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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화. 부끄러워서 그런 거잖아!

"모두 수고했어!"

포도 먹기 대회 100위 안 랭커들을 쫓아다니며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전부 뺏은 세준이 자신을 도운 테오와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말이 뺏은 거지

꿰에에엥!꿰엥!

[그거 아빠 거다요! 아빠 준다요!]

세준의 폭주에 꾸엥이도 폭주해서 분홍털, 우마왕에게 가서 떼를 썼고

"그거 주면 잔디 깔아줄게."

"푸후훗. 박 회장이 까는 잔디는 분명 맛있을 거다냥! 빨리 그걸 내놓으라냥!"

자신과 테오는 잔디밭을 깔아주는 대가로 100위 안에 든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게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받아냈다.

덕분에 1시간 동안 잔디 깔기로 30만 평에 잔디를 깔았고

잔디 깔기 스킬의 레벨이 4가 되며 한 번에 40평에 20cm 높이의 잔디를 깔 수 있게 됐다.

"유렌, 내놓으라냥! 그거 우리 박 회장 거다냥!"

물론 유렌한테는 진짜 뺏었다.

그렇게 포도 먹기 대회의 보상을 전부 수거한 셋.

"흐흐흐."

"푸후훗."

꾸헤헤헤.

농작물과 수확제 기념 포도를 교환해 주는 가게에 앉아 기분 좋게 웃었다.

흐흐흐. 다 내꺼다.

세준은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300개나 얻어서 좋았고,

푸후훗. 박 회장 무릎에 있으면 행복하다냥!

테오는 그냥 세준의 무릎 위에 있어서 좋았고,

헤헤헤. 아빠, 이제 튼튼해진다요! 꾸엥이가 아빠를 꾸엥이처럼 튼튼하게 만들 거다요!

불가능한 꿈을 꾸는 꾸엥이는 연약한 아빠가 조금 더 튼튼해질 거라 좋았다.

꾸엥!

[아빠, 빨리 먹고 강해지는 거다요!]

"그래."

냠.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세상의 정기가 미세하게 모입니다.]

···

..

.

세준은 꾸엥이의 응원을 받으며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먹기 시작했다.

체력(4197/4197)

체력 스탯이 잠재력과 같아질 때까지.

다른 스탯들도 대부분 2~3개를 먹으면 잠재력까지 찍는 상태였기에 굳이 무리해서 먹지 않았다. 효율이 떨어지니까.

그렇게 세준이 먹은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가 65개. 앞으로 기적을 일으키기까지 35개 남았다.

잠시 후.

"세준 님, 안녕하세요. 농작물 교환하러 왔습니다. 여기 수확제 기념 포도 5500알이요."

은색 여우들 100마리가 다가와서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5500상자로 바꿔갔고

"세준 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고구마로 바꾸고 싶습니다."

붉은 여우들도 세준을 찾아왔다.

"그래. 7000알이니까 여기 고구마 7000자루."

"세준 님, 저 충성스러운 정직원 베이온입니다. 오늘 아침에 마당도 쓸고···."

음식을 더 받기 위해 오늘 자신이 한 일을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베이온.

"알았어. 여기 슬라임 고기 50kg. 됐지?"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보필하겠습니다!"

세준은 베이온이 갈색탑에 있는 부하들을 위해 이런 다는 걸 알기에 흔쾌히 음식을 더 줬다.

얘도 보기보다는 착해.

"됐어. 이따 저녁 시간이나 늦지 않게 와."

"네!"

베이온은 부하들과 주변을 경계하며 세준에게 받은 고구마 7000자루와 슬라임 고기 50kg를 서둘러 챙겨 자리를 벗어났다.

은색 여우들과 붉은 여우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우들도 세준과 바꾼 식량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가족에게 먹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여우들과 다른 참가자들이 몰려와 농작물을 바꿔간 후 인적이 뜸해지자

"좋아. 그럼 이제 나도 교환을 해볼까."

세준이 탑스러운 포도송이 제단에 있는 교환 상점으로 갔다.

그리고

[수확제 기념 포도 1억 알을 세계수를 품은 포도 씨앗으로 교환하시겠습니까?]

"응."

그동안 모은 수확제 기념 포도 1억 3000만 알 중 1억 알을 사용해 영롱한 보랏빛을 내는 포도 씨앗과 교환했다.

[세계수를 품은 포도 씨앗]

그렇게 세계수를 품은 포도 씨앗이 세준의 손에 올라오자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직업 퀘스트 : 현재 은색탑은 거센 바람으로 인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는 환경입니다. 세계수를 품은 포도 씨앗를 은색탑에 심어 바람을 약화시켜 주십시오.]

보상 : 500억 탑코인, 모든 스탯 +100, 성장의 비약 30방울, 대성장의 비약 1방울, 직업 재능 1개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퀘스트 메시지.

"은색탑에 가라고?"

가는 거야 땅문서만 있으면 어렵지 않지만···

근데 보상이 너무 좋은데?

성장의 비약보다 당연히 성능이 좋을 것 같은 대성장의 비약과 지금까지 보상으로 나온 적 없는 직업 재능.

마치 자신을 꼭 은색탑에 보내려는 듯 수상할 정도로 보상이 좋았다.

'후훗. 하지만 난 속지 않지.'

원래 과한 친절은 의심해야 하는 법.

세준은 일단 은색탑의 환경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퀘스트를 킵하기로 했다.

그때

꼬르르륵.

세준의 허리에 매달려 있던 꾸엥이의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렸다.

세준에게까지 진동이 전달될 정도의 우렁찬 울림.

아무리 저녁 시간이라지만, 꾸엥아 너 3시간 전에 포도를 1만 2500바구니나 먹었잖아.

세준이 꾸엥이를 경악한 눈으로 바라보자

꾸헤헤헤.

꾸엥이도 조금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멋쩍게 웃었다.

"괜찮아. 크려면 많이 먹어야지. 좋아! 오늘 너희들이 나를 도와 고생했으니 오늘은 특식으로 간다!"

호기롭게 외친 세준이 취사장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푸후훗. 초거대 생선구이다냥! 신난다냥!"

꾸엥!

[엄청 큰 고기덮밥이다요!]

특특특대 사이즈의 생선구이와 반경 1m짜리 검은 냄비에 담긴 고기덮밥을 세준이 밖으로 가지고 나와 둘에게 줬다.

그리고

찌릿.

날 배신하면 이렇게 되는 거야! 무섭지?

분홍털과 유렌 등의 앞에는 꾸엥이의 고기덮밥과 크게 차이 나는 일반 사이즈 냄비에 가득 담긴 고기덮밥을 내려놓으며 한 번 째려봐 줬다.

물론 분홍털과는 0.001초 정도로 아주 잠깐만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 치사하게 음식으로 경고를 날린 세준.

저녁을 먹고

"엉클 님, 감사합니다. 땅 움직이기."

엉클 로드를 창조신의 비석 옆으로 이사하며 크기를 20평으로 확장하고 업적비도 하나 세웠다.

[엉클 업적비]

-봉인의 포도 넝쿨 팔찌로 우리가 지구로 가는 걸 편하게 해준 포도넝쿨의 신 엉클. 그는 괜찮은 신이었다.

-포도 먹기 대회를 원활하게 운영

업적비를 세워준 이유는 포도 먹기 대회 동안 포도가 끊기지 않았기 때문.

처음에는 포도가 소진되지 않아 원망이 컸지만, 덕분에 참가자들이 포도를 많이 먹으며 수확제 기념 코인을 두둑이 받았고

참가자들이 세준에게 교환하러 오며 세준이 수확제 기념 코인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거기다 보상인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도 마음에 들었다.

업적비를 세우는 사이 하늘이 캄캄해졌다.

"얘들아, 그만 자러 가자."

"알겠다냥!"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신다요!]

둥둥.

꾸엥이가 염력으로 몸을 띄워 세준의 품에 안겼고

"응. 꾸엥이도 잘자."

세준도 꾸엥이를 꽉 안으며 인사했다.

"엉클 님이 만족하시겠지?"

세준이 뒤돌아 엉클 업적비를 한 번 더 보고, 집으로 자러 들어갔다.

***

씨앗 상점 본부.

포도 먹기 대회가 끝나고 정산이 시작되자

[포도 수확 대회가 종료됐습니다.]

[총 1억 3145만 명이 포도 수확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신성력 1314만 5000을 획득했습니다.]

[포도 수확 대회의 포도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신성력이 1315만입니다.]

[신성력 5000을 받아 갑니다.]

나타나는 메시지.

"어?!"

세준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포도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돌아온 건 오히려 마이너스.

거기다 보상으로 준비한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만드는 데 든 신성력까지 생각하면···

망했어!

엉클이 좌절할 때

"엉클, 이 믿음이 부족한 자여. 믿투박을 의심하지 마라!"

"그래. 그런 얄팍한 믿음으로 업적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믿어! 아주 강하게! 그럼 믿투박이 언젠가 업적비를 지어줄 거야!'

세준에게 업적비를 받은 풍요의 신 레아와 달빛의 신 루나가 좌절하는 엉클을 꾸짖었다.

그리고

"믿투박!"

"믿투박!"

"믿투박!"

레아와 루나, 주변에 있던 비전투신들이 구호를 열렬히 외치기 시작했다.

"믿투박!"

엉클은 다른 비전투신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자

그래! 믿음을 잃지 말자! 박세준에게 투자하면 좋은 날이 올 거야!

어느새 좌절은 사라지고 희망찬 마음이 솟구쳤다.

그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을 위해 신전을 새로운 장소에 크고 높게 다시 지었습니다.]

[신성력이 150 상승합니다.]

···

..

.

[검은 거탑의 최강자 블랙 미노타우루스 우마왕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00 상승합니다.]

[검은 거탑의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분홍털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재앙파수꾼 멸망포식자 5만 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500 상승합니다.]

파앗.

엉클의 몸에서 찬란한 광채가 뿜어지며 빠르게 엉클의 신성력이 차올랐다.

[검은 거탑 대상인 테오 박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검은 거탑 대상인 테오 박에게 신성력을 0.01 뺏깁니다.]

중간에 테오가 신성력을 뺏어간다는 메시지가 잠깐 나타났지만, 빠르게 나타나는 다른 메시지에 묻혔다.

파바밧.

이어서 레아와 루나의 몸에서도 광채가 뿜어졌다. 셋의 업적비가 비슷한 위치에 있기 때문.

