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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Kỳ huyễ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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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그놈의 다리를 부셔버리겠습니다!

212화. 그놈의 다리를 부셔버리겠습니다!

찻잎을 준비하고 다구(茶具)를 씻어내는 한등의 익숙한 모습에 북양태비가, 쯧쯧 혀를 찼다.

“아직도 옆에 한등 하나밖에 없는 것이냐?”

“그리고 야우가 있습니다.”

루안의 대답에 북양태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내 살펴보니 저택에 바느질, 주방일과 허드렛일을 봐주는 어멈들 외에 여인이라곤 시녀 하나 없더구나. 넌 대체 어찌 된 것이냐? 이러니 네 형이 너더러 정상이 아니라 하는 것이 아니냐.”

루안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정상이 아니라니요?”

“네가 나이를 꽤나 먹었는데도…….”

북양태비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아니다. 네 형이 헛소리를 했느니라. 네가 부인을 얻는다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정상이 아닐 리가 없지, 아니 그러냐?”

그리고는 무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듯, 그녀가 물었다.

“그래, 네 미래의 부인이 될 그 아이는 당연히…… 여아(女兒)일 테지?”

루안의 시선이 휙 돌아가 그녀에게 꽂혔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북양태비가 바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여아(女兒)면 되었다. 여아(女兒)면 되었어.”

‘야우, 네놈은 나중에 보자꾸나. 감히 내 아들이 사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서신을 보내와? 네놈은 내 손에 뒤졌느니라.’

도성에서 북양까지 오고가는 정보망을 만드는 데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런데 그걸 이런 얼토당토않은 정보를 보내는 데 사용하다니!

* * *

한 달을 요양한 소달은 절룩거리긴 했지만 드디어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장군.”

“장군.”

무관들의 인사에 엄한 얼굴로 고개를 까닥인 소달이 황궁 성곽에 올라 순시(巡視)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어디로 향하건 그의 뒤통수로 별스런 시선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시선을 느낀 소달은 이 모든 일의 원흉을 떠올리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여강! 루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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