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2화. 청을 올리다 (2)
파의의 말을 들은 소혁의 얼굴빛이 음침해졌다. 원래 입가에 담겨 있던 심드렁한 웃음기가 어느새 싹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을 뿜어내며 조금도 감추려 들지 않았다.
소혁을 잘 아는 남궁월은 그가 지금 살심을 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법도대로라면 원래 어전 앞에서는 칼을 차서는 안 됐지만, 소혁은 무장 가문 출신에다가 신분이 고귀했기에 예외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소혁의 오른손은 칼 손잡이에 가있었다.
남궁월은 얼른 탁자 밑에서 소혁의 손을 붙잡고 흔들며, 파의를 향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성녀께서는 정말 예의가 바르시군요. 우리 대유는 예의지국이라 포로들에게도 특별히 예를 갖춰 대우해 드린답니다. 다만 성녀 한 분만 세자께 감사인사를 하시는 걸 보니, 저희 세자께서 다른 포로들에겐 푸대접을 했나 봅니다. 다 세자의 불찰입니다.”
파의는 저도 모르게 남궁월을 쳐다보다가 일순 안색이 조금 변했다.
남궁월의 말은 파의 혼자만 들었다면 별것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방금 전 파의가 소혁에게 한 ‘감사 인사’는 웃음거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파의는 백월의 1왕자 규랑과 함께 포로로 생포되어 대유의 황도에 왔다. 그녀가 이렇게 소혁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는데 만약 규랑이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으면, 파의는 자기 뺨을 자기가 후려치는 꼴이 되는데다 사실이 아닌 헛소리를 했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격이었다.
하지만 만약 규랑이 파의를 따라 소혁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면, 사람들은 파의가 한 ‘감사 인사’에 담긴 속셈이 뭔지 더는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1왕자 규랑은 늘 거만하고 오만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황도로 오는 내내 소혁이 자신들을 괴롭히진 않았지만, 사람으로서의 체면을 조금도 지켜주지 않았기에 속으로 화를 참고 있을 터였다. 그런 사람더러 소혁에게 감사인사를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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