"봐라! 믿투박의 믿음에 보답받는 모습을!"

"믿투박!!"

"믿투박!!"

"믿투박!!"

비전투신들의 구호가 더욱 뜨거워졌다.

***

다음 날 새벽.

끼히힛.낑!낑?

[히힛. 좋아! 모두들 집사를 위해 준비한 물건은 완성했겠지?]

아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까망이가 부하들에게 물었다.

"그럼요! 저는 이미 예전에 만들어서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까망이의 물음에 엄돌이가 창조신의 비석에 손을 쑥 넣더니 검은색 돌솥을 꺼냈다.

"이 비석의 돌이 아주 튼튼하고 보온 기능이 좋습니다."

엄돌이가 창조신의 비석을 두드리며 환하게 웃었다.

낑!낑!낑!

[좋아! 엄돌이 합격! 다음은 꼬미!]

끼룩!

까망이의 말에 꼬미가 자신 있게 가슴에서 수십 겹으로 접혀진 전신 슈트를 꺼냈다.

끼룩!끼룩!

(입은 것 같지 않은 착용감에 주변 환경과 비슷하게 변하는 능력이 있는 위장 슈트에요! 약한 세준 님을 위해 방어력은 기본으로 넣었어요!)

낑!낑!낑!

[휼륭해! 꼬미도 합격! 다음은 까비!]

샤라랑!

(제가 준비한 건 저쪽에 있어요!)

까비가 앞장섰고 까망이와 부하들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양조장.

샤라랑!샤라랑!

(제가 이 술들을 더 맛있게 숙성시켰어요! 추가 능력까지 생겼으니 세준 님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까비가 자랑스럽게 황금빛 삼양주가 숙성되고 있는 항아리들을 가리켰다.

낑!낑!

[좋아. 까비도 합격! 다음 까르르!]

깍!

(다음은 자키 차례잖아!)

까망이의 말에 반발하는 까르르.

낑!낑!낑!

[시끄러워! 자키는 매일 집사를 위해 자수정을 1kg씩 만들고 있다고! 선물이나 내놔!]

퍽!

물론 반항의 대가는 뒤통수였다.

(쳇! 오다 주웠다!)

까르르가 수줍게 품에서 붉은색 구슬을 꺼냈다.

낑?

[이건 사기(死氣)의 구슬이네?]

깍!

(그렇다!)

까르르는 죽음의 까마귀답게 주변의 죽음을 수거해 죽음의 기운이 담긴 구슬을 만들었다.

사기의 구슬은 여러 가지 기능으로 쓸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소지자에게 죽음이 다가오면 미리 알려준다.

낑!낑!낑!

[좋아! 허약한 집사에게 딱 어울리는 기능이야! 까르르 합격!]

깍!

[흥! 당연히 합격이지!]

까망이의 인정을 받은 까르르가 고개를 쳐들며 우쭐해했다.

하지만

낑?!낑?!

[근데 이건 네가 만드는 건데 뭘 주워?! 나한테 거짓말 한 거냐?!]

깍···깍···

[아니···그건···]

거짓말을 했다고 혼났다.

부끄러워서 그런 거잖아!

부끄러움에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는 까르르였다.

477화. 엣헴! 집사야! 빨리 나 칭찬해!

"하아. 아무거나 빨리 나와라."

"그러니까 빨리 잡아야 돌아가는데···."

아직까지 대기 상태인 사룡회 용들이 한숨을 쉬며 블랙문을 바라봤다.

곧 포도주 마시기 대회가 시작할 텐데···

모두가 포도주 마시기 대회 때문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물론 포도주 때문은 아니었다.

대회에서 제공하는 술이 맛있어 봐야 세준이 직접 만든 포도주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그들이 초조한 건 다른 이유였다.

세준이가 기분 좋다고 황금빛 삼양주 막 뿌리면 어떡하지?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없다면?

절대 안 돼!

사룡회 용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 천불이 나고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무나 나와라!

제발 나와줘!

다 태워버릴 거야!

나오라고!

그렇게 사룡회가 눈에 불을 켜고 적을 찾고 있을 때

쿠구궁.

거대한 뱀 하나가 멸망의 외곽을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할파스 녀석 어딜 간 거지?'

세상의 멸망을 진두지휘하는 할파스가 사라지자, 세상을 멸망시키는 속도가 느려졌고

그걸 이상하게 여긴 요르문간드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할파스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너만 잡으면 술 먹으러 갈 수 있어!

널 잡고 복귀한다!

요르문간드를 발견한 사룡회는 서둘러 세준의 콩세트를 먹고

"멸망의 사도 3좌 세상을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 이놈! 네가 블랙문을 연 범인이구나!"

"무조건 네가 잘못했어!"

"내 뜨거운 브레스를 받아라!"

"너 때문이야!"

쿠오오오!

요르문간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멸망의 사도다!"

"요르문간드를 공격하라!"

이어서 수장들과 아홉 용족의 용들도 콩세트를 먹고 요르문간드를 공격했다.

물론 콩세트 수량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동안 에일린에게 사거나 외상으로 미리 물량을 확보했기에 용들의 10% 정도가 콩세트를 가지고 있었다.

"뭐냐?! 봉인 해제."

용들의 공격에 요르문간드는 서둘러 봉인을 풀었다.

용들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바로 5단계 봉인까지 해제하며 허물 5개를 동시에 벗었다.

뿌드득.

그렇게 순식간에 5개의 허물을 벗으며 여섯 쌍의 눈과 함께 전보다 몇십 배 큰 덩치로 변한 요르문간드.

"감히 나에게 덤빈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요르문간드가 입을 크게 벌리며 용들을 삼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쿠오오오!

쿠오오오!

"크흑."

용들의 브레스 다구리는 아주 매서웠다.

***

"읏차."

잠에서 깬 세준이 눈을 뜨고 평소처럼 가슴에서 자고 있을 까망이를 잡기 위해 손을 올렸다.

하지만

"응?"

없네?

만져지는 건 부드러운 까망이의 털이 아니라 농사로 다져진 자신의 단단한 가슴.

"어디 갔지?"

세준이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고로롱.

뀨로롱.

보이는 건 자고 있는 테오와 이오나 뿐.

또 비밀 창고에서 놀고 있나?

"냥···."

세준은 테오를 들어 무릎에 장착하고

슥.

일단 일어나 벽에 날짜를 표시하고 조심히 창문을 열었다.

비밀 창고를 숨기고 싶어 하니, 몰래 확인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창조신의 비석 양옆에 있는 까망이의 비밀창고를 둘러봤지만

없네?

까망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낑!낑!

[좋아! 곧 집사가 일어날 테니 모두 위치로 가!]

왼쪽 아래 문 쪽에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까망이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뭘 준비하나?

세준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문 쪽을 보자

끼히힛.낑?

[히힛. 집사가 이걸 보면 좋아하겠지?]

"당연하죠!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끼룩!

샤라랑!

"안 좋아할 수가 없죱!"

깍!

까망이와 부하들이 문 앞을 보며 일 자로 선 모습이 보였다.

중앙에는 당연히 대장인 까망이가, 까망이의 좌우로는 까비와 자키, 엄돌이와 꼬미가 위치하고 있었다.

까르르는 뒤에서 멀뚱멀뚱 서 있다가

낑?!

[까르르, 빨리 안 와?!]

까망이가 앞발을 들며 협박하자, 그제야 쭈뼛거리며 까망이의 옆에 섰다.

은근슬쩍 까망이와 공동 센터를 하려는 까르르.

낑!

[비켜!]

물론 까망이는 감히 자신과 공동센터를 하려는 까르르를 바로 응징하며 자신의 뒤에 세웠다.

그렇게 대형을 완성하고

끄하암.

1분도 안돼 하품을 하는 까망이.

새벽부터 일어나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덕분.

곧 까망이와 부하들은 교대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러다 준비한 거 못하겠네.

세준은 까망이가 준비한 게 너무 궁금했기에

쿵.쿵.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 까망이와 부하들을 깨웠다.

그리고

끼익.

문을 열자

낑!낑!낑!

[짜잔! 집사야 선물이야! 내 부하들이 만들었어!]

까망이가 부하들이 만든 물건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짖었다.

"오!"

까망이의 서프라이즈에 세준은 원래 놀라는 척만 하려 했지만

[엄돌표 튼튼 돌솥]

[질긴 거미줄 위장 슈트]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

[사기의 구슬]

아이템이잖아!

창문 틈으로는 까망이의 앞에 놓인 아이템은 보지 못했기에 진짜 놀랐다.

[엄돌표 튼튼 돌솥]

전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였던 엄돌이가 창조신의 비석으로 만든 돌솥입니다.

창조신의 비석으로 만들었기에 돌솥에 창조의 기운이 일부 서려 있습니다.

이 돌솥으로 음식을 할 경우 음식이 더욱 맛있어지고 재료가 가졌던 능력이 증폭됩니다.

신화급 존재가 만들어 신기와 비등한 능력을 보입니다.

제작자 : 엄돌이

사용 제한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등급 : ★★★

스킬 : [시간 가속(Master)]

[시간 가속(Master)]

마력으로 시간을 가속해 요리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시킵니다.

요리 시간이 긴 음식을 요리할수록 많은 마력을 소모합니다.

[질긴 거미줄 위장 슈트]

전 멸망의 사도 9좌 현혹하는 거미 앨리스였던 꼬미가 자신의 거미줄로 만든 슈트입니다.

신축성이 좋은 거미줄을 수십 겹 덧대 강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고 외부 충격과 기운을 분산시켜 피해를 줄입니다.

신화급 존재가 만들어 신기와 비등한 능력을 보입니다.

제작자 : 꼬미

사용 제한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등급 : ★★★

스킬 : [카모플라쥬(Master)]

[카모플라쥬(Master)]

마력을 소모해 주변 환경과 구분되지 않게 몸을 위장합니다.

주변 환경이 복잡하거나 빠르게 변하면 위장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만든 황금빛 삼양주를 전 멸망의 사도 8좌 부패의 악마 딜리아였던 까비가 부패의 힘으로 더욱 진하게 숙성시켰습니다.

술이 잘 숙성되며 도수가 높아졌습니다.

섭취 시 강력한 해주(解呪) 효과가 발동 외에도 1분 동안 마력을 1000% 증폭시키는 효과가 추가됩니다.

신격을 가진 신이 마실 경우 신성력이 100 상승합니다.

