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8화 조서(诏书)의 후사
오직 둘만 남은 이 공간, 황제가 그윽한 눈빛으로 사방화를 쳐다보았다.
“한평생 이 두 눈으로 간파하지 못하는 이는 아주 드물었다. 하지만 네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짐은 널 좋아하지 않았다.”
사방화가 담담히 답했다.
“폐하께선 저뿐만이 아니라 사씨 사람들 모두를 좋아하지 않으셨지요.”
황제가 바람처럼 엷게 웃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이들은 웬만하면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넌 아니었어. 그러나 짐도 네가 어느 사내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이란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조카 강이 놈도 네게 들볶여 꼴이 말이 아니었던 데다, 우리 아들 옥이까지 네가 아니면 장가도 들지 않겠다고 난리니……. 짐이 남진 꼭대기에 뒀던 두 남자가 모두 네 손에 다 놀아났구나.”
이내 사방화의 안색이 굳어졌다.
“전 내내 사씨와 충용후부를 지켜내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진강 소왕야든, 태자전하든 모두 두 분의 바람에 따르기만 했었지요. 제 손에 놀아났다는 말씀을 하기엔, 폐하의 당당한 아드님들을 너무 우습게보신 듯합니다.”
황제는 그녀의 말에 전처럼 쉽게 화도 내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옳다. 짐이 널 도통 종잡을 수 없다고 했건만 이제야 네 약점을 좀 잡은 듯하구나. 강이와 옥이 중, 분명 네가 마음에 둔 자가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짐의 말에 그리 자극을 받진 않았을 테지.”
사방화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와 제 약점을 잡았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도 그렇지. 하지만 한을 품고 죽지만은 않을 수 있겠구나.”
황제는 갑자기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지난날 사방화가 무명산에서 처음으로 이 경성에 돌아왔을 때, 그렇게도 위엄 넘치던 제왕은 이젠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사방화의 눈앞엔, 죽음의 그림자만 길게 거느린 한 노인의 쓸쓸한 말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지……, 짐에게 물 한잔 따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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