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장. 비취 귀걸이
“사 공자를 뵙습니다.”
온유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겁이 없는 여인이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사욱은 이 여인이 일부러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녀는 아마 진부의 서출 아가씨일 것이다.
속셈이 뻔히 보이긴 했지만, 그는 웃으며 대꾸했다.
“제 신분을 어찌 아셨습니까?”
여인의 얇은 입술이 부드럽게 열리더니 가벼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인들이 하는 말을 들은 거지요. 소녀의 성은 진, 이름은 유(柔)로 외자를 씁니다. 진 대소저의 사촌 여동생이에요.”
‘성과 이름만 밝히고 서출이라는 신분은 밝히지 않다니,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속셈이겠지.’
사욱은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했다.
“알고 보니 진부의 소저셨군요. 강남의 훌륭한 산수 아래 자란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고 생기가 돈다고들 하지요. 보아하니 도성의 규수들보다도 훨씬 나은 듯합니다.”
이 세상에 칭찬을 싫어하는 여인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그 말을 한 사람이 사욱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유는 몹시 기뻤지만, 겉으로는 부드러운 미소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치 않은 말씀이세요. 사 공자께서 저를 놀리시는군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한번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
“처소에서 오래 나와 있을 수 없으니 전 이만 돌아가 봐야겠어요. 사 공자, 조심히 가세요.”
우아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걷는 진유는 조금도 서녀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욱의 옆을 지나치던 그녀는 일부러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뜸을 들이다가, 잠시 후에야 부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꽃향기를 풍기는 여인의 분내가 사욱의 코 근처를 맴돌았다. 그 향기는 우아하면서도 사람을 도취시키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욱이 진유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 장방의 여인은 진운서 하나뿐이었는데, 그녀와 달리 이방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슬슬 계략을 시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야, 돌아가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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