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화. 관군
“알았으면 되었다.”
당부를 마친 현비가 제왕비를 찬찬히 살폈다.
평범한 외모의 제왕비는 슬하에 여식을 하나 두었으나, 여전히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인이었다.
납작한 아랫배에 시선이 머문 현비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소식이 없는 게야?”
제왕비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원저아를 낳은 뒤, 소식이 없길 벌써 여섯 해였다.
현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왕야에게 아직 윤자(胤子)가 없으니, 좀 더 힘쓰도록 하여라.”
태자 그 썩은 나무가 무너지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황자들 중, 넷째만 유일하게 윤자가 없다. 이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제왕비가 고분고분 대답하자, 현비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넷째의 며느리가 순하고 현명하지. 어서 아들만 떡하니 낳으면 좋으련만.’
* * *
제왕부로 돌아온 제왕비는 방 안에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마마(嬤嬤)에게 스물아홉짜리 소녀를 데려오라고 명했다.
은쟁반처럼 크고 흰 소녀의 얼굴은 소위 아들을 많이 낳는 상이었다.
제왕비는 말없이 소녀를 응시하다가 탄식하듯 읊조렸다.
“오늘밤 왕야를 잘 모시도록 하거라.”
순간, 소녀의 두 눈에 기쁨의 빛이 반짝이더니 황급히 그러겠노라 답했다.
야심한 밤, 제왕은 방 안에 누군가 한 명이 더 있음을 발견했다.
“오늘 왕야의 시중을 들어줄 아이입니다.”
제왕은 흥미로운 얼굴로 소녀를 훑어보았다.
미를 탐한다는 오명을 얻을까봐 왕부 안의 시녀들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첩도 들이지 않은 그였다.
오랫동안 후사를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왕비가 먼저 통방을 들여 주다니.
‘그런데 이왕이면 좀 어여쁜 이로 골라주면 안 되는 건가?’
사실 왕비도 결국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통방을 들인 것이지, 그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제왕은 조금 짜증이 일었지만, 과묵하고 재미없는 부인보다 젊고 신선한 소녀에게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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