신들을 홀릴 정도로 향이 감미롭고 맛이 깊습니다.

요리사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까비

사용 제한 : 마력 100만 이상이거나 신격을 가진 존재

유통기한 : 1000년

등급 : ★★★

[사기의 구슬]

전 멸망의 사도 2좌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였던 까르르가 죽음의 기운을 수거해 만든 구슬입니다.

죽음의 기운이 모여있기에 죽음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소지자에게 곧 다가올 죽음의 운명을 알려줍니다.

소지자의 죽음을 흡수해 노화를 막고 죽음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창세급 존재가 만들어 신기보다 압도적인 능력을 보입니다.

제작자 : 까르르

사용 제한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등급 : ★★★★★

스킬 : [죽음의 수확(Master)]

[죽음의 수확(Master)]

죽음의 낫을 소환해 전방의 적을 즉사시킵니다.

소모되는 마력이 클수록 거대하고 강력한 죽음의 낫을 소환합니다.

"와···."

아이템 옵셥을 확인한 세준은 한참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찮은 까망이에게 퇴마 당했고, 너무 귀엽게 변해서 완전 무시하고 있었는데

역시 멸망의 사도···

왕년의 실력은 죽지 않았다.

하나같이 옵션이 훌륭했고, 신기 이상의 능력에 별도 3개 이상.

특히 사기의 구슬은 대단했다.

'창세급'이라는 신기를 뛰어넘는 성능에 별이 다섯 개.

테오의 대상인 아이템인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 이후로 별 다섯 개는 처음 봤다.

덕분에 테오가 가진 대상인 아이템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근데 까르르가 멸망의 사도 2좌 죽음의 까마귀 할파스였다니···

사기의 구슬을 만든 까르르가 할파스였다는 건 세준에게는 좀 충격이었다.

끼엣헴!낑!

[엣헴! 집사야! 빨리 나 칭찬해!]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이 자신의 앞에서 꼬리를 붕붕 흔들며 칭찬을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얘들아, 고마워. 잘 쓸게."

세준이 대장인 까망이를 시작으로 까망이의 부하들을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쫑.쫑.

까르르도 은근슬쩍 세준이 쓰다듬기 편하도록 가까이 다가왔다.

"피곤하지? 이거 먹으면서 자자."

세준이 까망이와 부하들을 슬링백에 넣으면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잔뜩 줬다.

원래 자기 전에는 먹을 걸 주지 않는 세준이지만, 오늘만은 특별히 자면서 먹는 걸 허락했다.

끼히힛.

짭.짭···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샤로롱.

까로롱.

군고구마 말랭이를 신나게 몇 번 씹던 까망이와 부하들은 곧 군고구마 말랭이를 하나씩 껴안은 채 까무룩 잠들었고

퐁.

세준은 까망이 코에서 만들어지는 방울을 터트리며 장난을 치다 아침을 준비했다.

잠시 후.

"푸후훗. 박 회장, 오늘은 잠깐 녹색탑에 다녀오겠다냥!"

아침을 먹은 테오가 출근 준비를 했다.

"응?! 왜? 수확제 끝날 때까지는 놀아도 된다니까."

"아니다냥! 가서 기강을 잡아줘야 한다냥! 그럼 다녀오겠다냥!"

그렇게 봇짐을 열어 녹색탑으로 이동한 테오.

테오가 도착한 곳은 녹색탑 1층이 아닌 녹색탑 42층이었다.

테오의 대상인 아이템 아홉 탑을 유랑하는 대상인의 봇짐은 30일마다 갈 수 있는 장소가 랜덤으로 바뀌고

그렇게 바뀐 장소가 녹색탑 42층이었다.

아직 녹색탑에서의 일을 끝내지 못한 테오로서는 운이 좋았다.

물론 테오를 계속 보게 된 녹색탑의 존재들에게는 불행이었지만.

테오는 탑 42층에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대상인인 터보와 샤크를 이곳으로 오게 해 계속 보고를 받고

불사파 트롤들을 불러 가져온 농작물을 탑 1층의 세준 상점으로 옮기게 했다. 경매는 당연히 탑 42층에서 열렸다.

그리고 오늘은 대상인들의 보고를 받는 날.

그래서 세준이 쉬라고 했는데도 굳이 녹색탑에 온 것이다.

오늘 보고를 안 받으면 대상인들이 다음 보고 때까지 놀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건 세준에게 말하기 위한 변명이고

까망이에게 질 수 없다냥! 나도 박 회장이 기뻐할 선물을 가져갈 거다냥!

테오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침에 까망이의 선물을 받고 기뻐한 세준 때문이었다.

테오가 도착하자

다다다.

"어서 오십시오. 테 부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터보와 샤크가 테오에게 달려와 보고를 시작했다.

"테 부회장님, 저는 땅문서 3개를 구해왔습니다!"

"하악! 정직원 터보, 저번보다 땅문서 수가 두 개나 적다냥! 나한테 대상인 아이템 뺏기고 싶냥?!"

"죄···죄송합니다! 다음에는 더욱 분발해서 땅문서 5개를 가져오겠습니다!"

테오의 협박에 터보가 다급히 외쳤다.

"좋다냥! 두고 보겠다냥!"

그렇게 터보에게 받은 땅문서 3개를 챙긴 테오.

"정직원 샤크는 뭘 가져왔냥?!"

샤크를 보며 묻자

"저는 녹색 생명의 구슬 2개를 가져왔습니다!"

샤크가 자랑스럽게 녹색 구슬 두 개를 꺼냈다.

"푸후훗. 정직원 샤크 훌륭하다냥! 더 노력하면 내가 헤르 님한테 대상인 아이템 하나 받아 주겠다냥!"

"감사합니다!"

그렇게 터보와 샤크의 보고를 받은 테오.

아직 부족하다냥!

이 정도 선물로는 세준이 아까만큼 기뻐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박 회장, 나에게 힘을 빌려달라냥!

세준에게 간절히 기도하며 도움을 요청했고 테오의 기도는 오늘도 응답받았다.

움찔.

테오의 앞발에 강력한 끌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478화. 이제 기적을 일으켜 볼까?

"푸후훗. 어서 나를 끌림으로 안내하라냥!"

끌림에 몸을 맡기며 테오가 앞발을 움직이자

척.

앞발이 머리 위로 움직였다.

그러나

"냥?"

하늘로 가야 한다냥?

앞발이 가리키는 곳은 머리 위 하늘이었다.

"끌림이 하늘로 향한다면 당연히 하늘로 간다냥!"

하늘을 날 수 없는 테오지만, 테오는 과감하게 하늘을 향해 점프했다.

당연히 중력에 의해 다시 땅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극냥보다냥!

파바박.

테오가 냥보를 극성으로 사용해 허공을 밟으며 하늘을 달리기 시작했다.

박 회장에게 근사한 선물을 주고 칭찬받을 거다냥!

세준에게 칭찬받겠다는 목표가 생긴 광신도 테오의 머릿속에서 두려움, 불가능, 한계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은 지워진 지 오래였다.

테오는 그저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달렸다.

추락과 상승의 반복.

추락보다 상승이 컸기에 테오는 계속 하늘과 가까워졌고

1시간 후

저기다냥!

테오의 눈에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땅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도착했다냥!"

30분을 더 올라가고 나서야 테오는 드디어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힘들었다냥!"

테오가 잠시 바닥에 앉아 쉬고 있을 때

[하늘을 나는 능력 없이 오직 맨몸으로 하늘을 오르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명 : 하늘을 달리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테오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이명 덕분에 허공을 밟을 때 공기 저항을 좀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위대하다냥! 박 회장 선물 구하러 가니까 이명도 얻었다냥!"

그렇게 이명을 얻은 걸 세준의 공으로 돌리며 힘을 얻은 테오.

"출발이다냥!"

끌림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끌림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는 테오의 눈에 보이는 넓은 황무지와 저 멀리 보이는 눈부신 건물 하나.

"냥! 여기는 예전에 박 회장이 신발을 받은 곳이다냥!"

테오는 그제야 자신이 도착한 곳이 창조신의 첫 번째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가 있는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박 회장이 많이 아쉬워했다냥!

갑자기 잠드는 바람에 화단에 있는 농작물도 못 챙긴 걸 아쉬워했던 세준이 떠올렸다.

"푸후훗. 이번에는 많이 챙긴다냥!

테오가 에밀라의 화단에서 농작물을 잔뜩 챙기겠다고 각오를 다질 때

-어서 와. 검은 거탑의 대상인 테오 박.

갑자기 테오의 앞을 막는 에메랄드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누구냥?! 좋은 거 있으면 내놓으라냥!"

끌림이 느껴진다냥!

여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황금빛 서광 때문에 여인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테오가 눈을 찌푸리며 외쳤다.

-후후후. 난 창조신의 첫 번째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 그렇지 않아도 테오 널 기다리고 있었어. 테오, 너라면 날 찾아올 줄 알았거든.

그런 테오를 향해 에밀라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냥?! 그게 무슨 소리냥?! 이 몸은 행동이 예측되는 쉬운 고양이가 아니다냥!"

-당연히 예측할 수 없지. 근데 내가 박세준을 위한 물건을 준비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네가 올 줄 알았다는 말이야.

"푸후훗. 당연하다냥! 박 회장의 선물은 나 테 부회장이 챙긴다냥!"

자신을 인정하는 말에 금세 기분이 좋아진 테오.

"그럼 빨리 박 회장의 선물을 달라냥!"

빨리 세준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싶은 생각에 테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에밀라를 재촉했다.

-자. 여기.

에밀리가 황금색 물건 2개를 테오에게 건넸다.

"냥?! 이게 뭐냥?! 뭔가 부족해 보인다냥!"

테오가 겉은 가죽, 안은 천으로 된 팔토시처럼 생긴 물건을 자신의 두 앞발에 껴보며 묻자

-이거 좋은 거야. 내가 박세준에게 준 신발과 합쳐지면 장화로 변하거든.

"장화로 변하면 좋은 거냥?!"

-당연하지! 내가 열심히 만든 거야!

테오의 불신 가득한 표정에 에밀라가 자신도 모르게 욱해서 언성을 높였다.

"알겠다냥!"

그렇게 세준의 선물을 챙긴 테오.

"근데 나 테 부회장의 물건은 없냥?! 나도 박 회장이랑 같은 장화 신고 싶다냥!"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시작했다.

