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3화. 환각
시간은 조금씩 흘러, 경비실 앞.
두 명의 경비원은 산처럼 쌓인 장미꽃과 선물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하늘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18번지의 당염원이란 사람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온종일 인터넷 친구들이 꽃을 보내며 고백하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하나도 없잖아?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각, 그때 경비실 쪽에서 이상한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장미꽃과 선물에 언제 불이 붙은 건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번져 나가고 있었고, 연이은 가벼운 폭발음과 함께 선물과 장미꽃이 모두 부서져 엉망진창이 된 뒤였다.
“설마 누가 선물 안에 소형 시한폭탄을 넣어 보낸 건가?”
한 경비가 그렇게 추측했다.
또 다른 경비는 말했다.
“분명 못된 장난이겠지. 이 정도로는 사람이 죽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 물건은 다 어떻게 하지?”
“집주인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이 시각 18번지 별장 안.
온몸이 나른한 당염원은 사릉고홍의 품에 안겼다. 두 사람은 발가벗은 채 욕탕 안에 밀착되어 있었다. 그때 사릉고홍의 손목에서 붉은 핏방울이 솟구쳐 오르더니 허공에서 꽃이 되어 피었다. 이 꽃은 마치 그의 몸에서 자라난 꽃 같았다. 이 꽃은 장미보다도 더욱 붉었지만 무섭지 않았고, 요염하고 열정적이지만 오히려 꽃잎은 눈처럼 부드러웠다. 꽃의 모양은 풍성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성스러워 보였다.
한 방울의 피가 응고되어 한 송이의 피 꽃이 되고, 잠시 후 그것은 다발이 되었다.
당염원의 콧등에 섬세한 주름살이 생겼다. 구미를 당기는 익숙한 향기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나른하게 감겨 있던 눈을 떴다.
사릉고홍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보자마자 그녀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심지어 그의 손목을 어루만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분명 이 상황이 미덥지 않음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불만스러운 기운이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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