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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장. 숙모

555장. 숙모

진운서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네가 법을 어기는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당연히 용서해야지.”

원래 무거웠던 분위기는 그녀의 농담 한마디에 한결 화기애애해졌다. 진언연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이때 진 부인이 주방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주방은 방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언연아, 뭘 그렇게 떠들고 있어? 얼른 채소를 썰어야지!”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진언연은 얼른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다시 진운서를 쳐다보았다.

“언니, 잠깐만 앉아 있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얼른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진운서는 나무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집에 들어와 지금까지 그녀가 본 동년배라고는 진언연 하나뿐이었다.

‘숙부의 슬하에는 딸만 하나 있는 건가?’

가만히 앉아 있던 와중에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연아, 뒤쪽 밭에 가서 고추를 한 움큼 따 와. 네 아버지가 매운 걸 좋아하잖니. 그리고 양파 달걀 볶음을 하게, 닭장에 가서 달걀 두 개만 가져와. 네 아버지가…….”

“알겠어요. 모두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거잖아요.”

한바탕 잔소리를 들은 후 주방에서 나온 진언연이 진운서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뒤뜰에 배나무가 있어요. 언니가 맛볼 수 있게 몇 개 따올게요.”

진언연이 쏜살같이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를 들고 진운서에게로 다가왔다.

“운서 언니, 이거 먹어요. 씻어 온 거예요.”

바구니 안에는 강남에서 토리(土梨)라고 부르는 커다란 배 두 개가 들어있었다. 갈색 껍질을 깎아내면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데, 과육에는 특히 수분이 아주 많았다.

“고마워.”

진운서가 손을 뻗어 배를 건네받았다. 그러자 진언연은 다시 문 발을 걷어 올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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