위대한 박 회장과 같은 황금 장화를 신고 위대한 박 회장의 무릎에 매달린 자신.

가슴이 웅장해진다냥!

상상만으로 가슴이 쿵쾅거렸다.

-잠깐만···

남은 황금용 가죽으로 만들 수 있으려나?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테오가 자신을 보자, 생각에 잠긴 에밀라.

-조금만 기다려.

모습을 감춘 지 1분 만에 나타났고

-여기.

곧 테오의 뒷발 사이즈에 맞는 황금색 장화를 테오에게 건넸다.

"푸후훗. 고맙다냥!"

이제 박 회장이랑 같은 황금 장화를 신는 거다냥!

테오가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의 장화를 꼭 끌어안으며 에밀라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럼 가겠다냥!"

황금 장화를 봇짐에 챙겨 넣고 빠르게 달려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좀 잘 만들어 줄 걸 그랬나?

너무 행복해하는 테오를 보니 에밀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남는 천과 가죽으로 대충 만들었기 때문.

-뭐 일단 황금 장화니까. 어?! 그새 쫓아왔잖아! 지겨운 멸망의 사도들!

에밀라가 서둘러 화단의 위치를 이동시켰다.

***

검은 거탑 99층.

오늘은 수확제 5일 차로 대회가 없는 날이기에 세준은 오전 내내 아공간 창고에서 멸망포식자 씨앗과 다른 농작물을 수확하며 시간을 보냈다.

툭.

그렇게 다른 자두와 차이가 없어 보이는 자두 하나를 수확하던 세준.

그러나

[숙면의 자두를 수확했습니다.]

[너는 밭이다 Lv. 8가 발동하며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9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메시지에는 다른 이름이 나타났다.

"숙면의 자두?"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20씩 상승합니다.]

"흐흐흐."

오랜만의 신품종에 세준이 미소 지었다.

"옵션은 뭐지?"

이름에 숙면이라 나와 있기에 효과가 예상됐지만,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위해 옵션을 확인했다.

[숙면의 자두]

검은탑 안에서 자란 자두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농사 실력이 뛰어난 농부가 재배해 맛과 효율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여러 개를 동시에 섭취 시 숙면 효과가 줄어들며 1000개가 넘어가면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숙면 시간 동안 몸의 피로가 빠르게 풀리며 숙면 시간이 끝나면 바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재배자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년

등급 : S

"흠. 이 자두를 먹으면 꿀잠 보장이라는 소리군."

낮잠 자기 전에 1개씩 먹고 자면 좋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바로 심는다!"

세준은 숙면의 자두를 잘라 씨를 꺼내 쿠루거의 몸에 심었다.

그러자

뿌드득.

빠르게 자라나는 자두 씨앗.

씨앗이 자라는 사이

"유렌, 와서 이것 좀 먹어봐."

"감사합니다!"

지나가는 유렌을 불러 숙면의 자두를 먹였고

"와! 맛있네요. 어?"

털석.

유로롱.

유렌은 바로 숙면에 들었다.

"와. 효과 좋네. 유렌, 일어나면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세준은 바닥에 쓰러진 유렌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취사장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녹색탑에서 복귀한 테오가 세준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그래. 잘 다녀왔어?"

세준이 두 손으로 테오의 옆구리를 잡아 떼어내자

"푸후훗. 그렇다냥! 이거 받아라냥! 박 회장을 위한 선물이다냥!"

척.

봇짐에서 우쭐한 표정으로 황금색 물건을 꺼내는 테오.

"이게 뭔데?"

"에밀라 님한테 받았다냥! 이렇게 신발에 붙이면 된다냥!"

테오가 몸을 퉁겨 세준의 손에서 벗어난 후

퍽.

허공을 차 지상에 착지하며 두 앞발에 황금색 물건을 하나씩 쥐고 세준의 두 발에 가져가자

파앗.

금빛 섬광이 폭발했다.

그리고

"어?! 이게 왜 장화로 변했지?"

어느새 황금 장화를 신고 있는 세준.

뭐지?

세준이 서둘러 황금 장화의 옵션을 확인했다.

[훌륭한 농사꾼의 황금 장화]

창조신의 첫 번째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가 황금양의 털과 위대한 황금용의 가죽을 재료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농사꾼을 위한 장화입니다.

위대한 황금용의 가죽을 사용해 방어력과 뇌속성 저항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착용 시 모든 스탯의 잠재력이 1000, 밭에서의 이동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이 장화를 신고 농작물들에게 발소리를 들려주면 농작물들의 성장 속도가 50% 빨라집니다.

사용 제한 : 탑농부

제작자 : 창조신의 첫 번째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

사용 제한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등급 : ★★★

스킬 : [농작물의 대보은(Master)]

[농작물의 대보은(Master)]

농사꾼의 발소리를 들은 농작물들이 자신을 키워준 농사꾼에게 감사하며 농사꾼의 잠재력을 크게 성장시킵니다.

"오!"

전에 비해 굉장히 좋아진 옵션.

밭에서는 이동 속도가 30% 증가한다고?

세준이 서둘러 쿠루거의 몸을 뛰어다녀 봤다.

그러나

"응?!"

전과 다르지 않은 속도.

"뭐지?"

의아해하던 세준.

아. 설마?!

푹.

세준이 땅에 멸망포식자의 씨앗을 심으며 이동하자

[너는 밭이다 Lv. 8가 발동합니다.]

[멸망의 사도 7좌 산을 부수는 바위 쿠루거의 몸에 숙면의 자두 씨앗을 심었습니다.]

···

..

.

휙.휙.

훨씬 빨라진 이동 속도.

적의 몸에서는 너는 밭이다 스킬이 발동할 때만 밭으로 인정해 주는 모양이었다.

쓰기가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세준은 충분히 만족했다.

방어력, 뇌속성 저항이 늘어났고 발소리를 들려줬을 때 농작물의 성장 속도가 50% 상승했다.

그리고 스킬 이름도 '농작물의 보은'에서 '농작물의 대보은'으로 변하며 잠재력이 더 크게 상승하게 됐다.

특히 잠재력 +1000.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먹어 기적을 일으켜 보고 싶은 세준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옵션이었다.

"흐흐흐. 테 부회장, 잘했어. 근데 에밀라 님은 어떻게 만났어?"

황금 장화가 마음에 든 세준이 밝은 표정으로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올리며 물었지만

"푸후훗. 박 회장이 가르쳐 줬다냥!"

"응?! 내가?"

"푸후훗. 그렇다냥! 그리고 어서 박 회장이 직접 만든 츄르를 달라냥!"

이미 세준의 칭찬에 잔뜩 우쭐해진 테오는 세준의 의문을 해소시켜주지 않은 채 발라당 누워 츄르를 재촉했다.

"알았어."

세준은 테오에게 직접 만든 참치 츄르를 주자

촵촵촵.

열심히 츄르를 먹기 시작했다.

"좋아. 이제 기적을 일으켜 볼까?"

냠.

세준은 콧노래를 부르는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섭취하기 시작했다.

작은 기적이라고 써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세준이 포도를 먹는 사이

츄르를 배불리 먹은 테오가 봇짐에서 에밀라가 준 황금 장화를 꺼냈다.

[허접한 황금 장화]

적당한 크기의 가죽이 없어 여기저기 덧댄 자국이 그대로 있었지만

푸후훗. 이제 박 회장이랑 같은 황금 장화를 신는 거다냥!

세준과 같은 황금색 장화면 다 괜찮았다.

"냥냥냥."

콧노래를 부르며 황금 장화를 신는 테오.

"푸후훗. 다 신었다냥!"

세준의 황금 장화와 자신의 황금 장화를 연신 번갈아 보며 아주 뿌듯해했다.

그때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를 섭취했습니다.]

[모든 스탯이 10 상승합니다.]

[세상의 정기가 미세하게 모입니다.]

···

..

.

[세상의 정기가 모여 작은 기적을 일으킵니다.]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 100개를 먹은 세준이 기적을 일으켰고

"냥?!"

테오가 신은 황금 장화가 빛나기 시작했다.

479화. 뭐냐?! 이 사기 아이템은?!

은색탑 82층의 땅 아래.

드르렁.

퓨.

헤헤헤.

몇십 년 만에 음식을 배불리 먹은 주민들이 다음 포도주 먹기 대회를 기다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좋아 보이는군.

그걸 부럽게 지켜보는 크윈.

현재 포도나무는 다른 바람술사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었다.

잠시 후.

꾸벅.

"크윽!"

찰나의 순간 잠깐 졸았던 크윈이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렸다.

눈에는 미친 사람처럼 핏발이 선 채.

"조금만 더 참자."

크윈이 자신을 다독이듯 말했다.

위대한 은빛용 크리셀라 히스론이 크윈의 광증을 치료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치료된 건 아니었고

크윈은 수십 년 전부터 광증이 서서히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잠을 잘 때 광증이 가장 심해졌기에 크윈은 몇 년째 잠을 자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자고 싶다.

그냥 자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갈 뻔한 적이 수천 번.

자신이 자는 순간 은색탑의 모두가 죽는다는 걸 알기에 다행히 지금까지는 필사적으로 잘 이겨냈다.

적어도 자신의 후계자는 찾아놓고 잘 생각이었다. 영원한 잠을.

***

검은 거탑 99층.

"흐흐흐. 무슨 기적이 일어나려나?"

기대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세준.

"응?"

뒤늦게 자신의 무릎 위에서 빛나는 테오의 황금 장화를 발견했다. 진짜 등잔 밑이 어두웠다.

빛 때문인지 아이템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박 회장! 박 회장이 내 황금 장화에 기적을 일으켰다냥! 역시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세준과 눈이 마주친 테오가 자신의 황금 장화를 보며 신난 목소리로 외치자

"후훗. 당연하지. 내가 특별히 고생하는 테 부회장을 위해 기적을 일으킨 거야."

세준은 원래 의도했던 것처럼 테오에게 으스대며 말했고

푸후훗. 그런 것이었냥?! 박 회장이 날 위해서 기적을 일으켰다냥!!!

세준의 말에 크게 감동한 테오.

그때

파앗!

황금 장화에서 노란색 빛이 폭발하며 상서로운 빛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기적을 믿는 자의 황금 장화]

테오가 신은 황금 장화의 이름이 나타났다.

"그럼 이몸이 일으킨 기적의 성과를 볼까?"

"푸후훗. 어서 확인하라냥!"

