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화. 출발
문 앞에 이르자 안에서 즐거운 말소리와 함께 까르르, 용릉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내 침통했던 천월의 얼굴에도 금세 미소가 번졌다.
“릉이 깼나 봐요, 들어가 얼굴이라도 봐요.”
천월이 뒤돌아 이야기하자, 야천일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화생이 소리를 듣고 안에서 나와 주렴을 걷어주었다.
“서연 황제는 살리셨습니까?”
“아니, 살고 싶지 않다고 했어.”
화생은 흠칫했다. 홍각 사람들은 서연모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인물들이었다. 그 서연모가 죽기를 자처했다니, 충격적인 일이었다.
능련과 이설도 함께 마중을 나왔다가 화생처럼 충격에 빠졌다.
이들이 알고 있던 서연모는 존귀한 신분에도 참 소탈했던 호인이었다. 죽고 싶어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었는데, 이유가 뭘까?
이내 천월은 서연모가 했던 말들을 간추려 전해주었다. 그러자 세 사람도 비로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묵국에게 연모를 이화산에 묻어달라고 했어. 여기서 멀지 않으니 따로 날을 택할 필요도 없어. 너희도 연모랑 같이 일했던 사이잖아, 같이 이화산으로 가서 마지막 인사 나눠.”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방으로 들어가니 침상에 누워, 실에 매달린 구슬과 놀고 있는 용릉이 보였다. 청상이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 구슬을 이리저리 흔들면, 용릉이 조그만 손으로 구슬을 잡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 곁에 현가, 창란, 봉안 등등도 용릉이 노는 걸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너희도 지쳤을 텐데 얼른 가 쉬어. 이제 릉이는 내가 볼게.”
청상은 괜찮다고 거절하려다 뒤에 야천일이 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과 방을 나섰다.
용릉은 곧 야천일을 보고, 구슬 같은 눈으로 말똥말똥 야천일을 관찰했다.
“릉아, 네 외숙부님이셔.”
용릉은 다시 예쁜 눈을 깜빡이며 야천일을 살펴보았다. 벌써 외숙부라는 사람들도 너무 많이 만나서인지 전처럼 별 반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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