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화. 하가를 멸하다 (7)
하명은 신음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 고통을 계속 겪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다.
한편 하초설은 눈을 크게 뜨고서 공포에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자사의 칼에 상처 입은 건 하명인데, 그녀도 그와 똑같이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자신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가슴속에서 계속해서 밀려드는 공포 때문에 그녀는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하초설이 바닥에 냅다 무릎을 꿇었다. 두려움 때문에 눈물을 흘리던 그녀가 겨우겨우 말을 쥐어 짜냈다.
“서, 서혼과를 먹고 싶지 않아요. 갈기갈기 찢기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를…… 저를 놓아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그러니 제발…….”
그녀는 돌연 무슨 생각이 난 것인지 급히 천북야를 향해 달려갔다.
“대인, 제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노비가 되어서 평생 대인과 언니를 살뜰히 모시겠어요. 그러니 제발, 저를 좀 살려주세요.”
하지만 천북야는 시중을 들겠다는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가볍게 눈썹을 들썩였다.
혐오감이 가득 배인 눈으로 하초설을 내려다보던 그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라.”
순간 천북야의 몸에서 강력한 힘이 터져 나오자,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려던 하초설은 대청의 기둥쪽으로 휙 날아가 버렸다.
뒤로 날아간 그녀는 기둥에 부딪힌 뒤 넘어졌고, 부딪혀 생긴 상처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저 사내는 정말로 잔악무도했다.
하초설은 주먹을 쥐며 차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눌렀다.
‘나를 감히 이런 식으로 짓밟다니!’
자신은 그저 살려달라고만 했는데, 대체 무엇이 저 사내의 심기를 건드렸단 말인가.
하초설이 아직도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천북야가 다가와 그녀 앞에 섰다. 눈앞에 선 거대한 사내를 바라보며 하초설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대로 질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인…… 제발 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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