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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장. 춘래절 준비

405장. 춘래절 준비

자시(*子時: 밤 11시~ 오전 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마차는 도성 안으로 들어섰다. 거리에 아무도 없었기에 소근언은 소팔에게 진부의 대문 앞에서 멈추라고 명했다.

원래는 시위들이 대문 양쪽을 지키고 서 있지만, 오늘 밤은 아니었다. 곧이어 진운서가 마차에서 내렸다.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말을 마친 진운서가 소근언을 향해 가볍게 웃은 후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갔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그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그녀는 소근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하얀 팔목에는 다양한 색의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달빛이 비치는 거리에는 밤바람이 불어왔다. 이 순간 그녀의 모습은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수면을 가득 채우는 잔잔한 물결처럼 소근언의 마음속에서 부드럽게 일렁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 물결은 다른 사내의 눈동자 속에서도 출렁였다.

한 사람은 달빛 아래에, 다른 한 사람은 어둠 속에 있었다.

잠겨있지 않은 대문은 살짝 밀자마자 열렸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운서는 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분부임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소근언에 대해 투덜거리셨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버지도 그에게 마음을 많이 여신 것 같았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진운서는 천천히 부 안으로 들어가더니 돌아서서 대문을 닫았다.

소근언은 굳게 닫힌 대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겨우 몸을 돌려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멀리 떠나가자 어둠 속에 숨어있던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진부의 현판을 올려다보던 그의 시선이 곧 붉은색 철문 위로 떨어졌다.

사름도 조금 전 진운서가 손목에 차고 있던 알록달록한 팔찌들을 보았다. 그 팔찌는 시골의 아낙들이 실을 짜 만든 물건으로 전혀 값어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였고, 심지어 오늘 즐거웠다는 말까지 했다.

‘즐거웠다고?’

사름의 눈빛은 어두웠다. 야시장에 있을 때 그는 조금도 즐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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