도가 떨어질 테니 나중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농작물 소형화!"

그래서 빠르게 먹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대회가 5분 정도 지났을 때

꾸엥!

우적.우적.

꾸엥이가 11번째 바구니를 비우며 드디어 포도를 씹기 시작했다.

11번째 바구니부터는 쉽게 삼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포도 사이즈가 커지기 때문.

바구니에는 수박만 한 포도 100개가 들어있었다.

쿠어어엉!

음머!

꾸익!

곧 분홍털, 우마왕, 유렌도 11번째 바구니를 비우기 시작했다.

좀 있으면 끝나겠네.

슬슬 포도가 떨어질 때가 됐다.

"농작물 소형화! 활력!"

그걸 지켜보며 세준도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농작물 소형화와 활력의 조합. 운이 좋다면 50위 권 안에 든 상태로 끝날지도 몰랐다.

그러나

왜 안 끝나!

예상과 다르게 꾸엥이가 41번째 바구니를, 분홍털, 우마왕, 유렌이 39번째 바구니를 비우고 있는데도 포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참고로 저번 당근 먹기 대회에서는 분홍털과 우마왕이 25번째 바구니를 먹을 때 대회가 끝났었다.

뭐지?

"농작물 소형화! 활력!"

아직 먹을 만했기에 의문은 가진 채 계속 포도를 먹으며 버티는 세준.

"배불러."

"이제 못 먹어."

주변에서 하나둘 포기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1시간 후.

"아. 이제 못 먹어···."

결국 스킬빨로 버티던 세준도 10번째 바구니에서 백기를 들었다.

농작물 소형화 레벨이 2로 상승하며 농작물 크기가 25% 줄어들었지만, 이미 너무 배가 찼다.

꾸엥!

쿠어어엉!

음머!

꾸익!

여전히 처음 먹는 속도와 비슷한 상위권들과

음머!

약간 느려졌지만, 꾸준히 포도를 먹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

세준은 순식간에 1000등 밖으로 밀려나더니 곧 50만 등 밖으로 밀려났다.

'왜 포도가 계속 나오는데?!'

세준이 끝없이 생성되는 포도를 원망할 때

씨앗 상점 본부.

"어?! 참가자 수가 왜 이렇게 많아?! 포도가 벌써 모자라잖아!"

엉클이 빠르게 줄어드는 포도를 보며 당황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포도를 엄청나게 만들어뒀지만, 은색탑의 참가자 수가 1억이 넘다 보니 포도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포도를 보충하려면 신성력이 들기에 엉클은 대회를 조기 종료시키고 싶었지만

'포도가 모자라서 대회가 종료되면 박세준이 실망하겠지?'

믿투박을 실망시킬 순 없지!

"포도여 자라나라!"

세준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포도넝쿨의 신 엉클이 열심히 포도를 만들고 있었다.

덕분에 신난 건 은색탑의 주민들과 꾸엥이, 분홍털, 우마왕, 유렌이었다.

"이제 일해야지."

세준이 대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벗어나자

[포도 먹기 대회 참가 보상으로 수확제 기념 포도 290알을 얻었습니다.]

세준의 손에 나타나는 단단한 포도 290알.

"오! 많이 주네. 내가 먹은 게···."

자신이 먹은 양을 계산해 보는 세준.

바구니 하나에 담긴 포도가 3000알 정도이니 대략 포도 100알을 먹으면 수확제 기념 포도 1알을 주는 것 같았다.

"좋아. 테 부회장, 이제 영업하자."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대회 내내 세준의 무릎에만 매달려 있던 테오가 봇짐에서 책상과 간판 하나를 꺼냈고

[수확제 기념 포도 농작물과 교환 가능]

농작물로 수확제 기념 포도를 모으기 시작했다.

대회가 시작되고 30시간 후

꾸엥···

[꾸엥이, 이제 못 먹는다요···]

꾸엥이가 대회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바구니를 내려놨고

[최후의 참가자가 포도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포도 먹기 대회가 종료됩니다.]

드디어 대회가 끝났다.

[포도 먹기 대회 랭킹]

1위 - 꾸엥이 박(1만 2500바구니)

2위 - 분홍털(1만 2450바구니)

3위 - 우마왕(1만 2400바구니)

4위 - 유렌(1만 2300바구니)

...

..

.

100만 3131위 - 박세준(9바구니 + 230알)

···

..

.

1억 3187만 1213위. - 테오 박(0알)

세준은 순위가 계속 밀려 결국 100만 등 밖으로 밀려났다.

흐흐흐. 그래도 내 아래 1억 3000이 있다.

원래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을 소중히 해야 하는 법.

세준은 자신 밑에 1억이 넘는 수가 있다는 것에 아주 만족했다.

그리고

"냥냥냥."

생선애호가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붙어 있기 위해 대회에 참가만 했기에 꼴찌를 해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참고로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우기던 까망이는 부하들과 집에서 신나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뜯다가 자는 중이었다.

[포도 먹기 대회 1등에서 100등까지 보상을 지급합니다.]

그사이 보상이 지급되기 시작했고

꾸엥!

[이건 약한 아빠가 먹는다요!]

어느새 작아진 꾸엥이가 세준에게 달려와 1등 보상으로 받은 황금색 포도알 10개를 건넸다.

"꾸엥아, 고마워."

꾸엥!

[먹고 강해지는 거다요!]

"그래."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

포도넝쿨의 신 엉클의 간절한 기도로 세상의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 포도입니다.

씨가 없어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맛이 아주 좋고 포도의 향긋한 향이 아주 진합니다.

섭취 시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100알을 섭취할 때마다 세상의 정기가 모이며 주변에 작은 기적이 일어납니다.

유통기한 : 180일

등급 : SS

"오."

전에 비하면 맛도 좋고 스탯 상승량도 높았다.

거기다

기적이라니?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박세준. 흐흐흐. 멋진데?"

100알을 섭취할 때마다 주변에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는 설명이 세준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의 옵션을 확인한 세준.

"너희들 굉장히 수상하다."

······.

그런 세준의 눈에 평소라면 이미 자신에게 보상을 가져왔어야 할 일행들이 보상을 들고 갈등하는 게 보였다.

동시에 드는 두 가지 생각.

첫 번째는···

역시 우리 꾸엥이는 효자야.

두 번째는···

나한테 맛없는 것만 준 거 진짜였냐?!

"이것들이!!!"

배신감에 폭주한 세준.

"다 가져와!"

포효하며 포도 먹기 대회의 보상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476화. 부끄러워서 그런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