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장. 노발대발하다
창문을 열어놓지 않아 환기가 하나도 되지 않는 창고 안은 약 냄새가 진동해서 공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 널빤지로 만든 침상 옆에 자리한 탁자 위에는 나무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죽이 조금 담겨 있었다.
류 어멈은 침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방금 약을 갈아붙여서 상처가 쓰라리기 때문인지, 그녀는 헉헉대며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녀는 셋째 아가씨 진선을 발견하고 즉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오랜 날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주인이 그녀를 찾아왔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런 허름한 곳에 머무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둘째 부인은 그녀를 전혀 생각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의 희망은 모두 이 셋째 아가씨에게 달려있었다.
“움직이지 마.”
진선은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침상 곁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여 나무 그릇을 쳐다보았다.
“한참 보양을 해야 할 때인데 겨우 이런 걸 먹고 있다니. 방안도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잖아. 이러다가는 더 탈이 나겠어.”
그 말을 들은 류 어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탄하기 시작했다.
“둘째 부인이 떠나시고, 남은 하인들이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노를 젓듯 장방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거지요. 누군가 소인이 죽기를 바라는 듯 매일같이 학대하고 있어요. 그래도 셋째 아가씨만은 소인을 기억해 주셨군요.”
류 어멈은 생이별한 가족을 다시 만난 듯 눈물을 펑펑 쏟았다.
어쨌든 류 어멈은 오랫동안 진선을 돌봐준 사람이었다. 그런데다 이제 곁에 부모님도 안 계시니, 그녀는 진선에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부 전체가 큰언니의 통제하에 있는데, 그 하인들이 감히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뻔했다. 큰언니가 일부러 류 어멈을 괴롭히라고 지시했거나, 적어도 하인들이 큰언니의 의중을 읽고 눈치껏 행동한 것이다.
“셋째 아가씨, 소인은 상관하지 마시고 자신을 잘 돌보세요. 큰아가씨의 비위를 맞추셔야만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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