테오가 세준이 황금 장화를 잘 볼 수 있게 자신의 뒷발을 쭉 내밀었고

척.

세준이 황금 장화를 잡아 옵션을 확인했다.

[기적을 믿는 자의 황금 장화]

'허접한 황금 장화'라는 D급 아이템이 기적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아이템으로 변했습니다.

재료로 쓰인 황금용의 가죽이 기적적으로 하나로 합쳐지며 이음새가 사라졌고 덕분에 방어력과 뇌속성 저항력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기적을 일으킨 박세준에 대한 믿음이 강할수록 스탯과 잠재력이 상승합니다.(스탯은 최대 1만까지 상승하고 잠재력 상승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제작자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사용 제한 : 박세준을 믿는 자

등급 : ★★★★★★

스킬 : 광냥보(Master), 머니 허그(Master), 머니 츄르(Master)

광냥보(Master)

1초 동안 빛의 속도로 이동합니다.(하루에 1번만 사용가능합니다.)

머니 허그(Master)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을 안고 있는 동안 1초당 1만 탑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머니 츄르(Master)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직접 만든 츄르를 먹을 때마다 1억 탑코인을 얻습니다.

뭐냐?! 이 사기 아이템은?!

아이템의 옵션을 읽은 세준이 경악했다.

좋아도 너무 좋잖아!

자신은 잠재력 1000이 늘어난 것에 좋아했는데, 여기는 잠재력에 한계가 없단다.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야 강해진다는 부분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별이 여섯 개라고?!'

이건 별이 여섯 개나 있었다.

별 다섯 개가 창세급이라고 했는데 그럼 이건 무슨 급인 거지?

설명을 읽은 세준의 표정이 점점 멍해졌다.

하지만

"뭐냐?"

이 테오 편의주의적인 스킬들은?

스킬을 확인하면서 점점 정신이 돌아왔다.

광냥보는 제쳐두고 머니 허그와 머니 츄르는 누가 봐도 테오의 사적 욕망을 위한 스킬.

'운 좋은 놈.'

좋겠다. 스킬까지 도와주고.

그렇게 세준이 테오를 부러워할 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태초급 아이템을 제작하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명 : 태초를 엿본 자를 획득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3% 감소합니다.]

세준이 이명을 얻었다.

효과는···

이명 : 태초를 엿본 자

······

보통 이명을 얻으면 바로 이명에 대한 정보가 보이는 데 이번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흐흐흐. 그래도 좋은 걸 확인했어."

내가 일으키는 기적이 D급 아이템을 태초급 아이템으로 만들 정도라니······

작은 기적의 효과를 확인한 세준이 아주 흐뭇하게 웃었다.

물론 세준의 착각이었다.

***

씨앗 상점 본부.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의 소작농인 버섯개미 5000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재앙파수꾼 멸망포식자 500마리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

..

.

"으하하하!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믿투박! 믿투박!"

메시지를 보면서 열렬히 '믿투박'을 외치는 포도넝쿨의 신 엉클.

평소에는 옆에서 같이 외쳐주는 비전투신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혼자였다.

신성력 배분 때문에 싸운 건 아니고 세준이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 6장으로 씨앗 상점 오픈 기간을 6일 단축하며 내일 씨앗 상점이 오픈하기 때문.

모두들 집에서 세준에게 뽑힐 씨앗들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일으킨 대기적이 일어나며 발생한 상서로운 빛이 신전에 닿았습니다.]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엉클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어?"

왜 작은 기적이 아니고 대기적이지?

자신이 준 세상의 정기를 품은 황금 포도는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밖에 없었다.

의문을 품는 엉클.

사실 세준이 일으킨 건 작은 기적이 맞았다.

다만···

푸후훗! 박 회장이 나를 위해(?) 기적을 일으켰다냥! 역시 박 회장은 위대하다냥!!!

세준이 일으킨 기적을 보며 감동한 테오가 더욱 세준을 칭송했고.

그 과정에서 테오가 그동안 신들의 신전에서 흡수한 신성력이 기적을 강화하며 작은 기적이 대기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믿투박!"

"믿투박!"

"믿투박!"

집에서 씨앗을 만들고 있던 비전투신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엉클 뿐만 아니라 탑 99층의 신전들과 신기들도 대기적의 빛을 받으며 비전투신들의 신성력이 올랐기 때문.

그렇게 비전투 신들이 '믿투박'을 외치고 있을 때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거친 전투신들의 목소리.

"믿투박···."

"믿투박···."

덕분에 비전투신들은 개미만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지금부터 전사가를 시작한다! 한낫!한낫!둘!셋!넷!"

"용맹한! 전사들! 많고 많지만! 기적! 만든! 전사는! 전사 박세준! 싸울 때는 목숨 걸어! 물불 안 가려! 물불 안 가려!"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용맹의 신 베브와 폭풍의 신 썬더의 우렁찬 노랫소리.

대기적의 빛은 세준이 가진 용맹의 심장과 꾸엥이의 벼락봉에도 영향을 줬고 덕분에 둘의 신성력도 크게 상승했다.

그래서 세준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것.

그리고

···?!!!

왜 전투신들이 우리 박세준의 이름을 부르는 거지?

전투신들의 노래를 들은 비전투신들은 패닉에 빠졌다.

***

"흐흐흐. 그럼 다음 기적은···."

세준이 혼자 어디다 기적을 쓸까 즐거운 상상을 할 때

"박 회장, 이것도 받아라냥!"

테오가 터보와 샤크에게 받은 땅문서 3개와 녹색 생명의 구슬을 건넸다.

[녹색탑 35층 땅문서]

[갈색탑 50층 땅문서]

[은색탑 82층 땅문서]

"응?"

은색탑 땅문서네?

땅문서를 확인하던 세준의 눈에 은색탑 땅문서가 들어왔다.

만약 은색탑 땅문서를 유렌이 가져왔다면 세준은 퀘스트고 뭐고, 절대 은색탑에 가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이걸 가져온 건 행운왕 테오.

나중에 한 번 가볼까?

은색탑에 대한 세준의 생각이 긍정적인 쪽으로 변했다.

"잘했어. 테 부회장."

물건을 챙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테오를 칭찬했고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항상 잘한다냥!"

테오는 세준의 칭찬을 받으며 잔뜩 우쭐해져서 신이 났다.

"그래.그래."

흐흐흐. 부드럽다.

세준은 그런 테오의 머리를 더욱 정성스럽게 쓰다듬어 줬다.

그리고

"어?!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지?"

수면의 자두를 먹은 유렌이 깨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걸 발견하고 나서야

아. 맞다.

세준은 부랴부랴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거기 앉아서 기다린다요!]

꾸엥!

우드득.

점심을 먹은 세준을 앉혀두고 앞발로 원두를 가루로 만드는 꾸엥이.

세준이 맷돌로 갈 때보다 더욱 균일하고 곱게 갈렸다.

탈탈.

그렇게 곱게 간 원두 가루를 드리퍼에 털어 넣고

탁.탁.

꾸엥이가 드리퍼를 살살 탁자에 내리치며 원두 가루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꾸엥?

[불꽃이 누나 준비 됐다요?]

[응! 딱 적당해!]

불꽃이가 불꽃으로 끓인 주전자를 염력으로 움직여

쪼르륵.

주전자를 천천히 기울여 드리퍼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평소 세준이 내리는 걸 봤기에 꾸엥이의 커피 내리는 실력은 훌륭했다.

꾸엥!꾸엥!

[아빠, 다 됐다요! 빨리 마셔본다요!]

꾸엥이가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내린 커피를 세준에게 건넸다.

"응. 잘 마실게."

후루룩.

세준이 꾸엥이가 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

향긋한 꽃내음과 달달한 향이 입안을 채우며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쓴맛이 어우러지며 입에서 왈츠를 췄고

꿀꺽.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상큼한 레몬의 신맛이 개운한 끝 맛을 느끼게 해줬다.

동시에

우리 꾸엥이가 내린 커피를 마시다니···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동.

"완벽해."

향과 맛, 감정까지 건드린 꾸엥이의 커피를 칭찬하며 세준이 엄지를 들었다.

그러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한테 인정받았다요!]

세준에게 인정받은 꾸엥이가 엉덩이를 실룩이며 엉덩이 댄스로 기쁨을 표현했다.

솔직히 자신이 내린 커피보다 더 맛있었다.

'앞으로 꾸엥이한테 커피 내려달라고 할까?'

용돈으로 꼬시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세준이 춤추는 꾸엥이를 보며 앞으로 편하게 커피 마실 생각을 할 때

검은 거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신난다. 슬슬 세준이 만날 준비해야지."

에일린은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며 세준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화의 축복으로 수확제 마지막 날에는 공격력이 30% 감소한다.

거기다 세준가 절대 수호와 콩 세트 등의 온갖 버프를 받고, 자신이 온갖 디버프 마법을 받으면...

평소에도 디버프 마법을 사용했지만, 에일린은 최근 도서관에서 강력한 디버프 마법을 발견했다.

원래는 바람을 핀 남친용을 죽이기 위해 만든 무시무시한 저주였지만

"크히히히. 세준아 조금만 기다려! 이제 우리 만날 수 있어!"

저주를 만든 제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남친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 같았다.

"근데 얘는 왜 변화가 없지? 네가 빨리 커야 우리 세준이가 기뻐하지. 빨리 크자 용과야."

에일린이 자신의 옆을 둥둥 떠다니는 용과가 심어진 화분을 보며 말했다.

세준이 옆에 두라는 말에 에일린은 화분에 마법을 걸어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게 했다.

둥둥.

물론 용과는 말이 없었다.

그때

"크하하하! 에일린, 할애비 왔다!"

카이저가 복귀했다.

480화. 지워졌네?!

검은 거탑 관리자 구역.

"할아버지, 잘 왔어요!"

에일린이 카이저를 향해 달려가 반갑게 맞이하자

역시 에일린도 내가 보고 싶었던 거야!

카이저는 에일린의 환대에 감동했다.

하지만

"할아버지, 용과가 뭔지 아세요?"

"용과? 잘 모르···."

"에이. 모르면 됐어요."

환대는 자신이 모르는 걸 알려주는 할아버지에 한정인 모양이었다.

카이저의 대답에 에일린은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바로 뒤돌았고

"크흠. 손녀야. 예전에 어른들에게 용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니라."

180도 바뀐 냉랭한 손녀의 태도에 카이저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러자

"진짜요?! 말해주세요!"

