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하가를 멸하다 (6)
“하명, 넌 당시 네 친딸인 하약운을 포기하고 죽였었지. 모든 것은 네 자업자득이다.”
자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매혹적으로 미소 지었다. 곧 그의 음산한 시선이 하초설에게로 향했다.
하초설을 바라보는 자사의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
“하명 네놈은 감히 나를 이 여인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냐? 나 자사는 아무나와 계약하지 않는다. 몇 번이든지 다시 환생한다 한들, 내가 인정한 주인은 오직 하약운 한 명뿐이야. 그녀의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영원히 그녀를 기다릴 셈이다. 언젠가 그녀가 먼지처럼 흩날려 연기와 같이 사라진다면 나와 상고신탑 역시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자사가 앳된 목소리로 힘있게 한 자 한 자 내뱉자, 모든 사람은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맞기라도 한 듯 멍한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임옥의 얼굴에는 기쁨과 안도감이 어려 있었다. 누나에게 이렇게 의리 있고 충실한 동료가 있다니,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이런 동료가 그녀와 함께라면 충분히 안심할 수 있었다.
“운이 네가 상고신탑의 진정한 주인이었구나.”
육심은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전 일에 관해 미안해하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당시 하약운을 죽인 일을 후회하는 게 아니라, 하약운이라는 강력한 뒷배를 잃었다는 사실을 후회하고 있었다.
만일 그때 하약운을 아내로 맞았다면, 상고신탑은 분명 육심 자신의 손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 대륙에서 우뚝 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가 사람들의 거짓된 말을 경솔하게 믿어버린 후, 상고신탑의 진정한 주인을 제 손으로 죽이고야 말았다. 뿐만 아니라 신탑의 가짜 주인, 하초설을 돕기까지 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육심은 가슴이 저렸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운아.”
드디어 눈을 뜬 육심이 슬픔이 깃든 눈으로 고약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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