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동부 여학
여휘는 화를 속으로 다스리며 말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응? 더 보지 않고?”
“이제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해서요.”
여휘는 빠른 걸음으로 부친의 서재에서 걸어 나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눈치 없는 아버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한림원에서 책을 편찬하고 계시다니, 그의 상관이 참 딱하다고 생각했다.
‘재능을 숨기고 있었다고?
여휘는 그 말을 곱씹어보다가 문득 동부의 둘째 아가씨 여교가 떠올라 차갑게 웃었다.
사촌 동생인 여교는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에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심지어 여휘는 국자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여교와 관련된 말을 듣곤 했다. 그렇다면 셋째 동생이 그동안 재능을 숨긴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안 그랬다간 저 사촌 동생이 셋째에게 난리를 폈을 것이다.
여휘는 저도 모르게 서과원 쪽을 봤다.
‘오늘 셋째는 동부 여학에 갔을까?’
여휘는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귀신이라도 들린 건가? 셋째가 여학에 가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난 그런 애한테 관심 없어!’
여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향했다.
* * *
교소는 백합죽을 다 먹고, 지금의 할머니인 등씨 부인께 문안 인사를 드리기 위해 빙록을 데리고 청송당으로 향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씨 모녀 세 사람과 마주쳤다.
“작은어머니.”
교소가 인사를 드리고는, 여언과 여선을 보며 가볍게 인사를 했다.
어머니의 당부가 있던 터라, 여언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셋째 언니.”
여선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유씨가 뒤에서 꼬집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인사를 했다.
“여소야, 학당에 가는 길이니?”
유씨가 가까스로 얘깃거리를 찾아 말했다. 교소가 웃었다.
“네, 그동안 못 갔으니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야죠.”
유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네 동생들은 재능이 부족하니, 언니인 네가 앞으로 잘 가르쳐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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