에일린이 잽싸게 달려와 카이저의 어깨를 주무르며 재촉했다.

"크하하하. 오냐. 말해주마. 크흠. 그게 내가 300살 때쯤이었지···."

손녀의 안마를 오래 받기 위해 카이저는 용과에 들은 시점보다 1000년 전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

검은 거탑 99층.

"좋아. 이제 오전에 할 일은 끝났으니까. 이걸 테스트해볼까?"

세준이 꼬미가 만든 질긴 거미줄 위장 슈트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엄돌이가 만든 엄돌표 튼튼 돌솥은 점심에 맛있고 찰진 밥을 1분 만에 만들면서 성능을 증명했고

까비가 만든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는 사용 조건이 마력 100만 이상이거나 신격을 가진 존재라서 세준이 테스트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까르르가 만든 사기의 구슬이 노화를 진짜 막는 지는 시간이 좀 흘러야 알 것 같았다. 노화는 시간이 지나야 티가 나니까.

거기다 사기의 구슬에 내장된 죽음의 수확 스킬은 사용할 곳도 없었고.

"푸후훗."

"테 부회장, 잠깐 떨어져 봐."

세준이 테오, 꾸엥이, 불꽃이를 상대로 카모플라쥬 스킬을 시험하기 위해 테오를 무릎에서 떨어트려 놓으려 하자

"싫다냥! 절대 싫다냥!"

단칼에 거절하는 테오.

덥석.

"냥···."

결국 강제로 분리당했다.

그렇게 테오를 떼어낸 세준.

"대신 5분 후에 나 찾으면 화장실에도 따라오게 해줄게."

벌칙 같은 보상을 걸었지만

"푸후훗. 좋다냥! 반드시 찾아내겠다냥!"

좋다고 승낙하는 테오.

꾸엥?!

[꾸엥이도 찾으면 뭐 준다요?!]

옆에서 보상을 준다는 말을 들은 꾸엥이도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세준을 보며 물었다.

"꾸엥이는 아빠 찾으면 용돈 줄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좋다요!]

"불꽃이는 뭐 원하는 거 있어?"

[헤헷. 없어요!]

세준의 물음에 해맑게 대답하는 불꽃이.

"그럼···불꽃이는 나 찾으면 소원 하나 들어줄게."

세준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정말요?!]

"응. 그럼 너희들은 다음 차례니까 기다려. 테오, 5분 동안 눈 가리고 있어."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자신의 앞발로 눈을 가렸다.

그렇게 시작된 세준과 테오의 숨바꼭질.

5분 후.

"푸후훗. 박 회장, 이제 찾는다냥!"

테오는 시작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세준이 있는 방향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고

"박 회장을 찾았다냥!"

옥수수 사이에 숨어 위장하고 있던 세준을 너무도 쉽게 찾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세준의 위험까지 탐지할 수 있는 고성능 세준 무릎 탐지가가 내장된 테오에게 카모플라쥬 스킬은 우스웠다.

"푸후훗. 박 회장, 이제 화장실도 같이 가는 거다냥!"

덕분에 세준이 화장실에 갈 때도 떨어지지 않게 돼 신난 테오.

"에휴. 그래···."

반대로 세준은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화장실에 정화의 숯을 뒀으니까 똥냄새 난다는 말은 안 듣겠지?

세준이 테오를 데리고 화장실 갈 일을 걱정할 때

꾸엥!

[이제 꾸엥이 차례다요!]

꾸엥이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꾸엥이, 용돈 줄게. 그리고 불꽃이는 소원 말해."

세준은 시작도 전에 꾸엥이에게 용돈으로 1000탑코인을 주고, 불꽃이에게 소원을 물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테오가 눈을 가리고 있는 5분 동안 세준이 카모플라쥬 스킬을 쓰고 이리저리 움직일 때

꾸엥?꾸엥?

[어?! 어?!]

꾸엥이와 불꽃이의 시선도 세준을 따라 움직였으니까.

다 보이는구나···

[제 소원은 나중에 말할게요.]

"그래. 그럼 나중에 말해줘."

그렇게 셋을 상대로 카모플라쥬 스킬 테스트에 실패한 세준.

"애들아, 가자!"

"좋다냥!"

꾸엥!

[네!]

셋을 위장 슈트 안에 넣고 이동했다.

그리고

끼야암!

세준의 눈에 이제야 일어난 까망이가 집 앞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흐흐흐.

다음 사냥감. 아니 테스트 대상 발견.

살금살금.

카모플라쥬 스킬을 사용한 세준이 조심히 까망이에게 다가갔다.

흐흐흐. 분명 '끼에엑!'하고 이상한 비명을 내면서 놀라겠지?

"···와."

세준이 깜짝 놀라는 까망이를 상상하며 '왕!'하고 외치려 할 때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밥 줘!]

까망이가 세준을 향해 먼저 짖었다.

꼬미가 자신이 만든 슈트가 다가오는 걸 느끼고 까망이의 귀에 매달려 세준이 오는 방향을 알려준 것.

쳇. 재미없어.

"자. 이거 먹어."

덕분에 좋은 구경거리를 놓친 세준은 점심을 하면서 남겨놨던 까망이와 부하들의 식사를 챙겨줬다.

잠시 후.

"좋아. 다시 가자!"

"푸후훗. 좋다냥!"

꾸엥!

[네!]

끼히힛.

세준은 식사를 끝낸 까망이와 부하들을 슬링백에 넣어 위장 슈트 안에 착용한 후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께엑?

흐흐흐.

카모플라쥬 상태로 버섯개미들의 등에 난 버섯을 굳이 몰래 수확하거나

"세준 님 음식은 진짜 맛있는 거 같아."

"맞아.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었어. 돌아가면 진짜 그리울 것 같아."

"근데 오늘 저녁은 뭐가 나올까?"

"세준 님은 진짜 너그러우신 것 같아."

"맞아. 그리고 겉보기와는 다르게 강하신 것 같아. 우마왕 님도 세준 님 앞에서는 조심하더라고."

흐흐흐.

자신의 칭찬을 엿들었다.

"무슨 소리야? 박세준 그놈 호구가···."

가끔 자신을 험담하는 놈들도 있었지만

"꾸엥아, 앞발."

꾸엥!

꾸엥이의 앞발로 뒤통수를 때려줬다.

퍽.

그렇게 카모플라쥬 스킬 테스트(?)를 마치고 세준은 우마왕을 찾아가

"우마왕 특훈 시켜줘!"

특훈을 요청했다.

질긴 거미줄 위장 슈트가 힘을 얼마나 잘 분산시키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음머.음머.

[손가락 2개 5분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응!"

세준의 대답과 함께 우마왕이 세준을 손가락 2개로 눌렀다.

그리고

[엄청난 무게를 밀어냈습니다.]

[힘이 1 상승합니다.]

[엄청난 무게를 몸이 버텨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으악···."

세준은 우마왕의 예상보다 2분을 더 버티며 슈트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신 템빨로 버텨낸 거기에 5분을 버텼을 때랑 특훈의 효과는 같았다.

"성능 완전 합격."

흐흐흐.

세준이 질긴 거미줄 위장 슈트의 성능 테스트를 끝내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오자

-크하하하. 우리 세준이 잘 있었느냐?!

-으하하하. 세준아, 우리가 왔다.

-프하하하. 잘 지냈지?

-드하하하. 물론 우리는 잘 지냈다!

멸망의 사도 3좌 세상을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를 처치하고 복귀한 사룡회 용들이 세준을 찾아왔다.

"가신 일은 잘 해결하셨어요?"

-크하하하. 그럼! 우리가 누구냐?! 위대한 용족이다! 깔끔하게 해결했지!

아홉 용족의 모든 용들이 요르문간드 하나를 5시간 동안 다구리 했으면서 당당하게 말하는 카이저.

물론 5단계 봉인을 해제한 요르문간드의 힘이 그만큼 엄청났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5단계 봉인을 해제하는 건 앞에 4단계 봉인을 해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

-근데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그러게 황금빛 삼양주보다 더 냄새가 진한데?!

-그럼 더 맛있는 것 아냐?!

흥분한 용 조각상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원래 냄새를 못 맡던 용 조각상들.

그들은 냄새를 맡기 위해 서로의 조각상을 개조해 줬고 그들은 이제 냄새도 맡을 수 있었다.

"아. 그 냄새 이거 때문일 거예요."

세준이 냄새를 맡는 용 조각상들에게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를 꺼내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건 자신이 마실 수 없기에 용들에게 황금빛 삼양주보다 더 비싸게 팔 생각이었다.

흐흐흐. 분명 서로 먼저 산다고 난리가 나겠지?

용들이 돈을 꺼내며 서로 먼저 사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던 세준.

"어?!"

망했다! 저기에 까비가 멸망의 사도 딜리아인 게 그대로 적혀 있잖아!

뒤늦게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에 적힌 설명을 떠올렸다.

어떡하지?!

사실 우리 까망이가 퇴마랑이라 멸망의 사도를 퇴마해서···

세준이 격노한 용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머리를 열심히 돌릴 때

-크하하하! 세준아, 이거 내가 다 사마!

-무슨 소리야?! 내가 다 살 거야!

-어림도 없지! 내가 다 산다!

-한 병에 3000억 탑코인!

세준의 걱정을 뒤로 하고 용들이 돈을 꺼내며 서로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를 사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응?"

뭐지?

다행이긴 한데 뭔가 찜찜한 세준.

서둘러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를 하나 더 꺼내 옵션을 확인했고

어?! 지워졌네?!

옵션에서 멸망의 사도에 대한 설명이 전부 지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준이 일으킨 작은 기적의 효과였다.

세준이 일으킨 기적은 테오의 황금 장화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났던 것.

"휴우."

살았다.

덕분에 까망이 부하들의 정체를 용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큰 위기를 넘긴 세준.

"3000억 탑코인보다 좀 더 쓰시죠."

"푸후훗. 그렇다냥! 용님들 돈 더 쓰라냥!"

테오와 함께 잘 숙성된 황금빛 삼양주를 한 병당 5000억 탑코인에, 용들에게 2병씩 팔아 4조 탑코인을 벌었다.

덕분에 용들은 요르문간드를 잡으며 번 탑코인을 세준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크하하하. 자. 한 잔씩 받아! VVIP가 사는 술을 먹는 영광을 주지!

총 누적 구매액 5조 탑코인을 채운 카이저가 용용마켓 VVIP가 되며 방금 산 술 한 병을 켈리온, 램터, 티어와 나눠 마시며 놀리기 시작했다.

젠장! 카이저 녀석이 우쭐대는 걸 내가 봐야 된다니!

더럽다! 더러워! 내가 빨리 돈을 벌어야지!

기분은 나쁜데 근데 너무 맛있어!

켈리온, 램터, 티어는 속으로 카이저를 욕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는 않았다.

***

검은 거탑 관리자 구역.

"크하하하. 그래서 700살 생일에 이 할애비가 선물로 뭘 받았는지 아느냐?"

술을 마시며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신의 옛날얘기를 하고 있는 카이저.

"할.아.버.지."

인내심이 바닥난 에일린이 차가워진 목소리로 카이저를 불렀지만

"크흐흐흐. 그래. 우리 손녀, 이 할애비를 불렀느냐?"

용용마켓 VVIP가 돼서 다른 용들을 놀리고, 맛있는 술을 마시며 에일린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기쁨에 취한 카이저는 에일린의 분위기가 변한 걸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할아버지, 거짓말쟁이! 용과에 대해서 모르잖아!!!"

그 결과는 손녀의 불같은 분노.

"에일린, 할애비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용과에 대해서 말해주마!"

당연히 손녀 바보인 카이저는 에일린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용과에 대해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과거 창조신 님이 최초로 창조하신 십(十)용 중 최초의 하얀용 켈-가스 님이 전투에서 소멸한 적이 있는데···창조신님이 눈물을 흘리며 키운 용과를 수확하자 켈-가스 님이 다시 부활했다는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단다."

"진짜요?! 그럼 용과를 키우는 방법은요?!"

"키우는 방법? 그건 창조신 님이 키웠으니 나야 모르지. 아. 창조신님이 울면서 키웠다고 했으니 창조신님의 눈물인가?"

"·····.·"

에일린이 조용히 포탈을 작동해 관리자 권한으로 카이저를 추방시켰다.

481화. 설마 내가 창조신?

검은 거탑 99층.

"그래?! 창조신님이 눈물을 흘리며 용과를 수확했더니, 용과에서 죽은 용이 다시 살아났다고?!"

[탑의 관리자가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말합니다.]

그게 가능한가?

세준은 에일린이 카이저에게 들은 용과에 대한 전설을 전해 듣고 있었다.

[탑의 관리자가 할아버지가 자신을 오래 안마시키려고 1000년 전부터 얘기하는 바람에 6시간이나 안마를 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거기다 이미 3000년 전에 사라지신 창조신님의 눈물이 용과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아버지가 말해서 할아버지를 관리자 구역에서 쫓아냈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카이저의 잘못을 세준에게 일러바치는 에일린.

아. 그래서 조금 전까지 VVIP 됐다고 하늘을 찌르던 카이저 님의 텐션이 갑자기 땅을 파고 있는 거구나.

크흠. 나도 창조신님의 눈물 생각했는데···조용히 있어야지.

"카이저 님이 나빴네."

세준이 분수대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일반 삼양주를 연거푸 들이키는 카이저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카이저 님, 나중에 황금빛 삼양주 몇 병 챙겨드릴게요.

카이저를 동정하면서.

그렇게 에일린과 얘기를 하던 세준.

"이제 저녁 해야겠다. 에일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만든 단호박 수프를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단호박 수프? 알았어. 테 부회장, 아공간 창고에 있는 단호박을 손질해 줘."

"푸후훗. 알겠다냥!"

꾸엥?

[꾸엥이는 뭐한다요?]

"꾸엥이는 냄비에 우유를 담아줘."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알겠다요!]

세준이 테오, 꾸엥이의 도움을 받으며 저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리를 하던 세준.

타다다닥.

수프에 넣을 양파를 자르다

슥.

자신도 모르게 양파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볐다.

"윽. 눈 매워."

내가 이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하다니···

세준이 스스로의 한심함을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어?!"

혹시 내 눈물도 되려나?

불현듯 아까 에일린에게 들었던 용과 전설이 떠올랐다. 눈물이면 다 될지도?

"에일린, 용과 화분 좀 줘 볼래?"

그래서 에일린에게 용과 화분을 받아 화분에 자신의 눈물을 떨어트렸다.

뚝.

흙 위에 떨어진 세준의 눈물은 흙을 적셨고 곧 빠르게 말라갔다.

너무 적나?

세준은 양파를 양손에 들고 두 눈앞에 가져가 본격적으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뚝.뚝.뚝.

흙을 듬뿍 적실 정도로.

그러나

"아닌가?"

반응 없는 용과 씨앗.

그때

[주인님, 버터도 필요하지 않으세요?! 제가 꺼내드릴게요!]

철컹.

불꽃이가 눈물이 마르기 전에 다급하게 아공간 창고의 문을 열었고

스르르륵.

아공간 창고에 갇혀 있던 창조의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렇게 푸른 안개가 화분에 닿자

뿌드드득.

갑자기 용과 씨앗이 자라기 시작했다.

"어?!"

진짜 내 눈물로 용과 씨앗이 발아하는 거야?!"

'설마 내가 창조신?'

그런 거였나?! 나에게 출생의 비밀이?!

당연히 아니었다.

세준이 설레발을 치는 사이

뿌드득.

용과는 어느새 성장을 끝냈다.

우뚝 솟은 작은 선인장 끝에 세준이 알고 있는 용과 하나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초월급 씨앗을 발아시키는 위대한 창조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창조의 업적 보상으로 이후 검은 거탑 0층 체류 비용이 0.5% 감소합니다.]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최초가 아니라 그런지 체류 비용 감소 비율이 5%에서 0.5%로 크게 줄었다.

"흐흐흐."

웃으며 용과를 수확하려던 세준.

"아니지."

용과를 향해 뻗던 손을 멈췄다.

에일린은 분명 용과를 수확하고 십(十)용 중 하나가 부활했다고 했다.

십(十)용은 용들의 용이라고 할 정도로 전투력이 높은 존재들.

그럼 자신이 용과를 수확하면?

십(十)용 중 하나가 부활할 거고.

그러면?

난 바로 사망하겠지.

"휴우."

위험할뻔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세준.

그때

투둑.

어?!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건지 용과의 끝이 꺾이며 부러졌다.

"얘들아, 웨이포인트에 누가 먼저 가나 대결이다!"

세준이 서둘러 취사장을 나가며 외쳤다.

자신이 하나하나 챙겨서 나가거나, 설명할 이유가 없었기에 생각한 아이디어.

"푸후훗. 1등은 나 테 부회장이다냥!"

꾸엥!꾸엥!

[아니다요! 꾸엥이가 1등이다요!]

다행히 둘은 금세 세준을 앞질러 웨이포인트로 달렸고

"누가 먼저 가나 대결이다! 꼴등은 저녁 없어!"

세준은 달려가면서 모두를 향해 외치며 열심히 달렸다.

그렇게 엉겁결에 시작된 선착순 달리기 시합.

세준이 열심히 달려 웨이포인트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이들이 웨이포인트에 도착해 있었다.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1등이다냥! 박 회장은 1만 314등이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라냥!"

"응."

테오가 그런 세준을 나름 열심히 위로했고

꾸엥!꾸엥!

[아빠, 꾸엥이가 2등이다요! 큰형아가 갑자기 빛으로 변하지만 않았어도 꾸엥이가 이겼다요!]

그사이 꾸엥이도 세준의 허리에 매달려 자신의 등수를 자랑했다.

근데 광냥보를 사용해 빛의 속도로 달리는 테오를 본 거야?

꾸엥이의 동체시력은 엄청났다.

"토룡아."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를 매달고 토룡이를 불러 높은 위치에서 농장을 살펴봤다.

모두가 빠져나간 농장.

"뭐지? 조용한데?"

십(十)용 하나가 나타나면 덩치 때문이라도 최소 취사장은 박살 났어야 했지만, 취사장은 너무도 멀쩡했다.

거기다 분수대에서 태연히 술을 마시는 사룡회의 용들.

"내가 오버했나?"

세준은 테오와 꾸엥이를 데리고 조심히 용과가 있는 취사장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타다닥.

치이이익.

취사장 안에서 분주하게 요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세준이 취사장의 창문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안을 보자

어?!

취사장 안에는 상앗빛 몸을 가진 존재가 세준이 하던 요리를 이어서 하고 있었다. 속도는 세준보다 현저히 느렸다.

"응? 저건 용과?"

그런 세준의 눈에 취사장에서 요리하는 존재의 머리 위에 달린 용과가 보였다.

그리고

[애매한 용 박세준의 기운을 가진 용과]

이름도.

"애매한 용 박세준의 기운을 가진 용과?"

척.

세준이 요리를 하고 있는 존재에게 다가가 머리에 달린 용과를 잡아 옵션을 살피자

[애매한 용 박세준의 기운을 가진 용과]

용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박세준의 눈물을 흡수한 용과 씨앗이 창조의 기운을 흡수해 만들었습니다.

재료의 수준이 떨어져 박세준을 완전하게 복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박세준의 능력을 1% 복제했습니다.

[복제된 스탯 : 힘(30) 체력 (35) 민첩(29) 마력(44)]

[복제된 스킬 : 요리 Lv. 9, 채종하기 Lv. 2]

식사도 잠도 필요 없지만, 유통기한이 끝나면 소멸합니다.

재배자 :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30일

등급 : S

설명이 나타났다.

"아. 그러면 그렇지."

동시에 세준은 자신의 눈물과 창조신의 눈물이 크게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용과 씨앗을 발아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용의 육체에서 나온 유기물과 창조의 기운.

튼튼한 어린 용의 통뼈 덕분에 애매하게 용으로 인정받은 세준의 눈물과 아공간 창고에 있는 창조의 기운이 합쳐져 용과 씨앗이 발아한 것이었다.

"그럼 부활했다는 게?"

거대한 용이었으니 머리끝에 달린 용과는 보이지도 않았겠지?

아마 창조신님은 용과를 통해 십(十)용의 복제체를 만드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십(十)용의 유기물만 있으면 세준도 십(十)용의 복제체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복제 대상의 능력이 높을수록 필요한 창조의 기운이 커지기 때문.

창조신도 창조의 기운이 농축된 자신의 눈물을 여러 방울 떨어트리고 나서야 십(十)용의 복제체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창조신이 만든 복제체는 생전의 기억과 능력을 전부 가진, 부활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존재였다.

그사이

"푸후훗. 가짜 박 회장이다냥! 근데 얼굴 썩은 건 똑같다냥!"

꾸엥!꾸엥!

[가짜 아빠다요! 예전 아빠처럼 너무 약하다요!]

테오와 꾸엥이는 복제된 세준을 구경하며 신기해했다.

잠시 후.

"세준 1호, 너는 빵을 구워줘."

끄덕.

세준의 지시를 받은 세준의 복제체가 화덕에 빵을 굽기 시작했다.

스탯이 낮아 속도는 느렸지만, 요리 스킬이 9레벨이라 실력은 믿을 수 있었다.

덕분에 세준 1호의 보조를 받으며 중간에 대피 소동으로 늦어질 뻔한 저녁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얘들아, 저녁 먹자! 에일린, 여기 단호박 수프랑 식빵이야."

그렇게 모두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세준이 밖에서 테오, 꾸엥이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끼히힛.낑?!

[히힛. 네가 집사 1호냐?! 이 몸은 위대한 까망이 님이시다! 군고구마 말랭이를 가져오너라!]

끄덕.

까망이는 고분고분한 집사를 만나 신이 났다.

세준 1호가 세준이 취사장 선반에 숨겨놨던 군고구마 말랭이가 가득 든 유리병을 꺼내자

끼히힛.낑!낑!

[히힐. 집사 1호, 빨리 열어줘!]

"빨리!"

끼룩!

샤라랑!

"빨리욥!"

깍!

세준 1호를 재촉하며 흥분하는 까망이와 부하들.

딸깍.

세준 1호는 까망이의 지시대로 유리병을 열었고

짭.짭.짭.

까망이와 부하들은 서둘러 유리병에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그때

"이놈들!"

취사장에 들어온 세준이 까망이와 부하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얘 뭐하지? 또 사고치나?

까망이가 너무 조용하자, 까망이를 잡으러 온 것.

낑!

[도망쳐!]

뚱따당.뚱따당.

까망이가 서둘러 도망쳤지만

허우적.허우적.

까망이는 꾸엥이의 염력에 잡혀 세준의 손으로 인계됐다.

그리고

끼로롱.

세준의 잔소리가 시작되자 바로 잠들었다.

"으하암. 테 부회장, 우리도 자자. 꾸엥이도 잘 자."

꾸엥!

[아빠, 안녕히 주무신다요!]

세준은 꾸엥이를 분홍털에게 보내고 까망이 패밀리와 테오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가 잠들었다.

몇 시간 후.

커어어.

고로롱.

끼로롱.

엄로롱.

···

..

.

코 고는 소리만 가득한 침실.

(뱃뱃. 불꽃이 님 좋은 밤이요!)

잠에서 일어난 황금박쥐 뱃뱃이가 활동을 시작했다.

[뱃뱃이, 잘 잤어?]

그런 뱃뱃이를 향해 세준의 손바닥 위에 앉아 쉬고 있던 불꽃이가 말을 걸었다.

(네! 그럼 저는 나갔다 올게요!)

[응.]

파닥.파닥.

열심히 날아 취사장에 도착한 뱃뱃이.

(세준 1호 님, 안녕하세요! 저는 뱃뱃이에요!)

세준 1호와 인사를 나누고 세준이 준비한 과일을 먹으며 세준 1호가 일하는 걸 구경했다.

잠을 잘 필요가 없는 세준 1호는 취사장에서 군고구마 말랭이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뱃뱃. 배불러요!)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뱃뱃보!)

뱃뱃이는 빠르게 날아 농장 주변을 정찰했다.

그리고

(주변 이상 무!)

정찰이 끝나자, 집 앞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뱃뱃!)

뱃뱃이가 차원 이동 능력을 사용하며 빠르게 날자

슉.

어느새 검은 거탑 99층과 완전히 다른 장소에 도착한 뱃뱃이.

뒤에는 뱃뱃이가 차원의 벽을 뚫어 만든 야구공만 한 크기의 통로가 뚫려 있었다.

[디멘션 게이트]

세준을 따라 여러 탑을 돌아다니다 자신도 모르게 각성한 새로운 능력으로 차원문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몸이 큰 존재들은 이용할 수 없는 차원문.

(뱃뱃! 세준 님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문이 커지면 세준 님께 보여드릴 거예요!)

그래서 뱃뱃이는 세준과 차원문을 넘을 생각으로 열심히 수련했고.

덕분에 원래 테니스공 크기였던 차원문이 야구공 크기로 조금 커졌다.

그렇게 열심히 차원문을 열었다 닫었다를 반복하며 수련하던 뱃뱃이.

(뱃뱃!)

저건 세준 님이 좋아하는 슬라임?!

꿀렁.꿀렁.

뱃뱃이가 슬라임들에게 멸망해 가는 세상에 도착했다.

482화. 테 부회장, 간다!

다섯 번째 재앙 슬라임의 침입으로 멸망 중인 세상 이노스.

사람과 같은 모습에 팔과 다리에만 토시처럼 푹신한 털이 난 이노스족의 생존자들은 하나로 뭉쳐 거대한 방어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마저 뺏기면 이노스는 멸망이야!"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마지막 하나 남은 갈색탑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뱃뱃!)

자신과 슬라임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황금박쥐.

"뭐지?"

"새로운 재앙인가?!"

이노스족이 귀엽고 작은 모습과 다르게 엄청난 힘을 가진 뱃뱃이를 보며 긴장했지만

(뱃뱃폭풍권!)

뱃뱃이는 이노스족 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날개로 마력 칼날을 만들어 슬라임들을 처치했다.

사실 슬라임을 처치하는 건 엄청나게 까다롭다. 핵을 공격해야 처치할 수 있는데, 핵이 슬라임의 몸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

하지만

(뱃뱃폭풍권!)

파닥.파닥.

수천 개의 마력 칼날을 쏟아내는 뱃뱃이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그냥 다 썰어버렸으니까.

"오!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오신 이노스의 수호신이 틀림없다!"

"이노스에 영광을! 수호신께 영광을!"

"우리도 수호신님을 도와 적을 무찌르자!"

슬라임을 쓸어버리는 뱃뱃이를 보며 용기백배한 이노스족이 뱃뱃이의 뒤를 따라 돌진하기 시작했고

핵이 완전하게 파괴되지 않은 슬라임들의 뒤처리를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끝나버린 전투.

"와! 이겼다!"

"수호신님 만세! 이노스 만세!"

이노스족들은 처음으로 슬라임을 상대로 승리하며 기쁨의 함성을 질렀고

이노스족의 대표들은 뱃뱃이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리고

(뱃뱃!)

"어?!"

"수호신님이 뭘 하시는 거지?"

열심히 날아다니며 작은 구멍에 슬라임들의 사체를 넣는 뱃뱃이를 발견했다.

"저···도와드릴까요?"

이노스족의 최고 대표 드루이카가 뱃뱃이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뱃뱃?! 누구세요?)

뱃뱃이는 혹시 자신이 사냥한 슬라임 고기를 노리는 건 아닌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제 인사가 늦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노스족의 최고 대표를 맞고 있는 드루이카라고 합니다. 수호신이시여."

(뱃뱃? 수호신이요?)

"네. 저희 이노스족의 수호신이 아니십니까?"

(뱃뱃! 아닌데요! 저는 세준 님의 부하 뱃뱃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뱃뱃이 님은 이노스의 수호신 세준 님의 사도시군요."

(뱃뱃?! 그...렇죠?)

원래 아니라고 말하려던 뱃뱃이.

그러나

'사도?! 괜찮은데?!'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의 사도 뱃뱃이!

호칭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두 들어라!"

그사이 드루이카는 이노스족 모두에게 뱃뱃이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분은 이노스의 수호신 세준 님의···."

(뱃뱃! 박세준이요! 수호신님의 이름은 박세준이에요!)

"아. 네! 이분은 이노스의 수호신 박세준 님의 사도 뱃뱃이 님이시다!"

"와아!!!"

"박세준 님의 사도 뱃뱃이 님 감사합니다!"

드루이카의 소개에 이노스족들이 뱃뱃이에게 열렬히 감사 인사를 전했고

"수호신 박세준 님의 사도 뱃뱃이 님, 저희가 뱃뱃이 님을 도울 수 있게 해주십시오."

(뱃뱃! 네! 같이 해요!)

"여기다 슬라임 고기를 넣어라!"

"네!"

이노스족들은 뱃뱃이를 도와 차원문에 슬라임 고기를 넣었다.

그렇게 야구공만 한 크기의 슬라임 고기 수천 덩이가 차원문을 통과하자

전에는 수백 번 열어야 정말 찔끔 커지던 차원문의 크기가 조금이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아! 횟수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덕분에 뱃뱃이는 차원문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차원문을 많이 여는 게 아니라 차원문에 물건을 많이 통과시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몸집이 작은 뱃뱃이만 차원문을 통과해서 차원문의 성장이 더뎠던 것.

그때

꿀렁.꿀렁.

한 무리의 슬라임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자

(뱃뱃! 여러분들은 계속 고기를 넣으세요!)

뱃뱃이는 이노스족에게 차원문에 슬라임 고기를 계속 넣게 하고

(뱃뱃폭풍권!)

(뱃뱃후!)

(뱃뱃신장!)

(뱃뱃보!)

형들의 스킬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이노스를 돌아다니며 본격적으로 슬라임을 처치했다.

이노스의 수호신으로 세준의 이름이 알려졌으니, 슬라임들에게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이노스에 침입한 슬라임들을 전멸시킨 뱃뱃이.

(뱃뱃···이제 힘드네요.)

슬라임들을 처치하며 쌓인 피로와 차원문에 물건을 통과시키며 쌓인 부담이 동시에 몰려왔다.

(뱃뱃! 여러분 고마워요! 그럼 저는 갈게요!)

"안녕히 가십시오!"

"사도 뱃뱃이 님 만세! 수호신 박세준 님 만세!"

뱃뱃이는 이노스족의 배웅을 받으며 검은 거탑 99층으로 돌아왔다.

(뱃뱃···그래도 제가 한 건 세준 님이 알아야 하니까···)

피곤한 몸으로 뱃뱃이가 간판 하나를 만들어 슬라임 고기 앞에 세워놓고

(불꽃이 님, 저 돌아왔어요···)

불꽃이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배로롱.

바로 세준의 팔을 안고 잠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